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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ul 15. 2024

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문 닫는 산과 병원, 희귀종이 된 임산부

  첫째를 출산할 때 입소했던 조리원은 산과 병원에 연계되어 있었다. 이 동네에서 잘 알려진 꽤 규모가 있는 산부인과 병원이었다. 24시간 분만과 응급 수술이 가능했고 소아과 선생님도 계시는 곳이었다. 첫째를 낳고 2년이 지났을 무렵, 그 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내부 사정은 모르지만 지금처럼 출산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영상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을 것이고, 24시간 출산을 대기해 주는 산과와 마취과 의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 병원에서 첫째, 둘째, 셋째를 낳았다는 엄마들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역사회에서 오래된, 수도권의 산과 병원도 이렇게 문을 닫는 시대가 됐다.


  둘째를 임신하러 다시 난임센터를 찾았을 때, 물론 여전히 붐비고 대기는 길었지만 전반적으로 예전만큼 붐비는 느낌은 덜했다. 시험관 임신이 성공해서 산과로 옮겨졌을 때도, 여전히 산모는 많고 교수님은 응급 분만과 수술로 바쁘셨지만 예전만큼 복닥거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이들 물건은 사용 시기가 짧고 아이 물건이라는 이유로 부모들이 매우 깨끗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 첫째 때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역류방지쿠션, 모빌, 젖병소독기, 수유쿠션과 같은 물건이 팔려나갔다. 그런데 둘째 때는 물건이 오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흔하게 보인다. 모든 산모가 중고 대신 새 물건을 사는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임신 중기 이후 제법 임산부인 것이 티가 나고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뱃속에 둘째가 있나 봐요. 정말 잘했어요. 낳고 보면 하나보다 훨씬 낫다니까' '낳아 놓으면 다 알아서 커요. 정말 잘했어요'였다. 마트에서, 건물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하는 어머님들이 가장 많이 말을 거신다), 이웃 주민들께서, 나의 임신을 마치 당신 가족의 일인 양 기뻐하고 축하해 주셨다. 첫째 때는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매해 출산 인구가 급격히 줄어 이제는 출생아수가 25만 명이 채 안 된다. 요즘은 쌍둥이도 흔하니까 임산부수는 출생아수와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정도일 것이다. 임산부의 수가 지방 중소도시의 인구수밖에 안 되고, 연일 출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나라가 소멸될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보니 어딜 가도 환대를 받는다. 하지만 이 환대가 그리 기쁘지만은 않다.


  왜 나는 많은 부부가 가지 않는 다자녀의 길을 선택했을까? 이 길이 정말 옳을까? 모두가 입을 모아 축하할 만한 좋은 일이라면 왜 다른 사람들은 다자녀의 길을 가지 않을까? 양가 어머님이 한 목소리로 했던 말이 있었다. '둘째는 낳지 마라. 네가 힘들다.' 나는 왜 굳이 양가 어머님의 의견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다시 임신을 했을까?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이별할 때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둘째나 셋째를 갖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영유아 사망률도 매우 낮고 (과거에는 아이들이 종종 죽었다. 다자녀를 출산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아이를 기르는 것이 다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지금(과거에 아이들은 노동의 수단이었다), 경제적으로나 부모 개인의 복지를 위해서도 반-직관적인 선택을 하는 데 무슨 이유가 있으랴. 그냥, 가다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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