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5.
가자! 아프리카 대륙으로
오늘은 트럭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여행자를 태울 수 있도록 개조한 도요타 10톤 트럭 무파로가 숙소 바깥에 대기하고 있다. 무파로는 현지어로 행복이란 뜻이다. 8시 반 짐을 싸서 트럭 화물칸에 싣고 좌석이 있는 상부로 오르니 내가 마지막 탑승자다.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하늘은 지난 며칠과 달리 구름이 잔뜩 끼여있다. 어젯밤에는 비가 왔다. 내가 타자 무파로는 케이프타운을 벗어나 남아공 서쪽 해안 도로를 타고 북상한다. 서쪽은 대서양이고 동쪽은 야트막한 구릉이 있는 평원이다. 차 안에서는 이번 여행의 가이드인 엠 모요가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설명한다.
케이프타운을 벗어날 즈음 쇼핑센터에 들러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식료품을 사서 트럭에 실었다. 가면서 먹을 양식이다.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한적한 길가에 무파로를 세웠다. 점심시간이다. 케이프타운을 떠난 지 4시간 정도 지났다. 트럭 옆구리 화물칸에서 식탁과 의자를 꺼내고 빵 샐러드 과일 등 준비한 음식물을 셰프인 마틴이 간단히 요리한다. 첫날부터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이 식사 당번이 되었다. 샐러드 재료를 씻고 방울토마토와 오이를 썰고 조그만 상추와 함께 버무린다. 오늘 점심은 튜나 샌드위치다. 참치 통조림을 따서 마요네즈를 넣고 잘 섞은 후 둥그런 빵에 넣어 샐러드와 함께 먹는다. 자두도 하나씩 먹을 수 있게 씻어 놓았다. 모두 접이식 의자를 펴고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다 먹은 접시는 물통에서 세제로 씻은 후 헹궈서 흔들어 말려 가지런히 놓는다. 첫 식사를 길가에서 간편하게 해결하였다. 트럭여행을 실감하는 점심이다. 앞으로 42일간 반복되는 일과 중의 하나이다. 특별한 여행 경험이다.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여행은 아닌 것 같다. 모든 것들이 영어로 진행되고 현지 음식을 먹어야 하고 각자가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처음 만난 여러 나라 사람들과 단체로 캠핑여행을 하는 것이다.
점심을 마친 일행을 싣고 무파로는 도로를 따라 나미비아 국경이 있는 북쪽으로 다시 올라간다. 창밖에는 멀리 험준한 산이 있고 산 앞으로 올리브와 여러 가지 과일을 재배하는 농장 지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엠 모요의 안내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 올리브, 포도, 오렌지, 자두, 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이 생산된다고 한다.
오후 2시 40분 트럭은 하이랜드 캠프 사이트로 들어섰다. 와이너리이자 캠프 사이트이다. 텐트를 치는 곳은 잔디가 깔려 있다. 엠 모요가 텐트 치는 방법을 시범으로 보이고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텐트를 쳤다. 텐트 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다. 폴대를 연결하여 텐트 바닥에 고정하고 텐트 지붕 부위를 들어 올려 사방에 있는 고리를 폴대에 끼우면 완성된다. 그러나 고리를 끼우는 것이 만만치 않다. 강철로 된 폴대를 잡아당겨 텐트의 고리에 끼우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나는 영국에서 기상관측소에서 일하는 피터와 한 조가 되어 텐트를 쳤다. 오늘부터 이 친구와 한 텐트를 쓰기로 했다. 캠프 사이트는 잔디가 잘 자라서 텐트 치고 지내기에 적합한 곳이다. 텐트를 치고 나니 재미있기는 하지만 이 나이에 이런 식으로 여행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배낭을 텐트 안에 넣고 밖으로 나와 그늘에 접이식 의자를 펴고 둘러앉았다. 11명이 다 모였는데 공동 화제가 궁하다.
5시가 될 때까지 기다려 와인 시음하는 곳으로 갔다. 시음에는 6가지 와인이 나왔다. 포도 품종에 따른 와인과 종류에 따른 와인이다. 와이트 와인부터 시작해서 피노타치 레드, 쉬라즈 레드, 로제, 스파클링, 마지막으로 도수가 가장 높은 아프리칸 버모스 순으로 시음했는데 마지막 잔에서 거의 취했다. 와인 시음 후 7시 반부터 저녁식사 시간이다. 주방장 마틴이 밥과 비프스튜 그리고 호박죽을 만들었다. 다들 맛있게 식사를 하고 둘러앉아 잡담을 나눈다. 8시 40분 주위가 어두워졌다. 이제 첫날 밤을 텐트에서 자야 할 시간이 되었다. 텐트로 들어가 슬리핑 백에 몸을 쑤셔 넣고 잠을 청한다. 오랜만에 텐트에서 자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