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사자를 만나다.

2020. 1. 14.

by 이종호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사자를 만나다.


이른 아침식사를 마치고 무파로를 타고 나서는데 초원 위로 해가 솟아오른다. 국립공원 입구까지는 무파로를 타고 가서 4x4 짚으로 갈아타고 공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오전 6시 반부터 에토샤 공원에서 동물을 찾아 나서는 우리에게 사파리 투어로 잘 알려진 게임 드라이브가 시작되기 된다. 에토샤에서는 코끼리, 사자, 표범, 코뿔소 이 4 종류의 동물을 Big4라고 한다. 다른 초식동물과 작은 동물이 많지만 게임 드라이브는 이 4종류의 대형동물에게로 초점이 맞춰진다. 원래 사냥을 게임이라고 했기 때문에 게임 드라이브라고 하는데 지금은 사냥이 아니고 구경이니까 사파리 투어가 맞는 표현이다. 옛날부터 사냥할 때 쓰던 게임 드라이브를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빅 4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생동물을 자연 상태에서 볼 수 있어서 4x4 짚을 타고 야생상태가 보존되고 있는 국립공원을 돌아다니는 게임 드라이브가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관광상품이다. 이번 에토샤 공원 게임 드라이브는 옵션으로 1050 나달이다. 지금 같은 우기에는 동물들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건기에는 초원에 물이 없어 동물들이 물이 고여있는 워터홀로 물을 마시러 오기 때문에 워터홀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동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우기에는 초원 곳곳에 물이 있어 동물을 찾으러 다녀야 한다.


에토샤 국립공원은 넓이가 22,000평방 km이다. 사방이 지평선만 보이는 넓은 초원으로 동물들이 서식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사방이 열린 짚을 타고 동물을 찾아다니는데 가장 많이 보이는 동물은 기린과 영양의 일종인 임팔라, 누우 정도이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우측에 수사자 한 마리가 초원에 엎드려 주위를 살피고 있다. 사자를 쉽게 만나다니 운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 거리가 멀어 줌 렌즈로 최대한 당겨 찍어도 사자의 표정을 잡기는 어렵다. 사자는 아침저녁 두 시간 정도만 사냥을 하고 하루 종일 낮잠을 잔다고 한다. 사냥은 암사자가 하며 수사자는 자기 영역을 지키면서 무리를 보호하는 일만 한다. 우리가 만난 수사자도 가만히 엎드려 주변을 둘러보기만 하고 있다. 다른 사자 가족들은 나무 밑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처음 본 사자에 일행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공원 내에서는 떠들거나 과도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 동물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들 조그만 소리로 말을 주고받는다. 다시 다른 동물을 보기 위해 초원으로 난 길로 짚이 나간다. 길 곳곳에는 어제 내린 비로 웅덩이가 생겼다. 길가에서 만난 앙징맞게 생긴 아프리카 꿩은 지프차가 다가가도 태연히 바라보다가 쾍쾍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조금 더 가니 기린 6~7마리가 길가에서 나뭇잎을 따먹고 있다. 기린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니 신기하다. 몸통에 있는 무늬 색갈이 진한 놈일수록 나이가 많다고 한다. 수놈은 머리에 큰 뿔이 있다. 임팔라는 귀엽게 생겼다. 암놈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무리를 이끄는 수놈과 경쟁에서 져서 쫓겨난 수놈은 혼자 다닌다. 혼자 다니면 맹수의 좋은 표적이다. 이곳 임팔라는 사자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이다. 맹수들이 주변에 있어도 임팔라는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오전 내내 우리가 만난 동물은 사자, 기린, 임팔라, 얼룩말, 타조, 꿩, 자칼, 누우 정도다. 빅 4라고 불리는 사자, 표범, 코뿔소, 코끼리 중에서 사자만 멀리서 본 셈이다.


초원의 동물을 구경하기 좋은 시기는 건기인 7월에서 10월까지이다. 어제 온 비로 생긴 웅덩이로 짚이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많다. 웅덩이를 피하기도 하고 흙탕을 감수하며 지나가기도 한다. 짚은 기본적으로 정해진 길로 다녀야 하며 오프로드를 하면 안 되는 것이 공원 규정이다. 공원 내에 휴게소 겸 캠프장이 있는 오카 쿠유에서 아침에 각자가 만들어 간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아침에는 추워서 사방이 열린 찦차에서 모포를 뒤집어쓰고 다녔었는데 대낮이 되니 날씨가 뜨겁다. 아프리카라도 아침저녁으로는 춥기 때문에 보온용 옷이나 바람막이를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 한다. 점심을 먹고 다시 게임 드라이브에 나섰다. 빅 4중의 하나인 코뿔소가 멀리서 풀을 뜯고 있다. 거리가 너무 멀어 망원 줌렌즈로 당겨 보니까 코뿔소의 모습을 알 수 있다. 멀어서 사진은 만족할 정도로 찍을 수 없다. 코뿔소는 검은코뿔소와 하얀 코뿔소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본 놈은 검은 코뿔소다. 2013년 이후 개체수 급격히 줄어 공원관리소에서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코뿔소와 한 떼의 누우를 만난 뒤 다른 동물을 만나지 못한 채 공원을 돌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드라이브 차가 사자가 있다고 위치를 알려준다. 급히 사자가 있다는 쪽으로 달려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세찬 빗줄기로 바뀐다. 비는 점점 더 거세게 내리고 지평선에서는 번개가 수없이 초원으로 내리 꽂히며 엄청난 천둥을 몰고 온다. 비닐 천막을 내려도 비는 차 안으로 들이친다. 다들 옷이 젖는데 어쩔 수가 없다. 우리 가이드는 비가 오는 중에도 사자가 있다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간다. 빗속에서 사자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수사자 한 마리와 암사자 두 마리 그리고 새끼 4마리가 있다. 암사자 두 마리가 새끼 4마리를 데리고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고 수사자는 근처 나무 밑에 앉아 주변을 살피고 있다. 암사자 중 한 마리가 가끔씩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는데 녀석의 송곳니 하나가 없다. 송곳니가 없으니 사냥할 때 어려움이 많을 듯하다. 새끼들은 엎드려 있는 암사 자위를 오르내리며 장난을 친다. 어린 동물은 맹수지만 귀엽다. 빅 4중 하나인 사자를 10m가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으니 오늘은 운이 좋은 셈이다.


사자를 보며 사진을 찍는 사이 비도 그쳤다. 오후 4가 거의 되었다. 드라이브를 마무리하기 전에 에토샤 팬에 들러 47300평방 km의 광활한 팬의 광경을 보았다. 에토샤 팬은 20여 년 전에는 물이 고인 커다란 호수였는데 가뭄으로 인해 물이 다 말라 지금은 흰색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따금 큰비가 오면 물이 고이기는 하지만 호수로서 역할은 끝났다고 한다. 에토샤 팬을 보고 아침에 출발한 공원 정문으로 오는데 오릭스 한떼를 만났다. 비가 온다고 좋다는 표시로 서로 몸 싸음을 하고 있다. 또 근처에서 암사자 한 마리가 워터홀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드라이브를 마치고 캠프로 돌아오니 5시 20분이다. 저녁식사는 7시부터다. 와이파이가 안 터져서 식사 후 어스름한 가운데 1km 나 떨어진 바로 갔지만 그곳도 와이파이는 불통이다. 바에서 잠시 머물다 달빛도 없는 깜깜한 캠프의 작은 길을 헤드램프에 의존해 텐트로 돌아오는데 정글 속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 들었다. 램프 비친 길 위에는 말똥구리가 자신의 몸보다 큰 말똥을 굴리며 길을 건너고 있다. 소득 없이 텐트로 돌아와 눅눅해진 슬리핑백으로 들어간다. 아프리카 대륙 한구석에서 또 하루가 지나갔다.


암사자와 새끼들, 암사자의 송곳니 하나가 없다.


공원에서 나뭇잎을 먹고 있는 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