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찾아서...

2020. 1. 21.

by 이종호

코끼리를 찾아서...

오카방코 델타를 보기 위해 3일간 머무른 캠프에서 텐트를 걷고 오늘은 나타 지역으로 360km 이동이다. 오전 8시에 출발하였다. 혼자 다니는 여행기간이 길어지니 여러 가지 생각이 깊어진다. 생각 없이 행한 지난날의 경거망동했던 많은 일들이 부끄러운 기억으로 되살아나고 좀 더 신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회한이 든다. 나이가 들어 늦게라도 깨달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좀 더 진중하게 말하고 행동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여러 나라 사람들과 밤낮으로 함께 지내며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배우는 것이 이번 여행의 또 한 가지 목적이 아닐까.


9시 30분 보츠와나의 검문소에 도착했다. 신고 있는 신발 외 여분의 신발도 가지고 내리라고 한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방역을 위한 것인 듯 깔판에 신발 바닥을 닦고 그 깔판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 깔판에는 소독약을 담아 놓았다. 무파로도 소독약이 고인 물 울 덩이를 통과했다. 다시 무파로에 올라 초원 한가운데로 뻗은 길을 달린다. 보츠와나에 들어선 이후로 길가 풍경은 거의 변함이 없다. 잡목과 풀이 우거진 초원 사이로 2차선 아스팔트 길이 이어진다.


트럭을 타고 하는 여행은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비행기를 타고 하는 여행이 점과 점을 건너가며 즐기는 여행이라면 트럭을 타고 하는 여행은 선을 따라가며 즐기는 여행이다. 걷거나 자전거로 하는 여행은 선을 따라가며 느끼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그지역에 살지 않는 이상 여행을 하며 모든 것을 보거나 느낄 수는 없다. 여행은 나름의 방식으로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체험을 통해 받아들여 고정관념과 편견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지는 것이라고 혼자 정의해 본다. 무리를 만들어 쫓기듯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은 생각할 틈이 없이 자연과 문화를 체험을 하는 것이지만 그 또한 여행의 한 가지 방법이다. 걷는 여행도 걸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며 온몸으로 체험하는 여행이자 고행이다. 트럭을 타고 여행하면 이동시간이 길고 지루하지만 이동하는 차 안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또 느낀 점을 기록할 수 있다.


도로 옆에 코끼리가 나타났다. 에토샤나 오카방코에서 볼 수 없었는데 나타로 가는 길목에서 만났다. 육중한 체구의 수놈으로 유유히 코로 풀을 뜯어 입으로 가져간다. 지금 시즌에는 초베국립공원에 코끼리가 많다고 한다. 에토샤와 오카방코 지역의 코끼리가 좋은 풀을 찾아 초베지역으로 옮아 갔다. 코끼리는 하루에 40km씩 이동할 수 있다. 다들 보고 싶어 하던 코끼리가 길가에 있으니 창가에 붙어 사진 찍기에 바쁘다. 코끼리는 도로 위에 차가 다녀도 아랑곳하지 않고 풀을 먹기에 바쁘다. 혼자 있는 것으로 보아 근처에 코끼리 몇 마리가 있을 것 같다. 코끼리 사진을 찍으며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구경하고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한다. 얼마를 더 가니 길가에 거대한 바오바브 나무 한그루가 있다. 엄청나게 큰 바오밥 나무다. 무파로를 세우고 부시부시 토일렛을 갈 겸 나무를 구경하려고 차에서 내렸다. 수령을 알 수 없으나 밑둥의 둘레가 12m 정도고 높이는 20m 정도 되는 것 같다. 바오밥 나무 밑 둥에 사람들이 나무껍질을 파내거나 페인트로 낙서를 해놨다. 어디서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이후로 특별한 곳에 있는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려 ‘좋아요’를 받고 싶어 하는 마음과 같다. 바오밥 나무는 생땍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나와서 우리에게 유명해진 나무로 나뭇가지가 뿌리같이 생겨 신이 거꾸로 심은 나무라고도 한다. 이곳의 나무는 바오밥 나무가 가장 많이 자랐을 때의 크기에 해당하는 아주 큰 나무다.


12시 40분 나타에 도착했다. 캠프까지는 아직 60km를 더 가야 한다. 근처 나무 그늘에서 튜나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1시 50분이다. 오늘 밤을 지낼 엘리펀트 샌드라는 캠프까지는 40분이 더 걸린다. 부지런히 달려 엘리펀드 샌드에 도착하니 넓은 초원 곳곳에 숙박 용 캐빈이 있고 캠핑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있다. 리셉션과 바가 있는 건물 앞에 워터홀이 있는데 이곳은 코끼리가 수시로 물을 마시러 오는 곳이다. 주변 곳곳에 코끼리의 배설물이 보인다. 캠핑용 취사장과 샤워장 주위로는 코끼리가 접근할 수 없게 바닥에 뾰족한 장애물을 설치하고 담장에는 전기선을 둘러놓았다. 건기에는 코끼리가 수시로 오는데 지금은 우기라서 자주 안 온다. 오후 시간을 바 옆에 있는 수영장 선탠용 침대에서 시원한 맥주 한 병 옆에 두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 메뉴는 밥에 닭고기 찜이다. 감자와 고추장만 더 넣으면 닭볶음탕이다. 고추장은 아니더라고 신라면 스프 하나만 있어도 얼큰한 닭볶음탕 맛이 날 텐데. 저녁을 먹고 텐트에 들어와 짐 정리를 하는데 코끼리가 바 앞 워터홀에 왔다고 한다. 얼른 나가보니 커다란 코끼리가 워터홀에서 물을 마시고 터덜터덜 건너편으로 사라진다. 어두워지는 하늘에 검은 뭉게구름이 뭉칫뭉칫 몰려오는데 유럽 기상예보관인 피터는 오늘 밤 비 걱정은 안 해도 좋겠다고 한다. 초원의 밤은 석양과 함께 온다. 구름이 없다면 별은 보기에 좋은 그믐 하늘이다. 아프카에서 맞은 2020년 벌써 21일이 지나갔다.


신이 거꾸로 심은 나무 바오밥


엘리펀드 샌드 캠프장의 워터홀, 코끼리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곳이다.



엘리펀트 샌드 캠프의 석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