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에 없는 비자 신청서

2020. 1. 2.

by 이종호

영사관에 없는 비자신청서


함께 한방을 쓰는 젊은 친구들이 밤중에 나가더니 새벽 4시에 들어와 부산을 떨어 잠이 깼다. 11시 전에 잠이 들었으니 시차를 생각하면 많이 잔 셈이다. 한참을 깨어 있다가 다시 잠이 들어 6시가 넘어 일어났다. 아침은 7시 반부터다. 시리얼과 토스트를 먹고 설거지는 각자가 하도록 되어 있다. 어제 늦어서 샌드위치 하나와 맥주 한 병을 저녁으로 먹었더니 새벽부터 허기가 들었다. 토스트 두쪽과 콘프로스트 한 그릇 요구르트, 사과, 복숭아 한 개씩 그리고 수박 한쪽을 먹었다. 많이 먹어 포만감이 든다.


9시에 숙소를 나와 우버를 불러 나미비아 영사관으로 갔다. 우버 기사가 주소를 찍어 도착한 곳은 영사관이 아니다. 빌딩 안내원도 엉뚱한 곳을 알려줬다. 구글 지도로 주변을 한 바퀴 돌아 영사관을 찾았다. 비자를 받으러 왔다고 하며 비자 신청서 양식을 달라고 하니 신청서가 없다고 한다. 황당하다. 직접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하여 작성해서 오라고 한다. 어디서 다운로드를 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영사관 빌딩 건너편 약국으로 가라고 한다. 약국으로 갔더니 서류 다운로드는 안 된다고 하며 근처에 인쇄와 복사를 하는 가게를 알려준다. 그 가게에서 간신히 신청서를 다운로드하여 작성하였다. 다시 영사관으로 가서 하루 만에 발급해주는 급행 비자를 신청했다. 황당한 경험이다.


영사관을 나와 부둣가에 있는 시내 관광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구글 지도를 따라 걸어서 30분 정도 걸렸다. 먼길이라 우버를 부르는 게 나을걸 그랬다. 시내 관광버스 노선 여러 개 중에서 블루 노선을 탔다. 시 외곽을 도는 노선이다. 식물원과 와인투어 하는 곳을 들렀지만 내리지는 않았다. 항구가 있는 곳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부두를 잠시 들러본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왔다. 시내로 들어오는 도중 해변으로 난 도로에서 보는 경치가 아름답다. 버스에서 내려 시내 중심가로 걸어가 보니 토산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장을 벌려 놓고 있다. 토산품에는 관심이 없지만 노점상과 상인들이 사진 소재로 좋아 한 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토산품을 진열해 놓은 좌판이 원색으로 사진을 찍기에 좋다. 토산품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숙소로 들어와 샤워를 하고 빨래를 했다. 혼자 있으니 무료하다. 저녁식사도 해결할 겸 유명한 시그널 포인트의 석양을 보기 위해 다시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가까운 식당에서 스테이크와 와인으로 저녁을 먹고 우버를 불러 석양이 좋다는 시그널 포인트로 올라갔다.


해는 오후 8시가 되어야 진다. 여긴 여름이기 때문이다. 석양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다. 소문과는 달리 해는 구름 너머로 싱겁게 내려앉았다. 시그널 포인트로 올라가는 도로는 석양을 보러 온 사람들의 차가 엉켜 그곳에서는 우버를 부를 수도 없다.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걸어 내려와 한산한 곳까지 가서 우버를 불러 숙소로 돌아왔다. 아프리카에서 둘째 날이 저물었다. 숙소 베란다 벤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여행은 혼자라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


시내 투어버스에서 본 테이블 마운틴
시그널 포인트의 석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