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베 초원에서 하룻밤을 지내다

2020. 1. 23.

by 이종호

초베 초원에서 하룻밤을 지내다.


오늘은 오전이 한가한 날이다. 오후에 시작하는 초베공원 게임 드라이브가 늦게 끝나니 오전에는 푹 쉬라고 한다 아침식사도 느지막이 했다. 여느 때처럼 콘프레이크와 토스트로 아침을 하고 나니 더워져서 텐트에 들어갈 수도 없고 딱히 할 일이 없다. 더워서 들어갈 수 없으니 텐트는 걷어버렸다. 바에서 와이파이로 국내 뉴스를 보는데 새로운 것이 없다. 답답한 소리로만 가득한 국내 뉴스는 여행 동안 만이라도 잊어버리고 싶다. 답답한 국민들이다. 조금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될 텐데 힘이 있는 쪽에서 조금 아량을 베풀면 좋을 텐데 아쉽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더니 점심때가 되니 구름이 가득 몰려온다.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오늘 초베 공원에 들어가면 공원 안에서 하루를 지낼 예정이다. 화장실도 없고 샤워도 못한다. 물론 전기를 비롯한 모든 문명과 차단이다. 하루를 원시인 생활로 돌아가는 경험이다. 오후 3시에 짚을 타고 초베 공원으로 출발하기로 되어 있다. 오카방코 델타에서와 같이 정글 속에서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문명이 차단된 곳은 시간도 느리게 흐른다.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고 함께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줄 수 있다. 오카방코 델타의 모코로에 누워있을 때 가장 큰 평화를 느꼈다. 인생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데 사람의 욕망이 복잡함을 만들고 또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면 복잡함이 더 심해진다.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모든 것들이 무질서함을 더해가고 급격한 엔트로피의 증가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 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제동장치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앞으로 달리기만 한다. 초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배부르면 먹지 않는다. 배부른 사자는 나무 그늘 아래서 종일 잠만 잔다. 임팔라가 지나가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배가 불러도 계속 먹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돈과 권력이 많을수록 더 많은 돈과 권력을 탐한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무질서함만 증가할 뿐이다.


인간들의 비극은 농경시대가 시작되고 잉여농산물이 생기고부터다. 자기가 먹을 만큼만 사냥하고 수확하던 유목 시대에는 부를 쌓을 수도 없고 지킬 필요도 없었다. 잉여농산물로 부가 축적되면서 부가 편중되고 빈과 부의 차이가 발생하여 그 격차로 인해 계급이 생겼다. 수렵 유목 시대에는 노력으로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지만 농경시대의 농민은 아무리 노력해도 언제나 부족하게 되었다. 쉽게 농작물을 재배할 수는 있지만 지배계급에게 착취를 당하고 나면 남는 게 없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스라엘의 인문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저서에서 이점을 지적하며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진화를 통해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가 7~10만 년 전 나머지 대륙으로 이주하였고 1만 년 전 농경시대로의 전환이 호모 사피엔스가 맞은 첫 번째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3시 10분 전이 되니 4x4 짚이 왔다. 짚을 타고 초베공원으로 들어가니 에토샤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에토샤는 광활한 초원에 자동차가 다니는 제법 넓은 도로가 있어 버스를 타고도 게임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곳인데 초베는 4x4 짚이 아니면 다닐 수가 없는 좁은 모래길이다. 초베 공원은 강을 사이에 두고 나미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강 가운데는 넓은 들판으로 이루어진 섬이 있는데 여기에 많은 동물들이 있다. 이 강이 있어 건기에는 이곳에 많은 동물들이 모인다. 짚은 사방이 열린 사파리용이다. 강가로 나가니 코끼리, 버펄로, 악어, 기린이 강가에서 풀을 뜯거나 물을 마시고 있다. 동물들이 평화로운 모습으로 공존하고 있지만 길가에 버펄로가 죽어 뿔과 가죽만 남아 뒹굴고 있는 걸 보면 이곳 초베에도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다. 게임 드라이브의 최대 관심인 초베의 빅 4중 코끼리와 버펄로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 대형동물들도 사파리용 짚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동물들의 눈에 짚은 같은 동물로 보이고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니 관심을 두거나 경계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짚을 타도 사자와 표범을 찾기 위해 공원 내를 4시간 동안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는다. 기린과 코끼리, 버펄로, 임팔라, 원숭이의 일종인 바분 같은 동물은 야생상태에서 아주 가까이 볼 수 있어 나름 재미가 있다. 사파리용 짚을 타고 초원을 다니는 건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이다.


오후 7시가 가까워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엠 모요가 미리 와서 텐트를 설치한 캠프로 갔다. 이곳 캠프는 동물 둘에게 완전히 노출되어 있는 공원 한가운데 설치한 캠프이므로 야간행동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가급적이면 텐트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들었다. 오카방코 델타처럼 음식물도 텐트에 두지 말고 차 안에 두어야 밤중에 동물들의 텐트 침입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밤중에 텐트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도 가만히 텐트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하이에나 같은 동물이 먹다 남은 음식 때문에 종종 캠프에 나타나는데 마주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닭고기 구이와 삶은 감자로 저녁을 먹고 모닥불가에서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명과는 완전히 차단된 곳이다. 샤워도 못하고 화장실도 작은 건 부시부시에서 해결하고 큰 것만 천막으로 만든 간이 화장실을 써야 한다.


오후 8시가 넘었다. 초원에는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았고 그믐의 하늘에 별이 빛난다. 아프리카 초원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하늘이다. 별을 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 집 앞마당 평상에 누워 바라보던 밤하늘이 생각난다. 그때도 지금처럼 맑고 초롱초롱한 별들이 드넓은 하늘에 빼곡히 박혀 있었고 가운데로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이제 초원 한가운데에서 잠을 자야 될 시간이다.


사파리용 짚을 타고 동물을 찾으러 초베공원을 다닌다.



초베강가에서 기린이 물을 마시고 있다.



석양이 되면 코끼리는 초베강변에서 물을 마시고 숲으로 들어간다. 강가에는 모기가 많아 밤이 되면 코끼리도 숲에서 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