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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경제부터 이어진 정부의 창업 육성화 정책으로 매년 창업지원사업에 많은 예산이 책정되고 있다. 창업자의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정부의 취지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창업이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가볍게 비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예로, 그럴듯한 회사를 설립해 창업 공모전이나 정부지원사업에 합격하는 것이 사업의 주 목표가 된 기업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기억에 남는 스타트업 중에는 B2C, B2B 매출은 전혀 없고 수년간 다양한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정부지원사업만 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이들은 인건비 지원이 중단되거나 더 이상 아이디어만 가지고 정부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을 때에는 과감하게 다른 아이템으로 Pivot(?)하여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다. 그중에는 공모전, 정부지원사업에 합격 도사가 되어 멘토 또는 선배 창업자라는 직함을 달고 예비 창업자에게 브로커처럼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 네트워킹 파티라는 그럴듯한 모임은 창업자들 간 정보 공유와 협업을 위한 좋은 취지도 있지만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취해있는지 '있어빌리티'에 적합한 사진을 찍어 SNS에 인맥을 과시하기 바쁘다. 창업 1세대 성공한 선배 창업자의 말을 귀담아듣다 보면 어느새 성공의 문턱에 가까워져 있는 착각을 하지만 실상은 제품 개발에 대한 깊은 고뇌보다 정부의 규제와 부족한 정부지원사업에 대해서 불만만 토로할 뿐이다.
2017년 현재의 창업 환경은 과거 2000년의 벤처붐보다 시장과 지원 규모면에서 성장했으며,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80%가 3년을 넘지 못한다는 통계에서 비춰보듯이 성공하기는 과거보다 더욱 어려워졌다. 4차 산업 관련 기술은 학계에서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정보의 불일치의 해소로 고객의 요구와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즉, 아마추어 창업가에게 지갑을 여는 고객은 없다는 것이다.
에어비엔비, 우버, 배달의 민족, 직방, 스트라입스 등 자신감 넘치는 국내외 젊은 창업자들의 성공사례를 보면서 열정만 가지고 있으면 성공신화를 쓸 수 있을 거라고 맹신하는 창업자도 있으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쉬운 길만 고집하는 창업자들도 많다.
열정이라는 말에 속지 말고 창업자들은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장인정신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사업에 완벽한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지금은 물론 앞으로는 더욱 살아남기가 어렵다. 실패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지 말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되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특히, 사업의 핵심 요소는 가급적 외부 전문가의 의존도를 낮추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전문성을 보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