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2.
초베로 가는 길
오늘은 초베국립공원으로 가는 날이다. 언제나처럼 아침식사는 토스트와 콘플레이크다. 일찍 아침을 먹고 8시에 출발이다. 에이치 모요에게 '아삼!' 을 외친다. 현지 말로 렛츠고다. 무파로는 울퉁불퉁 캠프의 모래길을 나아가 포장도로에 올라섰다. 오늘은 260km를 달려야 한다. 무파로가 초베 국립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뜨겁다. 아침에는 선크림을 햇빛에 노출되는 얼굴과 팔다리에 발라야 한다. 모기퇴치제와 선크림은 아프리카 여행에서 필수품이다. 말라리아 예방약도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먹어야 한다. 모기에게 물리지 않으려고 모기퇴치제를 바르고 모기퇴치기를 켜놓고 모기향을 피우지만 어디에서 물리는지 하루에 한 두 군데는 물려 발갛게 붓고 가렵다. 스와콥문트 이북지역은 말라리아 감염지역이므로 말라리아 예방약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감염지역에 들어가기 이틀 전부터 먹기 시작하여 감염지역을 벗어난 후 일주일간 먹는 것이 안전한 복용법이다. 간에 부담이 간다고 약을 먹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감염되면 간에 부담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위험해지므로 먹어두는 것이 안전하다.
초베지역에 가까이 오니 코끼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제 길가에서 몇 마리를 봤는데 우리가 묵은 엘리펀트 샌드 캠프에 두 번이나 나타났고 오늘 아침에는 길가에서 두 마리를 봤다. 아직 떼로 몰려다니는 코끼리는 보지 못했다. 길가에 무파로를 잠시 세우고 휴식을 취하는 곳에 현지인 집이 있다. 보잘것없는 초가집에 중년부부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 마당에는 빨래가 널려 있고 손자인 듯한 아이가 놀고 있다. 어릴적 시골에서 보던 흔히 보던 풍경이다. 몇십 년 전에는 우리도 이들 아프리카 사람들처럼 빈궁한 살림을 살았다.
오전 11시 반 까중굴라에 도착했다. 초베공원의 배후도시인 카사네 인근에 있는 도시로 현지화를 찾을 수 있는 ATM 기계가 있고 쇼피 슈퍼마켓도 있다. 쇼피는 현지 슈퍼마켓 체인 이름이다. 마침 나도 스마트폰 C타입 충전 케이블이 문제가 생겨 이곳 핸드폰 가게에서 케이블을 샀다. 그곳에서 최신형인 삼성 노트 10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슈퍼마켓에 들러 음료를 한 병 사서 나오는데 기슬이 현지 맥주인 캐슬 라거가 원 플러스 원 세일로 6병 한팩을 사니 한팩을 더 준다고 한다. 그래서 주류 판매점에 들러 두팩을 한팩 값에 샀다. 까중굴라에서 우리가 텐트를 치고 지낼 테베리버 캠프장 까지는 5분 정도 거리다. 아무것도 없는 초베 공원 안에서 하루 지낼 물품을 준비하고 테베리버 캠프장에 도착하니 아프리카 기념 티셔츠 장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방문하는 곳을 그려 넣은 티셔츠 샘플을 보여주며 주문을 받는다. 티셔츠 앞뒤에 문양과 문구를 원하는 대로 넣어준다. 값은 반팔이 30달러 긴팔이 35달러로 비싼 편이지만 주문 제작이고 기념품이니 괜찮다. 케이프타운에서 나이로비까지 가는 루트를 새긴 지도를 등판에 넣고 팔에는 내 이름을 새기는 걸로 하나를 주문했다. 앞면에는 아프리카라는 문양을 넣고 내가 들르는 8개국 국기와 비자 스탬프도 넣어 달라고 했다. 가벼운 샌드위치로 점심을 하고 텐트를 설치했다. 언제나 피터와 내가 제일 먼저 텐트를 먼저 설치한다. 제인은 혼자 텐트를 쓰기 때문에 그의 텐트 설치를 도와 주려다 가시나무를 밟아 발바닥에서 피가 났다. 가시에 찔린 상처가 깊지 않아 다행이다. 주변에 온통 가시나무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이틀 만에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 와서 캠프 사무실 근처에서 와이파이로 소식도 보내고 바깥세상 소식도 들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오후 시간이 넉넉하다. 오후 7시까지는 자유시간이다. 읽던 아프리카 역사책을 마저 읽었다. 루츠 판다이크라는 독일인이 쓴 책으로 1500년 이후의 아프리카의 상황에 대하여 유럽식의 편견이 없이 객관적인 관점에서 쓴 책이다. 유럽인들이 보는 시각으로는 아프리카는 미개한 문화를 가진 노예들의 나라일 뿐이다.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서 행한 영웅담과 모험에 대한 글을 쓰거나 아프리카 사람들이 얼마나 미개한가에 대한 책을 주로 썼다. 유럽 문화와 종교가 우월하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미개한 아프리카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깨우쳤나에 대해 쓴 책들이 인기가 있었고 지금도 그런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루츠 판다이크는 유럽의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아프리카 사람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 책을 썼다. 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편견과 무지를 없애는데 많은 도움이 된 책이다.
오후 7시 저녁식사 시간이다. 오늘 메뉴는 스파게티다. 마틴이 스파게티를 삶는 것을 도와주다가 경용이가 주고 간 신라면 스프가 생각났다. 배낭을 뒤져서 스프를 찾았다. 마틴에게 면 삶은 물을 다 버리지 말고 한 그릇 남겨달라고 해서 스프를 타서 먹으니 매콤하고 개운한 맛으로 소고기 탕면을 먹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매콤한 국물을 마시니 입안이 개운하다. 캠프가 강가에 있어서 모기가 많다. 식사를 마치고 샤워하고 텐트로 들어와서 침낭을 펴고 누웠다. 사위는 고요한데 이름 모를 곤충들 울음소리만 정적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