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맞은 새해 아침

2020. 1. 1

by 이종호

아프리카에서 맞은 새해 아침


2020년 새해 첫 태양을 아디스아바바 공항 활주로에서 맞았다. 맞았다기보다는 봤다. 트랜짓 시간이 55분밖에 안돼 노심초사하면서 트랩을 내려섰는데 해는 벌써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아디스아바바 공항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비행기가 정시에 착륙을 했지만 보딩 브릿지가 아닌 공항 바닥에 트랩으로 내려서니 7시 반이다. 케이프타운행 비행기 탑승시간이다. 트랜짓용 보안검색대로 거의 뛰다시피 가서 보안검색을 하고 출국장으로 올라서니 다행히 케이프타운행 연결 탑승구가 멀지 않다. 탑승은 시작됐지만 앞쪽 자리를 받은 나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서두르지 않았으면 연결 비행기를 타기에는 빡빡한 시간이다. 탑승시키는 항공사 직원이

'Happy new year!'

인사를 해서 새해가 된 것을 실감했다. 2020년 07시 50분에 케이프타운행 비행기에 올랐고 15H 좌석에 앉으면서 옆자리에 앉은 흑인 부부에게 'Happy new year!'라고 인사했다. 'Thank you, you too' 하며 그들이 환히 웃는다. 뚱뚱한 중년 부부지만 애정표현이 적극적이다. 손을 꼭 잡고 수시로 입과 볼을 마주댄다. 사랑은 저렇게 표현해야 되나 보다 라는 생각을 하는데 비행기 문을 닫는다는 어나운스먼트가 나온다. 정시 출발 시각보다 5분 늦은 08시 20분이다. 스마트폰으로 날아온 문자들을 점검하니 황열병, 뇌수막염, 리프트밸리 열병을 조심하라고 한다. 맞다, 여긴 아프리카다.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대륙 최남단 케이프타운으로 간다.


케이프타운까지 500km가 남았다. 한국시간으로는 1월 1일 20시 이곳 시간으로는 1월 1일 13시다. 인천공항에서 1월 1일 0시 20분 비행기를 탄 이후 20시간이 지났다. 아이스 아바바에서 갈아타기 위해 머문 1시간을 빼면 19시간 동안 비행기를 탄 셈이다. 비행기에서 주는 기내식은 3번 먹었다. 간식으로 준 간단한 샌드위치를 포함하면 4번 먹었다. 한국에서 에티오피아까지 13시간 에티오피아에서 남아공까지 6시간 걸린다. 오후 1시 40분 케이프타운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장을 나서니 여행사에서 보낸 운전기사가 내 이름을 적은 팻말을 들고 서있다. 따가운 날씨다. 공항 건물은 예상보다 깨끗하다. 마치 미국 남부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다. 거리도 마찬가지다. 시내로 들어가는 좌측에 즐비한 판잣집을 빼면 그렇다. 주변의 산들은 특이한 모습이다. 부드러운 모습이 아니라 불쑥 솟아올라 있어 험해 보인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좌측의 산이 데블스 피크다. 정상부에 구름을 두르고 있다. 악마처럼 생겼다고 해서 데블스 피크다. 데블스 피크를 돌아서니 유명한 테이블 마운틴과 라이언스 헤드가 보인다. 라이언스 헤드의 시가지 쪽으로 끝나는 지점은 시그널 포인트다.


공항에서 숙소인 아산티 게스트하우스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백패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다인실 침대 하나에 짐을 풀어놓고 숙소를 나섰다. 오후 4시 반이다. 날씨가 좋아 이 시간에 오르면 좋을 듯한 테이블 마운틴을 오르기 위해서다. 우버를 불러 타고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갔다. 공휴일이기 때문인지 차가 많이 막힌다.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이 많아 40여분 기다려야 탈 수 있었다. 케이블카는 5분 만에 정상까지 올라간다.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심상치 않다. 구름도 몰려와 전망을 볼 수가 없다. 바람을 피하려고 정상에 있는 카페에 잠시 머물다가 나오니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타려고 서 있는 줄이 엄청나게 길다. 반팔 티셔츠 차림이라 바람을 맞으니 체감온도가 거의 영하 수준이다. 몹시 춥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지 관리사무소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모포를 나누어 준다. 모포를 뒤집어 쓰고 있어도 춥다. 거의 두 시간 반을 기다려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다. 추위로 인한 극한 상황을 겪었다는 것이 맞을 정도다.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우버를 불러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 9시 반이 넘었다. 정상에 올랐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다. 저녁도 못 먹어서 숙소 식당에서 샌드위치와 맥주로 저녁을 대신했다. 2020년 1월 1일 아프리카에서 호된 입국신고를 한 셈이다.

2020. 1. 1

테이블 마운틴을 오르내리는 케이블 카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서 하산 케이블 카를 기다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