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2
7.12 몽땅베르 - 플랑드아귀 두 번째 걷기
오후 4시 2,317m에 있는 플랑드아귀의 카페에 앉아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다. 몽땅베르에서 걸어서 이 곳 케이블카 타는 플랑드아귀에 막 도착했다.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몽블랑에서 마지막 날이어서 이틀 전에 걸은 길을 다시 되짚어 걸었다. 몽블랑에서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이다. 오전에 샤모니에서 빨간 톱니바퀴 기차를 타고 몽탕베르로 갔다. 거긴 1,900m 고지에는 나무들을 가꾸어 숲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놓았으며 한쪽으로는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는 곳이다. 빙하 속으로는 얼음동굴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이다. 몽탕베르 역에서 수직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서 다시 계단으로 내려가니 빙하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 동굴은 수 십만 년 쌓여 높은 압력으로 다져진 빙하를 뚫어 만들었고 온통 시퍼런 색이다. 마치 바닷속을 들어가는 느낌이다. 서늘한 기운으로 시원하다 못해 차디찬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잠시 추위를 느끼며 동굴 구경을 하고 나와 기차역 근처 레스토랑 겸 호텔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맥주를 한잔 마시다가 이틀 전에 걸어온 플랑드 아귀에서 몽땅베르 트레킹 길을 되짚어가는 방향으로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이틀 전에 걸은 길과는 다르게 산 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서 그리로 방향을 잡았다. 길은 산으로 계속 올라가고 숨이 턱까지 찬다. 힘이 들어 괜히 시작했나 하는 생각에 그냥 내려가서 기차를 탈까 생각도 했다. 이제 내일 떠나면 다시 오기 힘든 몽블랑인데 혼자 걸으며 이번 여행의 의미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고 힘들지만 그냥 걸었다. 길은 산의 생장 한계선까지 올라가서 너덜바위 지역을 지나 다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같은 곳으로 가는 길인데 이틀 전에는 산을 옆으로 돌았고 오늘은 산을 넘어가는 힘든 길이다. 이번에는 왼쪽이 바위산이고 오른쪽이 깎아지른 경사면인데 아래쪽을로 샤모니가 내려다 보인다. 길가에는 야생화가 만발이다. 이틀 전에는 내려오는 길이었는데 지금은 올라가는 길이라 더 힘이 든다. 산길을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생각을 정리해보면 ‘나는 나이지만 나 혼자만의 나는 아니다’이다. 친구들이 있어 이곳까지 왔고 주번의 모든 사람들 때문에 행복하고 이 산을 함께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봉쥬르"라고 인사하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에 나 혼자로는 나일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몽블랑 산길은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것이다. 바로 앞 플랑드아귀에서 아귀디미디로 오르는 바위산에서 사고가 났나 보다. 조금 전부터 구조 헬기가 왔다 갔다 하며 밧줄로 사람들을 끌어올려 산아래로 실어 나르고 있다. 저 구름 속 수직의 암벽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사람들도 있는 그런 순간이다. 내가 살아 있어 감사하고 이곳에 플랑드아귀에 와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실 수 있어 감사하는 시간이다. 산은 이제 충분히 즐겼다는 느낌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