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0
북으로 달려 남회귀선을 통과하다.
오늘은 스와콥문트로 가는 날이다. 아침식사가 6시 반부터라고 하니 일찍 일어나야 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오니 달빛이 더 밝아진 것 같다. 캠프장 전체가 달빛으로 환하다. 사막 가운데에다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다시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했더니 5시에 깼다. 아침 메뉴는 프렌치토스트, 영국에서 온 캐롤라인이 울상이다. 뚱뚱해서 탄수화물은 전혀 섭취하지 않는 그녀로서는 먹을 게 없다. 마틴이 캐럴라인을 위해 후라이드 에그를 만들어 줬다.
7시에 전원 무파로에 탑승 스와콥문트로 출발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트럭에서 아프리카 마사지를 받는 날이다. 덜컹거리는 트럭 시트가 마치 안마의자 같다고 해서 아프리카 마사지다. 8시 20분에 솔리태에 도착했다. 이곳 휴게소는 애플파이가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휴게소 입구는 올드카의 잔해로 장식해 놓았다. 맛있다는 애플파이와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애플파이가 생각보다 푸짐하게 크다. 맛도 달지 않아서 소문대로 사막 한가운데서 먹는 애플파이가 맛있다. 다들 둘러앉아 애플파이를 나누어 먹으면서 모처럼 커피도 한잔씩 했다. 아침시간인데 사막의 태양이 뜨겁다. 선크림을 잘 챙겨 발라야 한다. 다시 무파로에 올라 9시 40분에 남회귀선에 도착했다. 동지에 태양이 최남단으로 내려오는 곳이다. 남회귀선 안내판 밑에서 바이크 여행족 몇 사람이 쉬고 있다. 우리 일행도 이곳에서 내려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직 스와콥문트까지는 200km 정도 남았다. 파란 하늘 아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도로에서 먼지를 뽀얗게 내며 덜컹거리며 무파로가 달린다. 사막지역이지만 위치에 따라 지형의 변화가 많다. 돌산과 모래밭 그리고 부시가 자라는 초원 다시 모래밭과 돌산으로 주변 경치가 변한다. 남회귀선에서 40분 정도 달리니 문랜드스케이프라는 협곡이다. 사막 아래 땅이 솟아올라 형성된 산들이 구들장 모양의 얇은 바위층으로 속살을 들어내고 있다. 구들장에 쓰면 좋을 얇은 판모양의 바위들이 널려 있는 도로 옆 낮은 산 위로 올라가 주변 경치를 둘러보았다. 돌과 모래로 된 땅에 가시덤불과 약간의 잡목이 자라는 사막에는 간혹 스프링복, 누우, 제브라, 오릭스, 자칼, 기린 같은 동물이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문랜드스케이프를 지나니 가시덤불만 있는 사막이다. 사방이 지평선뿐이다. 이런 모습의 사막은 대서양 연안의 항구도시인 왈비스 베이까지 이어진다.
12시 40분에 왈비스 베이에 도착했다. 마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막 가운데 있는 도시에 온 것 같다. 왈비스 베이는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 중 하나로 아프리카 남부의 내륙으로 들어가는 물동량을 처리하는 항구다. 제법 인구가 많은 곳이라 미국식 대형 쇼핑몰이 있다. 쇼핑몰 주차장에 무파로를 세웠다. 점심은 각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경용, 인철과 쇼핑몰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피자와 포크 립을 함께 시켜 먹고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아이스크림이지만 양이 많아 다 먹기에 부담스럽다. 이제 이곳 해변의 플라밍고 서식지를 거쳐 스와콥문트로 가면 오늘 여정은 끝난다. 이곳 대서양 바닷가에 플라밍고 서식지가 있다. 서식지로 가니 플라밍고들이 무리 지어 바닷가에 쉬고 있다.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큰 플라밍고 서식 지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철이 아니라 해변에 머무는 플라밍고는 많지 않다.
왈비스 베이는 큰 항구도시답게 사막에 많은 건물이 있고 주변 지역에 넓은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다. 무파로는 해안을 따라 스와콥문트로 가는 길을 달린다. 여기서부터는 잘 포장된 도로다. 한 시간 정도 걸려 스와콥문트에 도착했다. 스와콥문트는 나미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도시다. 스와콥문트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액티비티 센터다. 관광객들을 위한 옵션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액티비티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주고 희망하는 항목에 대한 신청을 받는다. 나는 스카이다이빙을 신청했다. 가격이 2800 나미비안 달러다. 한국 돈으로 28만 원 정도, 일생에 한번 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서 망설임 없이 신청하였다. 스카이다이빙외에 쿼드바이크 트립도 해볼까 생각 중이다. 쿼드 바이크는 사륜오토바이를 타고 두 시간 사막을 돌아다니는 액티비티다.
텐트가 아닌 센터 옆에 있는 롯지에 여장을 풀었다. 이곳 롯지에서 이틀을 지낼 예정이다. 이틀 동안은 텐트를 칠 필요가 없고 침대에서 지내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오후 7시까지는 자유시간이다. 러시아에서 온 아이랫과 해변으로 나갔다. 대서양의 험한 파도가 해변으로 몰려온다. 섭씨 18도에 바닷바람이 불어 추위를 느낄 정도다. 둘이서 해변을 한 바퀴 도는데 곳곳에 현지인들이 기념품으로 호객을 하고 있다. 친절하게 접근해 오는 이들을 조심하라는 주의를 여러 번 들었기 때문에 눈길도 주지 않고 피했다. 아이랫과 해변을 한 바퀴 돌고 숙소로 돌아와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함께 온 친구들이 수다를 떠는데 끼어들었다. 영국, 독일, 호주에서 온 젊은 친구들이 영어로 수다를 떨면 함부로 끼어들기 쉽지 않다. 놓치지 않고 들으려면 집중해야 하는데 그것 만으로 쉽게 피곤해진다.
오후 7시 저녁을 먹기 위해 무파로 모였다. 잠은 롯지에서 자지만 아침은 여전히 무파로 주변에서 만들어 먹는다. 점심 저녁은 각자 해결해야 한다. 오늘 저녁식사는 10분 정도 걸어 모요가 안내하는 나폴리타나 레스토랑으로 갔다. 메뉴를 보고 각자 주문하는데 나는 칼초네 베네치아노와 빈트혹 드래프트 비어를 주문했다. 이 식당에는 오릭스, 스프링복, 쿠드, 제브라 같은 야생동물로 만든 스테이크도 나온다. 야생동물을 먹는 것이 내키지 않아 파스타를 주문했다.
다들 자기가 주문한 요리에 빠져 든다. 맛있는 저녁이다.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 생일 케이크가 내 앞에 놓이면서 다들 생일 축하노래를 부른다. 어제가 내 생일이었는데 오늘 축하파티를 해준다. 이어 식당 한켠에서 아프리카 전통 노래를 부르는 팀이 노래 불러준다. 연이어 3곡을 불러주는데 손님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이 대단하다. 내 생일 축하이니 내가 가만있을 수 없다. 앞으로 나가 함께 춤을 추고 감사의 팁도 건넸다. 생일 축하한다며 아이랫이 보드카를 한 잔 사주고 캐롤린도 예거마이어를 주문하며 생일 축하로 사는 것이니 부담 없이 마시라고 한다. 나도 남자 친구들에게 예거를 한 잔씩 돌리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음료를 한잔씩 돌렸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케이크를 나누어 먹고 웃고 떠들다가 숙소로 들어가려는데 피터가 2차 가자고 바람 잡는다. 바로 옆에 있는 바로 따라가 맥주와 칵테일을 몇 잔을 더 마셨다. 바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신나게 논다. 생일이라고 피터와 제이크가 한 잔씩 더 샀다. 자정이 되어어서야 제인, 캐서린, 피터만 남기고 제이크와 난 숙소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