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8
7.8 레만호수, 쿨리, 브베, 몽트뢰
매일 마터호른을 바라보다가 오늘은 떠나는 날이다. 아침부터 마터호른 봉우리로 날아왔다가 사라지는 구름들을 거실에서 한참 동안 바라봤다. 영화나 사진에서 본 마터호른의 날카로운 암봉을 지난 3일 동안 방향과 장소를 바꾸어 가며 바라보았는데 아침에 막상 떠나려고 하니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빛의 각도에 따라 변하는 암벽의 색과 하늘을 찌르는 날카로운 봉우리의 매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전율을 주는 그 봉우리를 정복하려다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성당 앞에 묻혀있는 걸 보니 산은 거기 있지만 그 산을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어제 마터호른 봉우리는 하루 종일 구름에 싸여 있었는데 오늘은 구름을 불러 모았다가 흩어버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봉우리와 구름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짐을 싸서 체르마트 역으로 나와 태쉬행 기차를 탔다. 4일 만에 체르마트를 떠난다. 그동안 마터호른을 바라보며 지낸 것이다. 봉우리 하나를 4일간 바라볼 것이 있을까. '있다. 더 오랫동안 봉우리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라고 답하고 싶다. 시시각각 그 봉우리는 모습을 바꾸니 언제 봐도 다른 모습이다. 태쉬에서는 자동차로 다음 목적지인 몽트뢰로 향했다. 몽트뢰는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한 레만 호숫가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인근에는 레만 호수가로 펼쳐지는 스위스 최대의 포도밭이 있고 호수가를 따라서는 쿨리, 브베와 같은 작지만 예쁜 도시들이 있다. 몽트뢰로 가는 길에 레만 호숫가에 펼쳐진 포도밭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 쿨리에 들렀다. 해안에는 한가한 연인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고 호숫가 카페에는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한가한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쿨리에서 해안을 따라가면 지척에 브베가 있다. 브베는 찰리 채플린이 사랑해 20년간 살았던 도시라고 한다. 호숫가 음식박물관 앞에 찰리 채플린의 동상이 있고 유명한 레만호의 포크가 호수에 버티고 서 있다. 포크상은 음식박물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서 세운 것이라고 한다. 호숫가 야외 바에서 캄파리 소다로 갈증을 덜어내고 몽트뢰로 향했다. 몽트뢰는 재즈 페스티벌 열리고 있어 해변 도로가 노점상과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어 몹시 번잡했다. 호숫가 카페에 앉아 조용히 명상을 하며 여행의 피로를 덜어내려던 생각은 큰 착각이 되어 버렸다. 호수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는 프레디 머큐리 동상 옆에 앉아 한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혼잡한 야외 식당에서 소고기 바베큐로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 숙소로 들어왔다. 호숫가 명상 대신 호텔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생각에 들어왔지만 레만 호수가로 지는 해가 만들어내는 석양이 궁금해 다시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9시가 넘어야 땅거미가 지는 곳이어서 해는 아직도 호수가 산 위에 한뼘만큼 남아 있는데 선착장에는 이인조 밴드가 라틴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낮에 달궈져 따끈한 돌계단에 앉아 두 사람의 콘서트를 한동안 즐겼다. 트럼펫과 튜바 두 개의 관악기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은 여행에 지친 마음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가 관중 주위를 한 바퀴 돌 때 튜바에 동전 몇 잎을 던져 넣어 아름다운 음악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