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트훅, 자연에서 도시로

2020. 1. 16.

by 이종호

빈트훅, 자연에서 도시로


오늘은 에토샤를 떠나 빈트훅을 향해 출발했다. 450km의 장거리 여행이다. 엠 모요가 빈트훅에서는 다운타운에 다닐 때 조심하라고 한다. 길거리에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무조건 대응을 하지 말아야 한다. 틈만 나면 날치기나 강도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빈곤이 범죄를 낳는 악의 재생산이다. 평화롭게 살던 이들로부터 착취를 통해 모든 부를 독점한 유럽의 정복자와 그들을 추종하는 현지인들로 인해 아직도 아프리카는 거의 모든 도시가 가난한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80년대 짐바브웨가 독립할 당시 모든 비옥한 땅의 50%가 4만 명의 백인 소유였는데 반해 나머지 비옥하지 않은 토지를 포함한 50%를 130만 명의 현지인이 소유하고 되었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기득권을 가진 백인들의 토지소유를 인정해주는 법을 만들면서 토지 개혁은 실패하였다. 그 결과 원주민들의 반발로 인한 충돌로 농경지가 폐쇄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비극이 발생했다. 굶주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래서 도시는 범죄가 빈번하다. 현지에 익숙하지 않고 현금이나 귀중품 소지가 많은 관광객들이 손쉬운 범죄의 대상이 되었다.


에토샤 국립공원을 떠난 지 한 시간 반이 걸려 옷초에 도착하였고 무파로는 동쪽으로 계속 달린다. 길은 잘 포장된 2차선 도로인데 다니는 차는 별로 없다. 나미비아는 1884년부터 독일 식민지였는데 1915년 남아공이 독일을 몰아내고 남아공의 5번째 주로 편입하였다. 이후 나미비아 원주민들은 독립을 위해 투쟁을 해오다가 1990년 남아공으로부터 독립하였고 그해 선거를 통해 나미비아의 새 정부가 들어섰다. 이는 나미비아의 독립을 반대하던 남아공이 인권문제와 흑백차별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에 굴복하여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무파로는 10시에 오찌와롱고에 도착했다. 마틴은 점심거리를 사고 우리는 슈퍼에서 얼음과 마실거리를 샀다. 길거리에서 파는 옥수수가 맛있어 보여서 한 자루 샀다. 한 자루에 10 나미비아 달라로 우리 돈으로 900원 정도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와 옥수수 값이 별 차이가 없다. 오찌와롱고에서 45분 정도 쉬었다가 동쪽 빈트훅으로 계속 간다. 길가는 잡목이 우거진 초원이다. 철조망을 쳐 논 걸로 봐서 개인 소유의 땅인 것 같다. 여기도 대부분의 땅과 캠프장은 백인 소유이고 원주민들은 고용인이다. 오간자에 도착하여 주유소 옆 공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간자는 헤레로족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헤레로 부족장들이 죽으면 이곳으로 와 묻힌다고 한다. 매년 8, 9월은 죽은 부족장들을 위한 축제가 열리는데 오간자로 들어가는 도로를 차단하여 외부인들은 참여하거나 구경할 수 없다. 근처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구경하러 갔다가 임팔라 뿔을 하나 샀다.


오간자에서 빈트훅까지는 76km다. 빈트훅에 가까워지니 바위가 아닌 둥그스런 흙으로 이루어진 산들이 나타난다. 도시에 가까워지면서 차들도 많아지고 도로도 4차선 고속도로로 변했다. 3시 반쯤 빈트후크의 어반 캠프장에 도착했다. 도시에 있는 캠프장답게 텐트 치는 곳이 오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캠프장 바에 가니 와이파이도 잘 터진다. 다들 바에서 음료나 맥주를 마시면서 SNS를 하거나 인터넷으로 바깥 소식을 보느라 바쁘다. 나도 맥주 한 잔 시켜놓고 밀린 문자와 인터넷을 했다. 에토샤 같은 오지에서 도시로 오니 다들 생기가 넘치는 듯하다. 오늘 빈트훅에서 저녁식사는 자유식이다. 우리 일행들은 캠프 근처의 조스비어 하우스에 단체로 예약했다. 관광안내 책자에도 나온 맛집이다. 식사시간까지는 아직 두어 시간 남았다. 저녁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휴식을 취하려고 텐트 안에 누우니 온몸이 노곤 해진다. 서울을 떠난 이후 17일째, 열심히 여행을 하고 있다. 캠핑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텐트는 피터와 내가 제일 먼저 치고 다른 사람들 치는 것을 도와준다. 차 안에 있는 아이스 박스에는 맥주와 레몬소다나 물 같은 음료수를 넣어두고 수시로 꺼내 마신다. 아이스박스 얼음은 돌아가면서 사 넣기로 되어 있다. 유럽 사람들은 여행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 맥주나 음료 간식을 충분히 사서 언제나 꺼내 먹으며 즐긴다. 즐기러 나온 여행인데 푼돈 아끼느라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걸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배울 점이다.


6시 반이 되자 다들 저녁식사를 하러 모인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조스비어하우스로 갔다. 메뉴를 보니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요리도 있다. 나는 크로커다일 스테이크와 스파클링 워터를 시켰다. 악어 고기는 맛이 생선과 닭고기 중간쯤 되는 것 같다. 다들 저녁을 먹으면서 웃고 떠들다가 늦게 숙소 캠프로 돌아왔다. 케이프타운을 출발한 지 12일째 되는 날을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훅에서 마무리하였다.


오간자에서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주차한 무파로


빈트훅 어반 캠프장에 텐트를 친 모습, 좌측 첫번째 텐트가 나와 피터의 텐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