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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y 12. 2021

일출봉과 우도를 따라 걷는 길

1구간 (3.24)

도착한 날인 어제는 하루 종일 빈둥거리기도 하고 모닥불가에 앉아 불멍 때리기도 했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무파로에 오르니 후배가 올레길을 함께 걷겠다고 나선다. 제주도에서 6개월을 살았는데 아직 한 구간도 가본 적이 없단다. 함께 시흥리로 갔다.


첫 구간 시작점인 이곳에는 안내소가 있다. 안내소에서 투어 스탬프를 찍는 올레 패스포트를 샀다. 매 구간마다 출발점과 중간지점 그리고 마지막 점에서 스탬프를 이 패스포트에 찍으면 완주 인증서와 배지를 받을 수 있다. 첫출발 지점의 스탬프를 찍었다. 이제 26구간 올레 여행의 시작이다. 말미오름을 오르는 입구에서 시작 인증샷을 찍었다. 말미오름에는 말을 방목하고 있다. 계단을 따라 10여분 만에 오름 정상에 올라서니 우도와 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경사가 급해 숨이 가쁘다.


우도와 일출봉 그리고 종달리에서 성읍으로 이어지는 해변 풍경이 가쁜 숨을 쉬며 오름을 오른 보상으로 충분하다. 잠시 숨을 돌리며 주변을 감상하고 이어지는 알오름을 거쳐 비탈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면 밭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밭길을 따라 걷다가 일주도로를 건너면 종달리다. 종달마을에는 식당과 펜션이 여럿 있다. 조그만 초등학교를 지나 옹기종기 둘러앉은 마을에는 예쁘게 단장한 카페와 펜션이 눈에 띈다.


마을을 지나면 이곳이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있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안내 표시와 집들이 나오고 길은 종달바당으로 이어진다. 해변을 따라가는 길은 왼쪽으로는 우도가 있고 앞으로는 성산 일출봉이 있어 걷는 내내 우도와 일출봉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시선을 반대로 돌리면 조금 전에 올랐던 말미오름이 길 건너에 보인다. 해변길을 뒤로하고 성산항 입구 갑문을 지나 여객선 터미널까지는 지루한 도로길이다. 여객터미널을 지나 언덕길로 오르면 일출봉이 눈앞에 바짝 다가서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좋은 곳이면 어디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펜션과 그 앞마당을 지나 바다 쪽으로 서있는 일출봉의 거대한 절벽을 바라보며 나아가면 일출봉 입구 주차장이다. 언제나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주차장을 지나면 방파제 역할을 하는 해변의 콘크리트 위를 따라 걷게 된다. 파도를 막고 건물을 짓기 위해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구조물이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을 대신하고 있어 아쉽다.


일출봉과 주변 식당과 상점 건물들을 벗어나면 4.3 사건 당시 마을 주민을 학살한 곳에 이른다. 이곳에서 억울하게 학살당한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안내판과 위령비가 있다. 광치기 해변의 초입이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로 숙연해지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모래길을 따라가면 길게 이어지는 광치기 해변이 펼쳐진다. 철 이른 광치기 해변에는 관광객 몇 명만 해변에 나와 있을 뿐 한가롭다. 해변이 넓다고 광치기 해변이라고 이름 붙은 이곳은 성산 일출봉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기에 좋은 포인트다.


광치기해변 이곳이 올레길 첫 구간을 마무리하는 지점이다. 해변 입구에서 제주 할머니가 파는 한라봉 한 봉을 사서 시흥리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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