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맨 워킹

2020. 1. 17.

by 이종호

부시맨 워킹


새벽에 눈이 떠지면 한동안 엎치락거리며 잠을 못 이룬다. 두고온 것들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문다. 멀리 아프리카 땅까지 왔지만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마음속에 있는 온갖 잡념은 거리에 상관없이 어디를 가나 따라 다닌다. 모든 걸 버리고 이 밝고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에 온몸을 던져야 하는데 평소에 꾸지 않던 꿈들이 텐트속 맨 바닥에 누운 내 육신을 잠에서 깨게하고 뒤척이게 만든다.


아침에 함께 여행하던 11명중 5명이 빈트훅에서 여행을 끝냈다. 한국에서 온 경용이와 인철이 독일에서온 사비나 러시아에서 온 아이랫 그리고 영국에서온 캐서린이다. 이제 무파로에는 피터, 제이크, 제인, 캐롤라인, 기슬 그리고 나 6명이 남아 여행을 계속한다. 무파로가 출발하기전에 떠나는 사람들과 남는 사람들이 포옹을 하며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랬다. 오늘은 국경을 넘어 보츠와나까지 520km를 가는 여정이다. 나미브 사막은 완전히 벗어 났고 길도 깨끗하게 포장된 2차선 도로다. 도로위에는 차들이 거의 없고 주변은 풀과 잡목이 자라는 넓은 초원이다. 이제 조금 더가면 칼라하리 사막지역으로 접어든다. 이곳도 사방이 지평선이다. 고도계가 달려있는 내 시계에 의하면 이곳의 고도는 해발 1450m다. 오전 10시 25분 고바비스에 도착했다. 이곳이 보츠와나 국경 넘기전 마지막 도시다. 50분간 쉬면서 나미비아 달러를 다 소진 하라고 한다. 화장실 사용료는 어디가나 2나미비아 달라다. 남은 나미비아 돈으로 와인과 주스를 사고 아이스박스에 넣을 얼음도 샀다.


주유소에서 성장한 헤레로족 여인들과 가족이 주유를 하고 있다. 가까이 가서 성장한 여인들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하니 남편인 듯한 남자가 얼마를 줄거냐고 한다. 갑작스런 물음에 내가 머뭇거리자 전통복장을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인이 웃으며 찍어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성장한 헤레로족 여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몇장 찍었다.


점심거리와 저녁거리를 보충하고 고바비스를 떠나 무파로가 국경으로 달린다. 헤레로족들은 아이들을 학교 에 보내기를 거부한다고 하는데 헤레로족이 많이 사는 이 지역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아프리카도 이제 많이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자쓰기를 거부하고 소와 양을 키우며 사는 이들에게 교육이란 쓸데 없는 시간낭비라고 하는뎅 이들의 문화와 언어를 보존하고 전통을 지키기위해서 역설적이지만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12시반이 지난 시간 길가에 무파로가 섰다. 점심시간이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다가오고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는데 마틴과 함께 점심준비를 한다. 6명 밖에 없으니 준비가 간단하지만 그래도 갖출건 다 갖춘다. 아보카도를 벗겨서 으깨어 마요네즈와 함께 섞고 양상추와 방울 토마토, 오이를 잘라서 샐러드를 만든다. 아보카도 샌드위치가 오늘 점심이다. 점심준비를 끝내고 둘러앉아 먹는데 비가 쏟아진다. 얼른 무파로 안으로 대피해서 점심을 마저 먹었다. 비는 잠시 지나가는 비다. 끝이 없는 초원의 어디선가는 항상 비가 오고 있다. 구름이 많이 모인 아래 뿌연 곳은 비가 오는 곳이다.


국경이 가까와지는데 우측에 바다의 수평선과 같은 파란 지평선이 나타난다. 바다로 착각할 정도로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이다. 칼라하리 사막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파란 지평선을 보고 바다로 착각했다. 왠 바다냐고 하니까 칼라하리 사막이라고 한다. 바다로 착각할 정도의 푸른 지평선, 별스러운 경험이다. 보츠와나 국경에서는 어려움없이 출국과 입국수속을 하였다. 비행기로 이동할 때와 달리 도로로 국경을 넘을 때는 출국과 입국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지만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두나리의 출입국 사무소를 모두 거쳐야 한다. 두 건물은 몇백미터 거리를 두고 있는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보츠와나는 196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였다.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피를 흘리는 투쟁없이 독립한 나라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부시맨족이 가장 많이 살며 인구는 2백십만명이다.


국경을 넘어도 창밖 풍경은 달라진 것이 없다. 잡목과 풀아 무성하게 자라는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며 사방을 둘러 보아도 지평선뿐이다. 해발 고도는 1000m 정도 된다. 나미비아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길가에 풀을 뜯는 소떼가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보츠와나는 사람 숫자 보다 소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간지라는 소도시다. 보츠와나 국경에서 200km이상 떨어진 곳이다. 도로를 벗어나 숲속 깊숙이 자리 잡은 간지의 캠프에 도착했다. 우리가 묵을 곳이 아니고 이곳의 원주민인 부시맨들과 함께 숲속에서 워킹을 하는 곳이다. 옵션 프로그램인 부시맨 워킹에 나와 캐롤라인 둘만 신청했다. 내용은 부시맨 가족 7명이 숲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통, 설사, 소화불량 등 아플 때 먹는 약초와 염색에 쓰는 식물 비누내용으로 쓰는 식물 등 모든 것을 자연에서 구하는 그들의 모습이 경이롭다. 활과 화살을 만들어 독을 발라 사냥을 하고 부드러운 덤불에 막대기로 불을 피우며 그들만의 언어로 살아가는 그들이 이제는 터전을 잃고 관광객을 상대로 수입을 얻어 생계를 이어간다.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데려와 한시간 정도 그들이 숲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풀숲에 있는 커다랗고 푸른 애벌레를 좋은 먹거리라고 잡아서 생으로 먹고, 나무를 비벼서 불을 피우고, 세척효과가 있는 나무열매를 짜서 손을 씻는다. 동물을 발견하면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창을 던지거나 활을 쏜다. 마치 그들이 배우로 나오는 한편의 연출물을 보는 것 같다. 부시맨 워킹에는 덴마크에서 온 청소년 20여명도 함께 했다.


부시맨 워킹을 마치고 오늘 저녁 텐트칠 캠프장으로 이동했다.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타우토나 캠프다. 캠프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스파게티로 저녁을 먹었다. 와이파이가 되는 리셉션까지는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멀어 포기하고 일찍 텐트로 들어갔다. 어두워지면 일찍 자는것 외에는 할일이 없는 캠핑여행이다.


헤레로 여인들


꼬챙이로 불을 피우는 부시멘


징그럽게 생긴 애벌레가 좋은 먹거리 중 하나라는 잡는 부시맨 족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