출발을 앞두고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코로나가 만든 작품이다. 1년 내 코로나로 움직임이 봉쇄당하고 정해진 곳만 다니다 보니 생활이 지극히 단조로워졌다. 그 돌파구로 생각해 낸 것이 제주도 여행이다. 해외여행만 바라고 있자니 금년 한 해도 꼼짝 못 하고 지낼 판인데 제주도 한 달 살기가 떠올랐다. 모임이 없고 딱히 갈 곳도 마땅치 않아 매일 드럼 연습과 새로 시작한 색소폰 연습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던 터라 쉽게 결정할 수가 있었다.
코로나로 지난 몇 년간 아주 솔메이트처럼 친하던 친구와도 소원해졌으니 이 참에 마음도 달래야 겠다는 생각이 행동에 불을 붙였다. 드럼과 색소폰 악기수업 샘들께 한 달 휴강을 요청했고 아내도 설득을 했다. 걱정이 앞서는 아내는 뭐든지 결심이 서면 막무가내로 행동으로 몰고 가는 내 성격을 아는 터라 여비에 보태라면서 금일봉까지 내민다. 준비물 리스트를 정리하고 목포에서 출발하는 3월 23일 01시 출발 퀸제누비아호에 내 이름과 무파로를 등록했다. 교보문고에서는 제주여행안내책자를 샀다.
준비물 중에서 결정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색소폰이고 또 하나는 자전거다. 색소폰은 샘이 내준 숙제 에튀드 4번 연습 때문이고 자전거는 둘레길을 도보와 자전거 두 가지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출발 이틀 전인데 아직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제주도에 먼저 가서 자리 잡은 후배가 숙소는 도착해서 천천히 구하라고 해서 숙소 예약은 도착 이후로 미루었다. 후배에게 줄 양주 두병은 준비물로 챙겼다. 후배는 내가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하자 '행님, 안 드시는 양주 있으면 가지고 오이소'해서다. 낯선 제주도에서 혼자 자리를 틀고 앉으려니 버겁나 보다 하며 챙겼다.
제주도는 올레길이 있고 한라산과 오름이 있다. 한라산은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가봤으니 큰 욕심이 없지만 곳곳에 있는 오름은 찾아다닐 만하다. 올레길도 아름다운 풍경과 마음 정리를 위해 걸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경제적 활동으로서의 사회생활을 마무리한 후 몇 가지 평소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것들을 했지만 이번 제주 한 달 살기는 또 색다른 재미를 줄 것 같아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