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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Apr 03. 2021

비보다는 바람이 문제

4구간 (3.27)

 온다는 일기예보로 오늘은 걷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맑다. 약간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채비를 하고 나섰다.


표선해수욕장에서 해변을 따라 걷기 시작하는데 하늘은 완전히 구름에 덮였다. 표선읍을 벗어나면 해비치 리조트가 나온다. 10   두어  왔던 곳이라 감회가 새롭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하고 해변으로 몰려오는 파도가 거칠다.


갯늪을 지나고 이어지는 해변길에는 xx수산이라고 이름 붙은 양식장이 이어진다. 제주도 해변에 이렇게 많은 양식장이 있다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인간에게 선택된 동물의 종은 번성하지만 태어남과 죽음이 인간의 손에 달려 있으니 양식장은  동물의 아우슈비츠일 뿐이다.


농협 제주도 연수원을 지나고 해병대가 길을 냈다는 해병대길을 지나니 중산간 마을기로 들어선다. 정오가 넘어 시장하기도 하고 쉬고 싶기도 해서 길가 식당을 찾아봤지만 당연히 없다. 중간지점인 알토산 고팡에 닿으니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  카페가 있다.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로 농산물 건사를 하던 식당 주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흑돼지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고 커피도 한잔 느긋한 마음으로 마셨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서니 빗방울이 굵어진다.  넘어 걸었는데 그만둘 수도 없고 난감하다. 휴대용 작은 우산을 펴서 비를 막으며 걷기를 계속했다.


중산간을 벗어나 남원으로 이어지는 해변도로로 나서니 비가 더욱 거세진다. 비만 온다면 걸을만할 텐데 바람도 거세다. 작은 우산이 뒤집히기를 반복한다. 우산으로서 역할을  정도밖에 못하고 있다. 발에서부터 젖어오고 바지도 금세 축축해진다. 이럴    있는  빨리 걷는  외엔 없다. 전체 19km  반을 비와 바람에 맞서면서 걸었다. 비를 맞으며 걸으니 사진도 찍을  없다.


남원포구에 있는 코스 종점에 도착하니 공식지원센터 직원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인스턴트커피도 한잔  준다. 그녀의 친절함이 감동적이다.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4코스 걷기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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