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1.
하늘에서 대책 없이 떨어지다.
텐트에서 자다가 방에서 자니 잠을 더 편안히 잘 것 같은데 어제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새벽에 깨서 한참 뒤척거리다가 깊은 잠을 못 잤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여 있다. 스카이다이빙 하는 날인데 구름이 많으면 어쩌지 걱정하며 무파로가 주차된 곳으로 가서 토스트와 후라이드 에그로 아침을 먹었다. 오전 10시로 예정된 스카이다이빙을 나서려고 준비를 하는데 날씨가 흐려 오후 2시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갑자기 오전에 할 일이 없어져 어제 고민하던 쿼드 바이크를 1시간짜리로 신청해서 탔다. 1시간에 450 나미비아 달러다. 나를 포함 중동에서 온 커플 이렇게 3명이 가이드를 따라 헬멧을 쓰고 쿼드 바이크를 몰고 사막으로 나갔다. 사막에는 쿼드 바이크가 다니는 길이 정해져 있었다. 다른 팀들도 그 길을 따라 바이크를 타고 다닌다. 바이크는 자동으로 세팅되어 있어서 기어를 바꿀 수 없고 브레이크와 악세레이터만 조정할 수 있다. 안전문제로 최고 속도를 제한해 놓은 것이다. 사막의 모래밭에서 달리는 바이크는 예상했던 것보다는 익사이팅한 맛이 없다. 길을 벗어나거나 오르막에서는 바퀴가 쉽게 모래에 박힌다. 중동에서 온 커플은 그나마 속도를 내지 못해 빨리 달릴 수가 없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잠시 쉬면서 가이드가 모래언덕에서 펼치는 묘기를 잠시 감상한 후 액티비티 센터로 돌아왔다. 한 시간만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점심때가 되었는데 전혀 배가 고프지 않다. 무얼 먹을까 하다가 인철, 경용이와 함께 해안으로 가는 길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우유와 빵을 사 가지고 바닷가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별로 식욕이 없던 터라 한 개의 빵을 다 먹지 못했다. 바닷가에 앉아 있으니 한낮의 햇볕은 따가운데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잠시 바닷바람을 쐬며 벤치에 앉아 있다가 숙소로 돌어왔다. 해변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스와콥문트 거리는 조용하다. 가이드가 대도시는 위험하다고 해서 항상 조심하는데 길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으니 특별히 조심할 것도 없다. 스카이다이빙이 2시로 정해져 시간 맞추어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스카이다이빙 회사의 승합차가 왔다. 각 호텔에서 픽업한 지원자들을 시내 스카이다이빙 사무실로 데리고 간다. 승합차에는 멕시코에서 온 중년의 부부가 타로 있다. 우리는 나와 경용, 기슬 3명이 신청해서 함께 탔다. 스카이다이빙 사무실로 가니 계약서를 쓰고 2800 나미비아 달러를 받는다. 일체의 위험은 본인에게 있다는 서약서도 받는다. 사무실에서 있던 스카이다이빙사 직원이 생일 기념으로 스카이 다이빙한다고 우리와 합류했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6명이 승합차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 있는 조그만 비행장으로 갔다.
세스나 경비행기가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고 대기소 모니터에는 다이빙 순서와 시간을 알려주는 안내문이 떠 있다. 대기소에서 주의사항을 듣고 두 사람씩 차례로 복장과 장비를 갖춘 다음 소형 세스나 기에 타고 이륙한다. 세스나 기는 비행장 주위를 한 바퀴 돈 후 고도 3000m까지 올라간다. 올라가는 시간이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비행기가 적정 고도에 도달하자 비행기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자마자 대책 없이 공중에 뚝 떨어진다. 아차 하는 순간에 몸이 공중에 있다. 하늘을 날고 있는 느낌으로 두 팔을 편다. 정말 떨어진다는 느낌보다는 날고 있는 느낌이다. 구름이 살짝 끼여 있고 고도가 높다 보니 밑을 봐도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 사진사도 거의 동시에 낙하해서 낙하산을 펴기 전까지는 코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함께 낙하를 한다.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데 사진사도 나도 하늘을 날고 있다. 비행기에서 떨어진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자 낙하산을 편다. 낙하산을 펴니 위에서 낚아채는 느낌으로 공중에 멈추는 것 같다. 낙하산이 펴지자 사진사는 아래로 엄청난 속도 멀어져 간다. 그 속도를 보니 그제야 떨어지는 속도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사진사는 프로 다이버라 지상에 더 가까이 간 후 낙하산을 편다. 낙하산이 펴진 후부터는 함께 뛰어내린 다이버가 낙하산을 조정하며 속도와 방향을 잡는다. 낙하산을 띠라 좌우로 날며 지상으로 접근하는데 낙하산을 펴지 않았을 때는 편안하게 날아가는 느낌이었는데 낙하산을 펴니 불편하고 어지럽다. 활주로에 내려앉으니 갑작스러운 고도 변화로 귀가 멍하다. 일생에 한번 해볼 스카이다이빙을 나미비아 스와콥문트에서 했다.
다이빙을 하고 숙소로 들어오니 다들 어땠냐고 난리다. 잠시 쉬었다가 저녁식사를 하러 일행들과 해변에 있는 Jetty 1905로 갔다. 1905년에 대서양 ㅇ바다 가운데 식당을 짓고 100m 길이의 연결 구조물 만들어 놓았다. 해산물 요리가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대서양에서 채취한 생굴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매일 무파로에서 만들어 먹다가 제대로 된 식당에 오니 다들 어떤 요리가 좋을까 하며 메뉴를 열심히 들여다본다. 나는 생굴과 등심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후식으로 아포가토를 디저트로 먹었다. 아보카도는 서울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형편없다. 다들 즐겁게 떠들다가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