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한일 부부의 이야기
얼마 전 이시이 상의 결혼식에 동행하여 가장 많이 들었던 남자 친구의 회사 동기들의 질문은 당연히,
"이제 마루짱의 차례인가?" / "식은 안 하더라도 파티는 불러줄 거지?" / "둘도 이제 슬슬?"이었다.
워낙 유쾌하고 짓궂은 질문들도 꾀 유머러스하게 자아내시는 동료분들의 매력에, 아... 그동안 왜 이렇게
동료들 만나는 자리를 내가 꺼려했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을 두병을 비워버렸던 자리.
긴장감이 풀린 나는, 마음을 열고 내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 물론 이것저것 다는 아니고.
"남자 친구와는 뭐, 이제 제스처 하나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표정 하나만 봐도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잘 알 수 있게 되었어요. 결혼 전 함께 살아봐서 다행인 것 같아요. 꽤 많이 다투고, 화를 못 참아 서로 이별까지 몇 번이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남자 친구에게서 나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작은 실수, 눈에 보이는 단점들, 모두 절레절레하며 곧잘 화내고, 다투게 되는 밑거름을 만들고,,,,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의 우린 훨씬 더 좋아졌어요. "
결혼을 하고 나면 1년 정도는 신이 노할 정도로 싸울 거 다 싸워본다는 말을 , 나는 어느 정도 알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둘이 아무리 붙어있어도 연애할 때 하는 다툼은 그냥 애교의 정도라고 생각한다. 투덜투덜- 화 풀어주고, 미아내 미아내 하면서 사랑스럽게.
물론 결혼한다고 변할 것도 없겠지만, 함께 동거를 하고, 미래를 한걸음 한걸음 준비하게 되면서 겪는 일들은 대다수의 커플들이 겪는 것과 상당수 겹치는 부분으로 나 역시 대단히 공감하게 되고, 이마를 탁- 치게 된다.
어떤 한 사건이 터지게 되면, 그 문제에 대해 커플의 두 사람은 서로가 몇십 년간 살아온 다른 방식으로 해석을 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상대를 설득시키기도, 반항하기도, 그렇게 다투며 이해할 수 없음에 이별을 이야기하기도, 혹은 둘만의 언어를 만들어 다시 한번 잘해 결해 나가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 살면서도 더 기이한 일, 난생처음 겪는 일들, 매일매일이 모두에게 처음일 텐데, 그 안에서 어떻게 함께 힘이 되고 , 이겨내고, 현명하게 서로가 대처할 것인지, 싸워보지 않고서는 말만 할 수 없고, 그 모든 과정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주관적으로만 이렇다 저렇다 할 사항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살아온 패턴, 본인이 어떠한 일을 처리하고 겪는 패턴이 보여 지기 때문에, 나와 함께 할 상대방이 나와 잘 맞지 않음을 느끼거나, 둘만의 조율이 무뎌지게 되면 엄청난 스파크가 생성되어 다치게 된다.
정말로 함께 살다 보면, 힘든 일을 조금이라도 겪다 보면, 여자로서 서운한 것들만 징징거릴 일을 없어지는 것 같다. 투정 부리고 서운해할 시간에, 지금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게, 둘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여 내뱉는 한마디, 행동들, 부부가 되는 데에 한걸음 짝 걸어간 1보가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나와 너무나도 많이 닮은 사람
그래서 내가 반응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하고, 때로 감정적 일 때가 있고, 추억을 중시 여기고,
살면서 사회에서 해왔었던 직업상 꾀 기계적일 때가 있고, 직립 보행만을 추구할 때가 있고, 가끔은 융통성이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며, 상대의 의사를 먼저 묻고, 꾀 이기적이지 못하고, 바보 같을 정도로 배려심이 많은 사람.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고, 거짓말을 싫어하고, 적폐를 싫어하고(笑)
그리고 우리는
연애 초반엔 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이 사람의 진짜의 장점들이 , 함께 살면서 이제 하나하나 더욱더 확실히 보이고 경험하게 된다. 남자 친구는 나와의 결혼을 결심한 가장 큰 계기는 남자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모든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신기한 것은, 우리는 성격도 같고 괜스레 혈액형 탓도 해보지만, 몸이 아파 입원해서 수술했던 시기도 거의 같은 것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남자 친구가 타국에서 병원생활을 하며 회사와의 서류 문제 및 일본 보험과의 문제 등에 힘들어하고 곤란해할 때, 그러니까, 가장 힘들다고 느낄 때 함께 있어준 사람이 크게 와 닿는 것이 이러한 것이었을까? , 나 역시 서류 문제 대신 해결하느라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나 역시 정말 기뻤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덩달아 다른 병으로 수술하게 된 나를 위해 회사일도 재쳐두고 곁에 있어준 남자 친구에게도 나 역시 미래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발단이 된 것인지도.
싸우면?
자존심 세우지 말고 둘 중 하나는 사과하라.
가급적 빨리.
일본 남자는 보라색 피의 로봇가 아니다. 그냥 다 같은 남자 인간일 뿐이다.
나 역시 처음, 그를 몰라도 너무나 몰랐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인 달달한 연애만을 꽃피우려 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실수하지 않으려, 완벽해 보이려, 예뻐 보이려 별 짓을 다한 것 같다.
연애란 게 시작이 다 그렇지 모. 남자는 , 자신 본인 하기 나름이기 도다.
그런데, 어르신 말씀이 "콩깍지 씌었을 때 빨리 시집 가쁘려야되~"라고 하셨던 것이 시대에 따라 정말 그리하면 큰일 나겠구나 싶다.(笑) 결혼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 그저 그 사람에 대해 좀 더 확실히 알면 나쁠 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1인칭이 가져다주는 부작용. 나 역시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인식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다.
오래전부터 내가, 그리고 남자 친구도 타인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는, "아, 전혀 화 안내실 인상이세요,~"
"너무 친절하실 것 같은데"였다. 나는 꽤 오래 서비스직에서 종사해왔고, 남자 친구 역시 다양한 그룹에서 타인들과 교류하며 지내온 것으로 어울리기 좋아하고 잘 웃고, 활발한 편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런 우리가.
한번 싸우면 정말 이 세상 악센 기는 다 빨아들일 정도로 매섭게 돌변해 싸우니 , 서로가 지칠 대로 지쳐갈 때가 있었다. 여자인 내 입장은, 제발 내 말을 들어, 나에게 한말을 지켜줘! 등등 근본적인 원인의 근원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요구하던였던 것이고, 남자인 남자 친구가 싫었던 건 그렇게 난리를 치며 조목조목 피곤하게 화내는 내 모습이 싫었던 것이다.
때론 남자들은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미안해""미안해" 한다는 말은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것 같다.
그 사람이 진심으로 미안하다 이야기해도, 진심으로 안 들리는 이유는, 세기의 미스터리 같다.(笑)
요즘은, 우리가 싸워본 게 언제 적 일인지 기억이 안 난다.
정말 각양각색으로 다퉈봤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 편의 드라마를 찍어봤으며, 가지각색의 과정과 , 테마에 따른 다양한 결말을 통해 서로 개선해야 할 점,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 등을 터득하게 되었다.
엄청난 다툼이 있었을 때, 가급적 빨리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은, 자존심 버리고 먼저 사과하는 게 제일이다.
남자가 먼저 미안하다고 할 때까지 사과를 기다릴 수 있을까? 또, 생각대로 반응이 안 나오면 괜히 혼자 열 받는다.
빨리 사과한다고 해서, 내가 먼저 다가간다고 해서, 내가 지금까지 이 사람에게 조목조목 따지며 "나 화났다!"
라고 날카롭게 굴던 내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쪽팔림"이 느껴지고 쓸데없는 자존심이 걸리적거려
사과하기 어렵다는 게 대부분이다. 뭐든 처음이 창피하지,
"내가 아까는 이러이러했었다. 앞으로는 이러이러하기 위해 노력할 거다. 그러니 잘 부탁한다.
당신도 이러이러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라고 한 템포 숨 고르고 대화를 시도하면 안 될 것도 없더라.
나도 정말 많은 시간을 상처 받고, 고집 대고 치켜세우고, 그렇게 나온 결과가 세상 창피함을 느껴보기도 하며,
고치고, 깎아내고, 그나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나를 이렇게 더 나아지게끔 영향을 준 것은 , 남자 친구였고.
서로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조율하면서 앞으로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만의 규칙을 두고 생활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서로 더 큰 상처를 주게 될 것 같아서 말이다.
남자 친구는 비흡연자여서 다행이다. 그리고, 모두가 놀랄 만큼 과거와 다르게 건강을 신경 쓰며 술을 거진 줄였다.
나와의 약속 중 하나, 라는 표현보다는 서로가 지키기로 한 약속의 리스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금연하고, 술 줄이면. 감정 기복이 온순해진다. (나처럼)
"난 이런 게 싫어!"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자
언젠가부터 내가 원하지 않으니 이건 하지 말아라 라는 의미로 내가 싫어하는 것을 더 내세워 어필하는 게 당연시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여자의 마음 알아서 척척 "은 도무지 힘든 천상 남자 남자 친구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모른 채로,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서만 머릿속에 더더욱 저장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 가 하고 싶어" "~~를 원해" 등등, 최대한 내가 원하는걸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싫어하지 않는 것들을 나열해 설교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이야기하여 긍정적인 분위기의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까지는 시간이 무척이나 많이 걸렸다. 괜스레 자존심도 상하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느낄 때도 있었으니까.
우리 처음 만났던 그때보다, 참 많이 변했고 매끄러워졌다. 화가 났을 때도 서로의 말투에서 감정을 감지하고 ,
말하고자 했던 말을 적당히 줄여 내는 것으로 감정소비도 줄인 것 같다.
앞으로 진짜 이 사람에게 화날 거 같다,... 싶은 순간에는, 화내는 대신,
서로 포옹 꾹 - 하며 찐하게 안아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