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은 어제 마르세유행 기차가 리옹에서 멈추는 덕분에 덤으로 생긴 여행지다. 여행 첫날 부터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환불이 안되는 마르세유의 호텔비는 날아 갔지만 덕분에 리옹을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았다.
리옹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노트르담 성당에 오르니 리옹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당으로 향한 골목길을 오르는 동안 리옹은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학교 앞에는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학부모들의 차들이 이어지고 골목은 출근하는 사람으로 바쁘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는 일이다.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나도 여느 아침처럼 악보가 든 가방을 들고 연주 연습을 하러 가는 시간이 이때 쯤이다. 노트르담 성당 안에는 몇사람의 신자들이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고 있다. 경건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와 차분한 마음으로 한동안 앉아 있었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당에 들어 오면 모자를 벗고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하게 된다.
성당을 나와 올라 올 때와는 달리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내려와 샌강 건너편 구시가지로 들어섰다. 구시가지에는 파스텔톤의 건물사이로 돌이 깔린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골목 곳곳에 명품가게와 식당 그리고 카페가 있다. 프랑스 제일의 맛을 자랑하는 식당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생떽쥐베리의 고향인 이곳에서 어린 왕자의 흔적을 찾기위해 어슬렁거리며 골목을 두리번 거렸지만, 오전 이른 시간에 문을 열어논 가게는 없다. 광장으로 나서 1907년에 오픈한 카페에 들어서니 벌써부터 아침을 해결하러온 사람들이 계산대 앞에 늘어서 있다.
반나절 리옹시내를 둘러보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일상을 벗어나려고 떠난 여행인데 배낭은 일상에서 가져온 물건으로 묵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