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드러낸 힘바족 여인들

2020. 1. 13.

by 이종호


가슴을 드러낸 힘바족 여인을 만나다.


독일 식민지였던 나미비아는 독일식 이름을 쓰는 곳이 많다. 브란드버그 산도 독일식 이름이고 수도인 빈트훅도 독일식 이름이다. 8시에 캠프를 나서 도로에 올라섰다. 도로 주변은 여전히 야트막한 산으로 된 사막이다. 이제는 사막 생활에 익숙해진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입안에 모래가 씹힐 때도 있다. 어젯밤에는 자고 있는데 열린 텐트 창으로 비가 들어와서 깼다.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얼른 일어나 텐트 창을 닫았는데 바깥에서 엠 모요가 다니면서 텐트 비막이를 덮으라고 한다. 비막이를 덮고 들어와 누웠는데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이 오지 않는다. 두고 온 서울 생각이 꼬리를 문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아침 6시 반이다. 서둘러 일어나 짐 정리를 하고 비 맞은 텐트를 걷었다. 텐트에서 함께 자는 피터는 아침잠이 많아 언제나 나보다 늦게 일어난다. 아침메뉴는 스크램블과 토스트다. 출발한 지 10일째 되는 날인데 모두 식욕이 왕성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캠프에서 도로를 따라 몇 백 미터 가니 힘바 마켓이 있다. 힘바족이 전통복장으로 길가에서 기념품을 파는 곳이다. 힘바족들은 여자나 남자나 아랫도리만 가린다. 여자들도 가슴을 다 들어내고 생활한다. 힘바 마켓에서도 젊은 여인들이 가슴을 들어낸 채로 기념품을 팔고 있다. 아이들도 거의 벗은 채 주변에서 놀고 있다. 마켓 바로 뒤가 힘바족 마을이다. 기념품은 짐이 될 것 같아서 살 수가 없다. 나미비아 달라도 다 써서 없다. 애들이 먹을 걸 달라고 하는데 간식거리를 준비하지 못해 아쉬웠다. 아이 엄마들은 아이를 옆구리에 안고 다닌다. 조금 큰 아이들은 흙바닥에서 놀고 있다. 일행 중 몇 사람은 선물을 사고 어떤 이들은 아이들을 안아준다. 아이들이 외국인들에게 쉽게 안기는 것을 보니 귀엽기도 하지만 측은한 마음도 생긴다. 상의를 안 입은 여인들의 모습을 보니 여기가 아프리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마을로 들어가 이들이 사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지만 잠시 머물렀다 가야 하기 때문에 마을까지 들어갈 시간이 없다.


힘바 마켓에서 30분 정도 거리에는 헤레로 마켓이 있다. 이 지역은 힘바족과 헤레로족이 살던 지역이기 때문에 두 부족을 다 볼 수가 있다. 힘바족과는 달리 헤레로 족은 화려한 색의 옷을 차려입은 여자들이 기념품을 팔고 있다. 사진을 찍으려면 기념품을 사야 하는데 별로 살만한 것이 없다. 멀리서 사진 몇 장 찍고 무파로로 돌아왔다. 이들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인상이 굳어지며 돈을 달라고 한다. 돈을 안 주려면 기념품을 사야 한다.


헤레로 마켓을 지나니 아스팔트 포장길이 나온다. 승차감이 한결 좋아졌다. 길가에는 가시덤불만 자라던 시막이 사라지고 제법 나무가 많은 초원이다. 멀리 산에도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옷초라는 타운에 도착했다. 12시 10분이다. 슈퍼마켓에서 에토샤에서 마실 물과 필요한 것들을 샀다. 에토샤는 관광지라 많이 비싸다고 한다. 슈퍼에서 쇼핑을 마치고 인근 캠프장으로 옮겨 점심을 만들어 먹었다. 점심 메뉴는 파스타다. 시원한 수박도 나왔다. 자기 임무에 익숙해진 당번들이 알아서 움직이니 식사 준비나 뒷 마무리가 순조롭다. 점심을 마치고 나니 오후 2시, 에토샤 국립공원으로 출발이다.


길가에는 개미들이 사람 키만큼의 높이로 지어 올린 테마이트힐이 많이 보인다. 크기가 5mm인 개미가 흙을 물어 옮겨 사람 키만 한 구조물을 지었으니 사람 키를 170cm로만 봐도 건물로 치면 1200m 높이의 건물을 장비 없이 지은 셈이다. 자연은 신비하다. 초원의 지평선 한쪽 부분에서 하늘로 솟은 검은 구름 아래로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이 보인다. 비가 오는 곳과 오지 않는 곳의 구분이 뚜렷하다. 이곳은 지금이 우기인데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걱정이라고 한다. 세계 어디서나 이상 기후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경을 무시한 인간들에게 인과응보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가 무심하게 저지르는 일들이 우리 후손들에게 재앙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오늘을 초원 곳곳에서 비가 오고 있다. 우리가 탄 무파로에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비를 맞으며 무파로는 달려 옷초를 떠난 지 1시간 20분 만에 탈레니 에토샤 캠프에 도착했다. 캠프가 있는 곳은 괜찮지만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끼여있고 초원에는 부분적으로 오는 곳도 있다. 탈레니 캠프는 에토샤 국립공원 입구에 있다. 캠프에서 텐트를 치고 난 후 샤워를 하고 빨래를 했다. 비가 올 것 같지만 이곳에서 이틀을 지내니 미리 빨래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빨래를 하고 옷쵸의 마켓에서 산 올드브라운이라는 술을 아이랫과 나누어 마셨다. 아이랫이 좋은 술이라고 특별히 추천해서 산 술이다.


저녁식사는 7시부터다. 내가 식사 당번이라 마틴을 도와서 파스타면을 삶았다. 삶은 면에 소고기 다진 것과 토마토케첩으로 만든 소스를 얹어 다들 맛있게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둘러앉아 엠 모요가 힘바족과 하라레족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을 듣는다. 두 부족은 힘을 합쳐 독일과 남아공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싸웠고 서로 언어는 다르지만 서로 의사소통은 한다고 한다. 결혼은 남자가 소 10 마리 값을 지불하고 여자를 데리고 오는데 능력만 있으면 여러 명의 여자를 아내로 삼을 수 있다. 힘바족 여자들은 상의를 입지 않고 가슴을 드러내 놓고 다니는데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하라레족은 일부다처제는 같지만 여자들은 머리에 큰 뿔을 달고 크고 화려한 옷을 입는다. 내일은 아침식사가 6시부터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힘바족 여인들이 가슴을 들어낸 채 아이를 안고 기념품을 팔고 있다.


힘바 여인들과는 달리 헤레로 여인들은 성장을 하고 머리에는 뿔을 달고 보자기로 덮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