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맨이 그린 명화를 감상하다.

2020. 1. 12.

by 이종호

부시맨이 그린 명화를 감상하다.


오늘은 스와콥문트를 떠나는 날이다. 지난 이틀 동안 스와콥문트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9시에 숙소를 출발했다. 같은 숙소에서 ATC 케이프타운행 팀이 함께 지냈는데 그 팀은 오늘 우리보다 한 시간 먼저 출발했다. ATC는 트럭킹팀을 케이프타운에서 빅폴까지 왕복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빅폴에서는 나이로비로 왕복 운행하고 있다. 케이프타운에서 나이로비로 한 팀이 가는 것이 아니다. 나를 제외한 우리 팀 모두는 케이프타운에서 출발하여 빈트혹이나 빅폴에서 여행을 마무리한다. 나는 혼자 케이프에서 나이로비까지 가므로 빅토리아 폭포(빅폴)에서 나이로비로 가는 다른 ATC팀과 합류해야 한다.


스와콥문트를 출발한 무파로는 남동쪽으로 달리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2시간 반 정도 달리니 사막 한가운데 거대한 바위산이 솟아있다. 스피츠코프산이다. 해발 1728m이고 바닥에서는 728m 솟아있다. 국립공원으로 관리되는 곳이다. 입장료를 내고 산 밑으로 바짝 다가서니 바위가 움푹 들어간 곳에 부시맨의 벽화가 있다. 상주 안내원이 우리에게 벽화에 대해 설명해준다. 벽화는 2000~3000년 전에 이곳을 다니던 부시맨들이 사냥감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그렸다고 한다. 이 지역에는 표범이 살고 있는데 요즘은 가물어서 초식동물이 모이지 않아 표범이 안 보인다. 비가 옛날보다 많이 오지 않아 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관광수입과 근처에 있는 광산에서 일해 생계를 유지한다.


1km 정도 걸어 무파로가 주차해서 점심을 준비해 놓은 바위산 밑으로 갔다. 점심은 얇은 밀가루 전병에 소고기 볶은 걸 싸 먹는 멕시칸 스타일이다.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바로 옆에 있는 바위산에 올랐다. 야트막하긴 하지만 엄청난 크기의 바위다. 옛날 마그마가 솟아올랐는데 수십만 년 태양과 바람과 비에 시달려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자연이 만든 조각상이다. 엄청난 시간이 흐르면서 햇빛과 바람으로 조금씩 모습을 다듬은 바위산은 앞으로도 긴 시간을 그 자리에서 아주 조금씩 모습을 바꾸며 남아 있을 것이다. 먼 옛날 부시맨이 이곳에 나타나 바위에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던 그때 이후 우리가 방문한 지금까지의 몇천 년의 시간은 바위산이 견뎌온 시간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다. 바위산에 잠시 앉아 자연의 시간에 비하면 찰나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스피츠코프산을 떠나 무파로는 북쪽을 향해 2시간 반을 달려 4시 조금 넘은 시간에 브랜드버그 산 아래 캠프에 도착했다. 브랜드버그 산은 나미비아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해발 2606m이다. 이곳은 우이스라 불리는 지역으로 한때 광산이 번창했지만 지금은 사양길이고 이곳에서 나는 질 좋은 흙으로 벽돌을 찍어 나미비아 전역에 공급하고 있다. 캠프에서 텐트를 치고 수영장 옆 선탠용 침대에 누워 맥주를 마시며 이태리 가곡을 듣고 있으니 힘든 여행의 피로가 풀린다. 오늘은 스와콥문트에서 비포장길 230km를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


저녁식사는 7시 반부터다. 마틴이 오늘 식사 당번은 5시 반까지 모이라고 했지만 나는 오늘 쉬는 날이다. 샤워를 하고 읽던 아프리카 역사책을 계속 읽었다. 현존 인류의 조상인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아메리카와 마찬가지로 유럽 사람들에게 혹독하게 착취당한 결과가 오늘날의 아프리카이다. 아메리카 대륙은 주인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반해 그래도 아프리카는 현대에 들어 독립을 통해 원주민들에게 자치권이 대부분 돌아갔지만 부족 간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국경과 식민통치의 잔재로 인해 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나 무수한 민간인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어 안타깝다. 수많은 부족들을 통해 전해지던 다양한 문화와 언어도 유럽인들이 통치로 많이 사라졌다. 근대 유럽인들이 두 대륙에서 행한 잔인한 식민통치와 강제적인 노예 매매로 인류의 역사가 많이 왜곡되었다는 생각이다.


오늘 저녁식사는 티본스테이크다. 마틴에게 내건 미디엄 레어로 구워달라고 했다. 한꺼번에 굽는 스테이크를 미디엄 레어로 맞추기는 힘들겠지만 마틴은 웃으며 '오케이' 한다. 여행 와서 거의 매일 고기를 먹고 있어 고기가 부담스러워진다. 고기는 반만 먹고 함께 나온 옥수수와 고구마를 먹었다. 어두워지면 할 일이 없어진다. 함께 온 다른 친구들은 바에 술을 마시러 갔다. 텐트 안에 켜 둔 모기향을 끄고 슬리핑백으로 몸을 쑤셔 넣으며 내일은 어떨까 기대해 본다.


자연은 긴 시간동안 마그마를 이렇게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듬어 놓았다.



자연이 만든 바위구멍을 통해본 스피티코프산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