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의 올드포트는 요트로 가득하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지중해 여러 나라와 교역으로 번잡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유럽의 부호들이 지중해를 즐기기 위한 요트의 정박지로 변했다. 기차역에서 올드포트로 이어지는 골목길의 분위기는 이곳이 북아프리카 지역의 도시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주민들과 주변 분위기가 유럽의 도시답지 않다. 골목길에 빈둥거리던 아프리카계 청년이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또 어떤 흑인 친구는 무슨 이유인지 내가 쓴 모자를 손가락질하며 뭐라 시비조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럴 때는 상대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올드포트 광장은 관광객과 잡상인들로 붐볐다. 올드포트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대성당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올드 포트 지역을 벗어나니 길은 한적해졌다.
대성당은 규모에 비해 조용한 분위기로 몇 안 되는 사람들만 성당 앞 광장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나도 광장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마르세유 항구와 해변을 바라보며 잠시 오후 시간을 보냈다. 대성당과 올드포트 사이에는 르 파니에라는 동네가 있다. 마르세유의 대표적인 빈민가로 항구 노동자와 도시의 빈민들이 모여사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잘 정비되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골목길이 되었다. 르 파니에로 오르는 골목길은 카페, 식당, 잡화가게가 이어진다. 그래피티가 화려하게 그려진 골목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검은색 젤라또를 파는 가게가 있다. 검은색 젤라또에 대한 호기심으로 콘 하나를 사서 먹으며 골목길을 기웃거렸다.
르 파니에 끝자락의 골목의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서면 번잡한 대로가 나온다. 시가지와 항구에 기대어 살던 르 파니에 주민들이 힘겹게 오르내리던 골목의 가파른 계단에는 오늘도 피곤한 도시 빈민의 힘든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