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봤습니다.

by 마루

면접을 봤다.

8~9년 전 근무했던 회사인데 다른 부서 쪽에서 계약직 직원을 뽑는다는 구인내용을 우연히 보고 지원해 봤다.

나는 이제 지천명을 지났다.

물론 하늘의 뜻 따위 모른다.

나는 그리 현명하게 살아내지 못했다.

업무는 사무직으로 영업관리 쪽 일이다.

구체적으로 적진 않겠다.

기대하고 낸 건 아니다.

계약직이고 아마 이번이 아니면 나이상으로 이후에는 지원조차 해보지 못하겠네 하는 기분으로 그냥 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서류전형은 통과했고 면접일정을 통보해 왔다.

순간적으로 이게 무슨 상황이지 싶었다.

당연히 통과를 생각도 하지 않고 냈던지라 순간 당황했던 것 같다.


며칠 뒤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시간에 맞춰 면접을 갔다.

예전 면접을 생각하기도 했고 면접까지는 통과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편한 마음으로 갔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사무실에 들어서니 긴장이 되긴 했다, 약간.

앞시간 면접이 조금 길어져 한 십 분을 기다려 면접장에 들어갔다.

세 명의 면접관이 있고 예전과는 다른 면접진행에 잠깐 당황했지만 그 이후는 맘 편히 답했던 것 같다.

면접을 진행할수록 아~, 나는 구색 맞추기 용으로 통과시킨 거구나 하는 확신이 든지라.

서류를 통과시켰으면 적어도 나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거나 한번 정도만 짚어보는 게 면접하는 쪽의 예의일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걸 물론 안다.

그래도 반복적인 나이 언급에 조금 기분이 가라앉긴 했다.

면접이 끝나고 사무실을 나서며 홀가분하기도 하고 기분이 처지기도 하고 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연결이 되지 않아 꿀꿀한 마음을 안고 버스를 탔는데 친구의 전화가 왔다.

평소 짧게 용건을 이야기하고, 급하지 않으면 내려서 통화하는 편인데 이날은 그냥 낮이라 사람이 별로 없기도 했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맨 뒷좌석 구석에서 조용조용 조금 더 길게 통화했다.


나도 안다.

나이가 있어서 순발력과 기억력이 청년들을 못 따라간다는 걸.

그걸 연륜과 경험으로 메꿔나가야 한다는 걸.

그럼에도 그냥 한번 도전한다는 기분으로 한 일이지만 뒤끝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나도 이제 머리 아픈 일보다는 하루하루 마무리되어 퇴근 후에도 신경 쓰이는 일은 안 하고 싶다.

그저 월급에 끌려 한번 내보고 곧 후회하긴 했다.

역시 돈의 노예인 현대인인 나.


언젠가는 나도 나만의 일을 하지 않을까.

1인 사업자(사장)가 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모두 행복한 자신을 찾아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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