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피시리버 캐년으로

2020. 1. 7.

by 이종호

나미비아 국경을 넘어 피시리버 캐년으로


서울에서는 밤중에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씩 깨곤 하는데 캠핑 생활 중에는 밤중에 한 번씩 깨기는 하지만 소변은 안 본다. 어제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잠들었는데 5시 반에 일어났다. 한밤중에 잠시 깨도 바로 잠이 든다. 함께 텐트를 쓰는 피터는 6시가 되어야 일어난다. 짐을 꾸리고 피터가 일어나길 기다려 텐트를 접었다. 아침은 마틴이 팬케이크를 준비했다. 식사 후 한국인 4명을 제외한 7명이 옵션인 카누를 타러 갔다. 우리 한국에서 온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옵션에 참여하지 않았다.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고 있으니 한가하고 평화스럽다. 캠프 근처에 망고 과수원이 있어 엠 모요에게 망고를 먹을 수 있을지 물어보니 캠프 사무실에서 사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망고 하나에 5 란드이고 한 박스에 50 란드다. 몇 개를 사서 먹어보니 달고 맛있다. 그래서 한 박스를 사서 몇 개 먹고 카누 타러 간 친구들에게도 주려고 남겨두었다. 10시 반이 지나 카누 타러 간 친구들이 돌아왔다. 그 사이 점심도 준비하고 나미비아 입국서류도 작성하였다. 점심은 소시지를 넣은 핫도그다. 매번 메뉴가 다양해서 골고루 잘 먹는다. 오전 11시인데 이른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서는 와이파이도 안되고 심카드를 통한 데이터 연결도 안 된다. 하루도 안되어 답답함을 느끼는 걸 보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스마트 폰에 의존했는지 알겠다.


점심 후 무파로가 출발했다. 캠프 지역을 벗어나 국경 근처로 가서야 심카드를 통한 데이터 통신이 작동한다. 남아공 국경 출입국 심사대에 가서 출국 도장을 받고 경찰 파견대로 가서 출국 확인을 받은 후 다시 트럭에 올라 500m 정도 떨어진 나미비아 국경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입국허가를 받았다. 국경을 통과한 후 가까운 휴게소에 잠시 들러 무파로에 주유를 하고 일행은 음료수를 사서 마시거나 나미비아 심카드를 사서 끼운다. 나도 일주일 기한의 1GB짜리 심카드를 샀다. 40 나미비아 달러다. 주유를 마친 무파로가 나미비아 북쪽으로 난 도로를 향해 달린다. 도로 양쪽으로 광활한 나미브 사막이 펼쳐진다. 사막이지만 한가운데 넓은 포도밭이 있다. 강에서 물을 끌어다가 포도밭을 일구었다. 넓은 포도밭이 끝나는 지점에 대나무로 지은 집들이 빼곡히 있는 빈민촌 같은 마을이 있다. 포도밭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한다. 마을이 끝나는 곳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러 물을 사서 싣고 다시 출발하였다. 사막 한가운데로 나 있는 길이다. 차가 다니니까 길이지 다른 어떤 표시도 없다. 나미비아는 나미브 사막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리니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 이정표 아래에 자전거를 타고 여기까지 온 외국인 커플이 쉬고 있다가 무파로를 세운다. 커플 중 여자가 우리에게 물을 달라고 한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 넓은 사막을 자전거로 다니다니. 2리터짜리 물 두병을 건네줬다. 트럭은 우리의 목적지인 피시리버 캐년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계속 사막길을 달렸다. 얼마간 달리다가 끝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엠 모요가 차를 세우더니 내려서 부시부시 토일렛에서 볼일을 보거나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부시부시 토일렛은 정식 화장실이 아니고 가시덤불 사이에서 적당히 볼일을 보라는 말이다. 차에서 내린 곳은 사막 한가운데 동물들이 넘을 수 없게 울타리를 쳐 놓은 곳이다. 개인 소유의 지역이라는 표시로 울타리를 쳤다고 한다. 이렇게 넓은 사막을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유목과 사냥을 하던 원주민들에게 토지는 소유보다 공동의 터전이었는데 이곳을 강제로 점령하여 지배하던 유럽인들이 원주민을 쫓아내고 땅을 차지해 울타리를 쳤다. 부를 쌓는 것은 욕심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울타리가 쳐있기는 하지만 사막 풍경을 몇 장 찍었다. 엠 모요가 사막에 있는 가시덤불 같은 나무는 독이 많아 원주민들은 화살촉에 발라 동물을 잡는데 이용한다고 하며 만지거나 건드리지 말라고 한다. 가시에 찔리면 마비 증상이 와 동물들도 건드리지 않는단다. 척박한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독으로 자신을 보호하도록 진화해온 것이다.


이곳에서부터 캠프까지는 70km가 남았다. 사막길을 한 시간 더 달려 오늘 묵을 캐년로드하우스에 도착했다. 이 숙박시설은 피시리버 대협곡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묵는 곳이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피시리버 캐년을 둘러보러 가기 위해 무파로에 다시 올랐다. 피시리버 캐년은 오던 방향으로 30분 정도 가다가 우회전하여 10분 정도 더 들어가는 곳에 있다. 그랜드 캐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큰 대협곡이다. 멀리 들판에는 얼룩말이 보인다. 피시리버 캐년은 피시 리버가 흐르면서 땅을 침식시켜 만들어진 협곡이다 깊이가 550m 넓이는 26km 길이는 150km다. 협곡 동쪽의 절벽 끝을 따라 2km 정도 걸으며 협곡을 감상하는데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건너편 하늘이 붉게 물든다. 협곡 위 절벽을 걷는 길 마지막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협곡의 일몰은 그 붉은 기운으로 숨을 멎게 한다. 구름을 물들이던 해는 장엄하게 서쪽하늘로 사라지고 붉던 노을이 짙은 색의 어둠으로 휩싸일 때가 되어서야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무파로에 올랐다. 무파로는 무심히 먼지를 내뿜으며 어두워지는 길은 달리는데 시선을 아직도 붉은 기운이 남아 있는 서쪽 지평선에서 뗄 수가 없다. 어두워진 캠프로 돌아와 마틴이 준비해 놓은 닭다리 구이로 저녁을 먹었다. 나미브 사막에서 하루가 저물었다.


피시리버 캐년
피시리버 캐년의 일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