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동물을 찾아서

2020. 1. 15.

by 이종호

더 많은 동물을 찾아서


오늘은 이동이 많지 않고 에토샤 공원 내로 이동해서 오카쿠유에 있는 워터홀 근처에 텐트를 친다고 엠 모요가 알려줬다. 이동이 거의 없어 시간 여유가 많은 날이니 아침 몇 시에 출발하는 게 좋을지 우리에게 정하라고 한다. 다들 가능하면 일찍 출발해 동물을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6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서 아침을 6시에 먹고 공원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짚이 아니고 무파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한다. 이곳 에토샤 공원은 다른 공원과는 달리 관광버스도 공원 내 출입이 가능하다. 무파로를 몰고 공원 이곳저곳을 다니는데 어제와 마찬가지로 스프링복, 얼룩말, 임팔라 등 초식동물들은 많이 보인다. 오늘도 멀리 나무 아래에 누워있는 사자 두 마리를 발견했다. 사람들은 이제 사자에는 환호를 하지 않는다. 빅 4중 표범과 코끼리에만 관심이 많은데 이 두 동물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곳 에토샤 공원의 코뿔소 개체수가 2000년대에 들어 급감한 이유는 중국 사람들 때문이다. 중국에서 코뿔소 뿔이 한약재로 인기가 있어 현지인으로부터 비싸게 사들이면서 매년 수천 마리의 코뿔소가 희생당했다. 인간의 욕심이 코뿔소를 멸종위기로 내몬 것이다. 중국사람들이 돈을 싸들고 와 현지인들에게 코뿔소 뿔을 수집해 오라고 하니 하룻밤에만 수십 마리의 코뿔소의 뿔이 사라졌다. 나미비아 당국에서 사냥 금지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밀렵이 끊이지 않았다.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코뿔소를 멸종 위기로 내몰았다.


비가 많이 와 공원은 풀과 나무가 우거져 녹색으로 가득하다. 건기에는 풀이 없어 모래바닥인데 우기에 접어든 지금은 녹음이 우거지고 풀이 한 뼘 정도 자랐다. 우기가 한창인 3-4월이 되면 풀이 사람 키만큼 자란다고 한다. 지금이 동물에게는 가장 살기 좋은 때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숲이 우거져 동물을 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투덜거린다. 동물 입장에서 보면 적반하장이다. 인간은 지구를 자기네 낙원이자 지옥으로 만들었다. 인간이 무슨 권리로 동물들이 나름의 법칙을 지키며 공존하고 있는 지구를 인간만 살기 편한 곳으로 만들어 버렸는가. 인간은 신과 닮았다고 하며 함께 살아야 하는 모든 동식물들에게 신 노릇을 하고 있다. 사육과 재배 그리고 남획으로 동식물의 개체수를 인간에게 편리하게 조절해버려 자연의 균형이 깨진 지 오래다. 인구의 급증으로 이제 이런 현상을 돌이킬 수 없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인간들로 인한 지구의 종말은 점점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류가 최초로 시작된 아프리카는 더 이상 그때의 아프리카가 아니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물이 넘치던 곳은 물이 말라버렸고 대륙의 절반이 모래뿐인 사막이 되엇다. 20만 년 전 생각하는 유인원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나고 7만 년 전 그들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모든 대륙으로 퍼져나가 그들의 후손인 인간이 지구 상 모든 대륙에서 살게 되었다. 유럽 대륙에서 살게 된 인간들이 근대에 들어 그들 조상의 땅인 아프리카를 잔인하고 참혹하게 짓밟고 제멋대로 분할하고 통치함으로 인해 아프리카는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다양한 부족의 문화와 언어는 지배자의 언어와 문화로 많은 부분이 대체되었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사냥과 다름없는 납치로 15세기 이후 5000만의 아프리카인들이 노예로 유럽과 아메리카로 팔려 나갔다. 그 결과 유럽과 아메리카도 아프리카계 사람들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앞으로도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한낮으로 가면서 기온이 올라가고 동물들의 움직임이 없다. 더위를 피해 숲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다. 동물들이 보이지 않으니 무파로는 에토샤 판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건조화로 인해 거대한 호수가 하얀 진흙으로 덮인 사막처럼 변해버렸다. 에토샤는 광활하고 넓은 초원이란 뜻의 현지어다. 광활한 초원에 자리한 47000여 평방 km의 호수는 이제 더 이상 호수가 아니다.


오카쿠유로 돌아와서 텐트를 치고 참치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 드라이브는 3시 반부터 하기로 하고 각자 휴식에 들어간다. 일부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일부는 레스토랑에서 와이파이 바우처를 사서 외부 세상과 연결을 한다. 와이파이가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와이파이가 안 되는 지역에 가면 다들 할 일이 없어진 사람들 처럼된다. 앞으로 인간의 진화에는 와이파이와 같은 IT와 AI가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3시 반에 트럭을 타고 드라이브를 나갔다. 코끼리를 볼까 하고 기대를 하고 나갔으나 역시 코끼리는 보이지 않는다. 코끼리는 우기가 되면 더 좋은 풀을 찾아서 대륙 깊숙이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가 앞으로 갈 초베나 세렝게티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오후 늦은 시간이 되니 초원에는 얼룩말, 임팔라, 스프링복들이 나와 풀을 뜯고 있다. 어디선가 사자가 사냥을 나설 법도 한데 사자의 사냥 모습은 볼 수없다. 최고의 멋진 장면은 기대 만으로 끝났다. 6시 반이 되어 캠프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7시부터 저녁식사시간이다. 마틴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굽고 있는데 냄새가 좋다. 소고기를 많이 먹었으니 오늘은 모처럼 돼지고기를 먹기로 했다. 아프리카에서 돼지고기는 소고기보다 인기가 없다. 저녁식사 후 오카쿠유 워터홀로 물 먹으러 온 동물을 보러 갔다. 워터홀에는 동물은 없고 석양만 아름답다. 주변은 온통 모기가 잉잉거린다. 반바지를 입은 종아리가 근질거린다. 모기퇴치제를 발랐지만 모기들이 달려든다. 캠프 리셉션으로 가서 와이파이를 연결해 문자를 확인하고 텐트를 친 곳으로 돌아왔다. 그믐이라 달이 안 떠 하늘이 온통 깜깜하다. 무수한 별이 하늘에서 빛을 발한다. 한국에서 보던 별자리와는 다른 낯선 별자리들이다. 하늘이 충분히 깜깜하지만 기대했던 은하수는 보이지 않는다. 텐트 앞에서 피터가 별 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피터의 삼각대를 빌려 별 사진을 찍었다. 아이랫도 합세하여 한시 간 이상 별자리 사진을 찍는데 몰두했다. 찍은 사진 중 몇 장은 만족할 만하다. 아이랫은 빈트혹에서 여행을 마치고 케이프타운으로 돌아간다고 삼각대를 내게 건네준다. 별 사진 잘 찍어 한 장 보내주면 좋겠다고 한다. 잠시 사귄 친구지만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별 사진을 찍다가 11시가 넘어 텐트로 기어들어가 하루를 마감했다.


임팔라 수놈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경쟁에서 지면 무리에서 쫓겨나고 이긴 놈은 모든 암놈들을 차지한다.
남반부에서 바라본 별자리, 오카쿠유 캠프장에서 찍었다.
오커쿠유 워터홀에서 본 석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