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4.
빅토리아 폭포 밑으로 들어가다.
이른 아침을 먹고 게임 드라이브를 하러 나서야 한다. 엠 모요가 후라이드 에그를 만들고 있다. 콘플레이크와 계란으로 아침을 먹고 짚에 올라 공원으로 나섰다. 아침 바람이 차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버펄로 떼가 강가에서 풀을 뜯고 있다. 오늘은 사자와 레오파드를 볼 수 있을까. 제일 많이 보이는 동물이 임팔라다. 짚을 운전 하며 가이드를 하는 제이케이가 임팔라는 비교적 몸집이 작고 사냥하기 쉬워 사자들의 패스트푸드라고 한다. 강변을 지나 가는데 암사자 한 마리가 어슬렁 거리는 것이 보였다. 제리케이가 얼른 차를 돌려 사자에게 접근한다. 사자가 나타났다고 바분 떼가 꽥꽥거리며 난리를 피운다. 자기네끼리 위험신호를 하는 거라고 한다. 사자는 유유히 걸어 우리 차 앞을 바짝 다가와 지나간다. 우리에게는 전혀 관심도 없다. 우리 차 앞을 지나간 사자는 들판을 조금 더 내려가 풀밭에 주저앉아 주위를 둘러본다. 제이케이가 차를 사자 코앞에 세웠다. 그래도 사자는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눈길도 주지 않는다. 개무시당하는 기분이다. 사자코 앞에서 사진을 찍으니 마치 사자가 순한 옆집 개 같은 느낌이 든다. 제이케이는 우리에게 차에서 많이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 사자가 우리 움직임을 공격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한동안 우리가 차위에서 사진을 찍는데도 사자는 철저히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 우리가 먼저 차를 돌려 사자를 혼자 있게 두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사자를 만난 후 오전 3시간 초원을 돌아다녔으나 다른 사자 무리나 표범은 끝내 볼 수 없었다. 코끼리나 기린 등 다른 동물들은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야생동물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게임 드라이브의 즐거움이다. 사방이 열린 짚을 타고 동물들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아프리카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3시간의 드라이브를 끝내고 테베리버 캠프장으로 돌아왔다. 짐바브웨 국경을 넘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각자가 샌드위치로 점심을 만들어 비닐에 담아 무파로에 오른다. 까중굴라의 보츠와나 국경 사무소는 공사 중이라 임시 건물에서 출국 수속을 하는데 간단하게 도장만 찍어준다. 출국 수속을 한 후 몇백 미터 떨어진 짐바브웨 출입국 사무소로 가서 이번에는 입국비자를 받았다. 비용 30불과 여권 그리고 입국카드를 제출하니 그 자리에서 비자를 발급해 준다. 국경 통과가 예상외로 쉽게 끝났다. 경우에 따라서 서너 시간씩 걸리기도 한다고 해서 긴장했었다.
짐바브웨는 경제난으로 인한 엄청난 환율로 유명해졌었다. 1달러에 조 단위로 화폐가치가 떨어진 바 있다. 그때 만든 화폐는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다고 한다. 2015년에 1980년 독립이래 35년간 장기 집권하던 무가베가 축출당하고 나서 안정을 찾았지만 아직도 경제난으로 일자리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남아프리카나 인근 국가로 나가서 일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에서 만난 우버 운전수 사엘이 짐바브웨 출신이고 이번 여행의 가이드, 운전기사, 요리 담당 모두 짐바브웨인이다.
차 안에서 테베리버에서 차타기 전에 준비한 점심을 먹고 오후 한 시경에 빅토리아 폭포에 도착했다. 쉬어워터스 빌리지에 텐트를 치고 옵션 액티비티 설명을 들었다. 나는 폭포를 밑에서 바라보고 싶어서 폭포 밑으로 들어가는 제트보트를 신청했다. 비용이 110불이니 싼 건 아니다. 영국에서 온 제인과 나 둘만 제트보트를 신청했다. 텐트에서 완전히 물을 뒤집어써도 괜찮은 복장을 해야 하니 수영복에 티셔츠를 입고 물에 젖을 물건은 모두 텐트에 두고 액티비티 센터에서 준비한 승합차를 타고 폭포로 갔다. 우리 둘을 포함해서 모두 8명이 모였고 젊은 한국인 부부도 있다. 나누어주는 헬멧과 라이프 재킷을 착용하고 보트가 있는 강까지 내려가는데 거의 수직계단을 내려간다. 폭포 위에서 물이 있는 바닥까지 거의 150m 깊이를 급경사에 설치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일행들이 보트에 오르니 보트는 폭포 하류 부분에서 몇 번 급류를 타며 승객들에게 물을 뒤집어 씌우다가 물이 떨어지는 폭포 밑으로 접근한다. 물보라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다. 실눈을 뜨고 바라보는 폭포는 대단한 장관이다. 우기가 시작되어 물줄기가 커진 탓이지만 3~4월 우기가 절정을 이루면 엄청난 양이 물이 폭포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쏟아지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장관이라고 한다. 그런데 9~10월 건기가 절정에 이르면 폭포물이 완전히 말라버려 폭포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다고 하니 더 놀랍다. 아무튼 대단한 경험이다. 폭포 밑을 돌기도 하고 하류로 갔다가 다시 폭포 밑으로 들어갔다를 반복하며 한 시간 정도 폭포 주위를 돌다가 보트는 처음 출발한 곳으로 돌아와 승객을 내렸다. 보트에서 내려 급경사를 올라가는데 깎아지른 절벽을 10여분 오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젖은 옷을 빨아 말려 놓고 카메라를 가지고 빌리지를 둘러보러 나갔다. 조각을 파는 곳에서 구경을 하는데 텐다이가 말을 걸어온다. 조각 상점은 조지와 살림 그리고 텐다이 3명이 운영하고 있다. 서로 친척 사이로 한 마을 출신이라고 한다. 사진을 찍으려고 갔었는데 텐다이가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 조각을 팔고 싶다고 한다. 또 그는 또 고향마을에서 관광 숙박업을 하고 싶어 한다. 빅토리아 폭포와 초베가 가깝고 충분한 크기의 땅을 소유하고 있으니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다음날 텐다이의 고향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텐다이와 헤어져 숙소로 돌아와 일행들과 함께 숙소 근처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모처럼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맥주를 주문해서 먹었다. 오늘이 여행 전반 21일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면 케이프타운에서부터 함께 온 팀들은 여행을 마치고 각자 다음 행선지나 집으로 돌아가고 나만 남았다가 새로운 팀들을 만나 빅폴에서부터 나이로비까지 21일을 더 가야 한다. 다음 여행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