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호 May 15. 2021

걷다가 마시는 카푸치노 한잔

7구간 (4.1)


오늘은 올레 여행자센터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올레센터가 있는 언덕길을 내려오면 칠십리공원을 한 바퀴 돌게 된다. 공원에서는 천지연폭포를 멀리서 감상할 수 있다. 공원에서는 한라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답게 가꾸어진 공원을 한동안 감상하고 나서 삼매봉을 오른다. 삼매봉은 외돌개를 감싸고 있는 야트막한 봉우리다. 정상에 오르면 외돌개 해안과 그 반대편 한라산이 보인다. 삼매봉 정상에서 가파른 계단길을 한동안 내려오면 외돌개 공원이다. 폭풍의 언덕에 서니 마침 불어오는 세찬 바람으로 몸을 가누기 힘들다.


여기서부터는 외돌개를 휘돌며 해안길이 이어진다. 외돌개공원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공원 내 길을 잘 정비해 놓았다. 외돌개를 지나 해안을 따라 걸으면 길 끝자락에 잘 가꾸어 놓은 카페가 있다. 개인 소유의 땅인 카페 뜰로 이어진 길을 지나게 된다. 카페를 지나면 속골이 나오고 야자수 군락 사이로 난 길을 걷게 된다. 제주도엔 비교적 흔하지만 야자수는 이국적인 모습이다. 야자수를 바라보며 걷다가 보니 바닷가로 길이 이어진다. 수봉로다. 올레길을 만들 당시 김수봉 씨가 염소가 다니는 걸보고 삽과 곡괭이로 길을 냈다는 해변 숲길이다. 올레꾼들이 제일 좋아하는 길이라고 한다.


수봉길을 지나면 법환포구에 닿는다. 초입의 소남집에서 점심을 먹고 다리 쉼을 했다. 소남집을 나서니 흐리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가까이 떠있는 범섬은 이곳까지 따라오면서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모습을 바꾸는데  멀리 보이던 강정 해군기지의 방파제가 이젠 눈앞으로 다가선다. 해군기지 방파제는 서건도의 모습을 초라하게 바꾸어 놓았다. 서건도는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는 섬이다. 거대한 방파제가 그 아름다운 모습을 왜소하게 만들어 놓았다.


서건도를 지나고 켄싱턴 리조트를 지나면 해군기지 앞길이다. 기지 앞길은 아직도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로 어지럽다. 해군기지가 제주도의 평화를 해친다며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과연 그럴까? 생각을 해본다.


잘 닦인 해군기지 입구 길을 걸으면 기지 끝머리에 있는 강정포구에 닿게 되고 멀리 산방산이 눈에 들어온다. 산방산을 바라보며 해변의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길이 끝나는 곳에 카페가 있다. 카푸치노를 한잔 마시며 바다로 향한 넓은 창 앞에 앉아 비 오는 바다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짙은 회색 구름의 하늘 아래 바다는 짙은 색을 띠고 있다. 비 오는 바다와 잿빛 하늘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지만 우울한 기분도 들게 한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니 월평포구가 지척이다. 천연 요새같이 움푹 들어온 곳을 아용해 조그만 포구를 만들어 놓았다. 포구를 지나 월평마을로 가는 길은 절벽 위 나무숲 사이로 나 있다. 월평마을까지가 오늘 걷는 길이다.

작가의 이전글 바다를 따라 걷는 이 길 끝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