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마터호른 빙하 트레킹
마터호른이 보이는 테라스에 혼자 앉아 있다. 친구들은 토요일 미사를 보러 가거나 시내 구경을 나갔다. 저녁시간 마터호른 봉우리 주위로 구름이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아침 일찍 마터호른 봉우리 옆 3,800m 전망대에 올랐다. 기온은 영하였고 기압이 낮아 고산증으로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이곳은 이번 여행 중 가장 높은 곳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다. 함께 간 친구들은 고산병 예방을 위해 처방해간 비아그라를 먹었는데 난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안 먹고 버텼다. 정상 부근에는 널찍한 스키장이 있고 케이블카에서 내린 사람들 중 일부는 스키와 보드를 타고 눈밭을 달려 나간다. 멀리 보이는 눈밭에도 사람들이 스키를 타고 있다. 이렇게 넓은 스키장을 보니 평지보다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한여름에 스키를 맘껏 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추워서 카페에 들어가 카푸치노를 한 잔 마시고 바로 밑 트로크너스테그역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다. 트로크너스테그역에서 빙하 트레킹을 하기 위해 눈밭으로 나섰다. 이곳 빙하 트레킹은 유명해서 패키지 상품으로 개발되어 있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눈밭을 지나 눈 녹은 물이 고인 호숫가로 길이 이어진다. 바위가 깔린 곳에는 길이 없을 것 같아도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안내표시가 난다. 안내표시가 있는 돌길을 따라가니 마터호른 봉 아래로 이어지는 언덕길이다. 군데군데 표시판이 있긴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표시판이 있어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했다. 2,950m쯤에서 시작한 길은 3,000m 언저리는 눈밭과 돌길로 걷기에 수월하지 않다. 눈밭과 눈 녹은 물이 흐르는 개울을 몇 개 건너다보니 길은 마터호른 봉우리 밑으로 바짝 다가선다. 수백 미터의 웅장한 수직의 절벽 밑을 걸으니 숙연함이 느껴진다. 저 거대한 산은 수만 년 버티어 서 있고 그 밑을 지나는 사람들은 그저 수십 년 살다가 사라진 뿐이라 생각하니 한 개의 돌멩이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내리막길은 자갈길로 이어진다. 길가에는 지나는 사람들이 쌓은 돌무덤과 한 개씩 정성 들어 올려 만든 돌탑들이 있다. 한 돌무덤에다가 돌을 하나 쌓아 올리고 돌탑에는 돌 하나를 더 올려 보았다. 길을 더 내려가 마터호른 북벽에 바짝 다가서니 눈 녹은 물로 가득한 옥색 개울이 막아선다. 개울 한쪽에 걷는 사람들을 배려해 놓은 철제 다리가 있어 제법 깊고 수량이 많은 개울을 건널 수 있었다. 개울을 건너면서 길은 제법 가파른 언덕길로 이어진다. 힘들여 언덕길을 다 오르면 케이블카 정류장이다. 정류장 주변을 양들이 돌아다니는 있는데 높은 산이라 야생 산양이라 생각했는데 목에 방울을 걸고 있는 걸 보니 방목하는 양이다. 몇 백 미터 산 아래에서 이곳까지 올라왔다. 길은 가파르게 산 아래로 이어진다. 이리저리 꼬불거리며 등산객들의 발길에 패인 길에 흩어진 돌을 밟으며 걷는 것이 마치 우리나라의 어느 산을 걷는 느낌이다. 산아래 옥색 빛 물을 담고 있는 슈와제 호수가 보이고 호숫가에는 산을 찾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오후 시간을 즐기고 있다. 호숫가에도 케이블카 정류장이 있고 제법 큰 레스토랑도 있다. 그 정류장은 산속의 슈와제 호수를 찾는 사람들이 케이블카에서 내리는 곳이기도 하다. 급한 경사길을 힘들게 내려와 호수가 바라보이는 언덕 풀밭에 앉아 준비해 간 치즈 샌드위치를 먹었다. 두어 시간 빙하 길을 걸은 뒤 먹는 샌드위치는 빵에 치즈만 넣어 만들었는데 맛있다. 이곳 슈와제 호수는 체르마트에서 하이킹을 나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와서 어린 아이나 애완견을 데리고 한가하게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다. 체르마트에서 세 시간 걸리는 가깝지 않은 길인데 목발을 짚고 올라오는 사람이 있어 놀라웠다. 잠시 쉰 뒤 예정한 퓨리까지 내처 걸었다. 이곳부터는 길이 넓고 평탄해 보이지만 일부 구간은 경사가 급하다. 해발 2,000m 이하로 내려오니 나지막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더 내려가니 길도 숲 사이로 이어진다. 눈 녹은 물이 흐르는 개울에서 흐르는 물소리도 들린다. 길가 나무로 만든 오두막에서 등산객들에게 커피와 음료를 팔고 있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치즈를 직접 만들고 있었다. 지친 다리를 쉬기 위해 오두막 앞 탁자에 앉아 체르마트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마신 후 개울가 길을 따라 내려오니 댐으로 만든 인공호수가 있다. 산중에 여러 개의 호수를 만들어 펌프로 물을 높은 곳에 있는 제일 큰 호수로 퍼 올린 뒤 1,000m 이상의 낙차를 이용해 1900 MW난 되는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해서 체르마트로 공급하고 있는 수력발전소가 있다는 안내판이 있다. 이 곳에서 케이블카 퓨리 정류장은 지척이다. 퓨리는 6시간의 마터호른 빙하 트레킹을 마무리하는 지점이다. 여기서 40분 정도 더 내려가면 체르마트인데 아쉽지만 여기서 트레킹을 마치고 다른 일행을 만나러 가야 했다. 유럽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에서 시작하는 마터호른 빙하 트레킹은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일생에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이다. 퓨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건너편의 고르너그라트로 향했다. 고르너그라트는 케이블카로 리펠베르그에 가서 기차를 갈아타야 갈 수 있다. 리펠베르그와 고르너그라트 사이에서는 국제 산악마라톤이 열려 기차가 매우 혼잡하다. 정래진 기차도 많이 지연되었다. 고르너그라트는 마터호른을 바라보는 전망대인데 하루 종일 마터호른을 바라본 우리에겐 재미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고르너그라트까지 타고 올라간 기차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체르마트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