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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y 16. 2021

엉또폭포의 유혹

7-1구간 (3.28)

오늘 걷는 길은 서귀포 주변의 중산간 지방이다. 남원에서 쇠소깍까지 걸으려고 했는데 엉또폭포 때문에 코스를 바꾸었다. 어제 많은 양의 비가 왔기 때문에 엉또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구간을 택했다.


엉은 제주도 말로 웅덩이나 굴을 뜻하고 또는 작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엉또폭포는 평소에는 물이 없다가 큰비가 오면 한라산 계곡에서 쏟아지는 물로 장관의 폭포가 생겨나 비 오는 날이나 장마철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오늘 보는 엉또폭포는 작은 물줄기만 있을 뿐이다. 물이 전혀 없지는 않아 폭포로서의 모습은 봤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고근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근산은 서귀포시에 있는 해발 400미터의 기생화산이다. 정상에 오르니 한라산이 한눈에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서귀포시와 앞바다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한라산은 설문대할망이 누워 있는 모습이라고 했는데 고근산에서 바라보니 그렇게도 보인다. 서귀포 사람들은 무슨 일이라도 설문대할망이 이루어 줄거라고 생각하며 어디서나 보이는 설문대할망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일상화 되었는데 요즘은 높은 건물이 들어서며 그 모습을 가려 답답해 한다고 한다. 시원한 바람을 쐬며 설문대할망에게 몇가지 바램을 이야기하며 다리 쉼을 하다가 하산길로 들어섰다.


제주도 남쪽 중산간 지방은 아열대 지방의 모습이 뚜렷하다. 가는 곳마다 귤밭이 펼쳐진다. 귤 종류도 다양하다. 천혜향, 황금향, 한라봉 등 등 맛과 모양이 다르다고 하는데 내겐 쉽게 구별이 안 간다. 귤 농장이 펼쳐진 지역을 지나 호근리까지 와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으로 허기와 목마름을 달랬다.


호근리에서 구 서귀포 시가지까지는 동네 사이사이에 귤밭이 뒤섞여 있다. 노지의 귤밭 사이로 귤나무를 뒤집어 씌운 비닐하우스를 지어 놓았다. 복잡하게 지어놓은 하우스의 난립으로 약간 어지러운 느낌이다. 길은 하논 분화구로 이어진다. 하논분화구는 동양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로 바닥에서 용천수가 분출되고 있어 500년 전부터 제주에서 유일하게 논농사를 짓는 곳이다.


하논분화구 내부의 논길을 지나 분화구 주변의 언덕으로 올라서니 서귀포를 가로지르는 4차선 도로가 나타난다. 도로를 따라가다가 걸매 생태공원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비닐하우스가 있던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공원으로 개발했다. 공원을 가로질러 시가지로 들어서니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 닿는다.


오늘 걷기를 여기서 마무리하였다. 건물 앞 도로변 노점상 할머니가 파는 천혜향 한 봉지를 사들고 택시를 타고 차를 주차해놓은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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