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중심, 세스림

2020. 1. 8.

by 이종호

사막의 중심 세스림


캠프 주변으로 산양을 닮은 오릭스가 다니고 밤새 자칼이 먹다 버린 닭다리 뼈를 뒤지느라 쓰레기통을 뒤집어 놓았다. 아침에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자칼과 마주쳤다. 사막 여우처럼 생긴 놈이다. 슬금슬금 피해서 사막 쪽으로 달아난다. 녀석이 닭다리를 탐내 밤새 쓰레기통을 뒤졌다. 캠프 사이트는 야생 동물이 수시로 다니는 지역이다. 아침식사는 오믈렛이다. 식사시간에는 접시에 음식을 담아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는다. 야외에서 준비한 보잘것없는 음식이지만 언제나 맛있다. 식사 후에는 누구나 자기가 먹은 접시를 닦아 흔들어 말린 후 가지런히 놓는다.


캠프를 떠난 무파로는 계속 북쪽으로 올라간다. 길가에 얼룩말과 기린이 보인다.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지만 너무 멀리 있어 300mm 망원 렌즈로도 프레임을 채울 수가 없다. 길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사막 한가운데 나 있는 비 포장도로다. 이 광활한 사막에 울타리를 쳐 영역표시를 해놓은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는 신이 된 것인가. 야생동물마저도 울타리를 넘을 수 없다. 거대한 협곡을 만든 피시 리버 상류는 물이 많지 않은 작은 강이다. 강을 건너는 다리 전후 일부 구간은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고 강 위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다리가 있다. 다리 직전에 내려서 부시부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걸어서 다리를 건넜다. 부시부시 화장실은 남자들에겐 대충 괜찮지만 여자들에게는 실로 난감하다. 여자들이 멀리 후미진 곳으로 사라진다.


이곳에서 베타니라는 마을까지는 다행히 줄곧 포장도로다. 베타니에는 우체국, 경찰서, 카페, 슈퍼마켓, 주유소가 있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작은 타운이다. 우체국에 들어가 보니 7-80년 전에나 쓰던 수화기를 들고 말하는 전화기가 있다. 주민들이 장거리 전화를 신청하면 연결하여 사용하는 전화기 같다. 편의점에서 콜라를 한 병 샀다. 서울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콜라지만 뜨거운 햇빛 아래서 마시는 콜라는 시원하고 상쾌하다. 콜라 맛은 어디나 같지만 아프리카에서 마시니 더 맛있나 보다. 베타니에서 음료도 마시고 물도 사고 잠시지만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무파로는 비포장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달린다. 캠프에서 떠난 지 5시간이 지난 12시 20분 길가 한적한 곳에 무파로를 세웠다.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샌드위치가 점심 메뉴다. 그렇지만 빵 사이에 넣는 재료는 날마다 달라진다. 오늘은 소시지와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다. 매일 먹는 샌드위치와 샐러드 물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 점심 후 또 사막으로 나섰다. 창으로 들어오는 먼지로 눈과 입이 칼칼하다. 오늘의 목적지인 세스림 지역까지는 출발지점부터 거의 600km 거리다. 두 시간 정도 달리다가 잠깐씩 쉬면서 부시부시 토일렛을 다녀온다.


나미브 사막은 엄청나게 크다. 이틀 동안 거의 900km를 달려왔는데 아직 끝이 가늠되지 않는다. 사막에 드물게 서 있는 나무에는 새들의 합동 거주지가 있다. 마치 새들의 아파트와 같다. 새들이 나무에 수십 개의 집을 한꺼번에 공동으로 지었다. 새집 입구는 땅을 향하도록 만들었는데 뱀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다. 각 새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벌집이 있다. 벌은 새집으로 침입하는 외부 침입자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새집은 벌집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해 준다고 한다. 서로 공생을 하는 것이다.


오후 5시 20분 10시간 만에 세스림 지구 소우사 오아시스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모래바람이 거세게 우리를 맞는다. 서둘러 텐트를 치는데 바람이 불어 텐트가 날린다. 팩으로 고정시키기 위해 돌로 팩을 치다가 잘못해 가운데 손가락을 건드려 피가 난다. 살짝 다쳤다. 피터가 알콤 솜으로 닦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피터는 응급약을 잘 준비해 왔다. 나는 일회용 밴드만 가지고 왔고 소독약이나 머큐롬 같은 건 안 가지고 왔는데 피터는 연고까지 가지고 다닌다. 캠프장은 사막 가운데 있고 모래바람이 심하다. 주변 멀리에는 바위산이 있다. 암석에 포함된 철분으로 인해 바위산이 붉은색을 띠고 있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석양을 받아 바위산이 더 붉게 빛난다. 이곳에서는 이틀 밤을 보낼 예정이다. 한 군데 오래 머물면 좋다. 텐트를 치고 걷는 수고가 덜어지기 때문이다.


사막에서 별을 보면 은하수가 보일 것 같은데 때마침 뜬 보름달 때문에 별들이 빛을 잃었다. 밤이 되어도 달빛으로 캠프장이 환한데 멀리 동물들이 지나다닌다고 하는데 무슨 동물인지 알 수가 없다. 달빛이 텐트 열린 곳으로 들어와 텐트 안도 환하다. 얼굴에 달빛을 받으며 잠을 청한다.


광활한 나미브 사막 한가운데 울타리가 쳐있다
세스림의 바위산이 석양을 받아 붉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