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기억은 우리를 살게 한다.

by 마루

누구나 어릴 적 추억이 있다,

나는 유년의 기억이 별로 없다.

삶이 팍팍해서인지 머릿속 지우개가 지워버린 기억이 너무나 많다.

그래도 가끔 생각나는 추억이 있다.

그나마 그 기억이 나를 미소 짓게 하곤 한다.


어릴 적 학교도 입학하기 전 언니가 나는 주워온 아이라고 놀렸다.

나는 삼 남매 중 둘째다.

언니와 동생은 돌림자를 쓰는데 나만 다르다.

그래서 더 믿었던 것 같다.

울면서 내 엄마를 찾겠다고 뛰쳐나가선 대문 앞에 서서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얼마나 서러웠던지 아직도 그 서러움이 생각난다.

그 이후 어떻게 수습이 되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다만 그날의 서러움만이 남아있다.


초등학교 때였나.

어느 날 엄마가 먹고 싶은 걸 물어보셨다.

언니는 김치찌개, 동생은 된장찌개가 먹고 싶단다.

나는 그러고 고민하고 있는데 엄마가 둘 중 하나를 먹으면 되지 그러신다.

물론 나는 둘 다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엄마에게 얼마나 섭섭하던지.

모든 둘째의 서러움이려나.

나이가 들어서도 가끔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섭섭함인데 모친께선 기억에 없으시다며 웃으신다.

하~ 정말 나만 억울하다.

그렇게 우리는 피식피식 웃으며 옛날을 추억한다.


그리고 내 삶에서 가장 사랑받았다고 생각한 추억 하나.

우리 집은 어려웠다.

시장동네에서 엄마는 구멍가게를 하셨다.

다 고만고만한 형편의 사람들이 몰려 살던 골목풍경이었다.

또래의 친구들과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등 요즘과 달리 몸으로 하는 놀이를 했었다.

그게 또 재밌어서 밥 때도 놓치고 놀고 있으면 엄마가 간장밥을 만들어서 쫓아다니며 한 입씩 먹여주셨다.

아무리 오라고 해도 오지 않으니 아예 쫓아다니며 한 숟가락이라도 먹이려 하셨다.

세월이 흘러 나의 기억 속에서 사랑받고 자랐다는 가장 큰 기억이다.

그래서 나는 힘든 시간을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그 추억 하나로 버텼던 거 같다.


사람은 기억으로 산다.

그 기억이 나를 망치기도 살리기도 한다.

나의 추억과 기억은 나를 살게 하기도 했다. 버티게도 했고.

누구나 그런 기억 하나쯤 가지고 살아가시길 기원한다.

힘든 시간을 버틸 힘은 이런 사소한 것이었다.

그것조차 없는 이들의 고됨을 어찌 짐작할까.

이 힘들고 거친 세상에서 스스로 버틸 추억을, 기억을 만들어가며 살아내시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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