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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Sep 11. 2021

정신과 의사지만 엄마는 처음입니다

수면교육에 진심인 편입니다만

  나는 출산 전부터 수면교육에 진심인 편이었다. 미리 섭렵한 육아서에서는 수면교육 파트를 특히 꼼꼼히 읽었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기저귀 갈고 젖먹이는  상상도 하지 않았으면서 아기를 침대에 눕혀 다독이며 재우는 나를 상상했고, 어떤 수면 의식을 만들어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수면등, 수면책을 따져가며 골랐고 오죽하면 처음부터 따로 재우겠다고 아기방에 싱글 침대를 사서 넣을 정도였다.


  내가 수면교육에 이렇게 진지한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수면에 매우 진심인 편이다. 나는 의대생 시절 시험기간에도 밤을 새우지 않았다. 정확히는 밤을 우지 못하는 체질을 타고난 것 같다. 딱 한 번 밤새고 시험에 들어갔는데 보기좋게 최악의 결과를 받았다. 그날 이후 나에게는 최고 점수를 받는 것보다 적당한 점수를 받고 밤에 자는  훨씬 중요해졌다. 그래서 나는 잠을  자기 위해 많은 노력을 투자했고, 상당히 괜찮은 수면 습관을 가지고 있다. 졸릴 때까지 거실에서 책을 보거나 TV 보고 졸리면 침실에 가는데 거의 10 이내에 잠에 든다. 남편이 늦게까지 TV 보자고 꼬시는 주말에도 대개는 유혹을 물리치고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난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하지 않고 심호흡   하다가 자연스럽게 잠에 드는데   자면 매우 깊게  잔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고 활기찬 편이다. 좋은 수면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느끼고 있기에 엄마로서 아기에게 좋은 수면을 물려주는  사명이라고 믿었다.


  내가 생각하는 수면교육은 크게 두 부분이었다. 첫째는 스스로 잠들기, 즉 안아주거나 업어주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스스로 잠드는 것이었고, 둘째는 부모와 독립된 공간에서 수면하는 것이었다. 책에서는 수면교육은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6주쯤부터 시작하고, 6개월 전에 스스로 자는 습관이 붙으면 이어 나가기가 쉽다고 했다. 분리 수면도 부모만 괜찮다면 빨리 해도 되는데, 분리불안이 생기고 나면 매우 어려워지고 그다음에 성공률이 높은 시기는 대상 영속성이 생긴 만 3세 이후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6주쯤 수면교육을 시작하고, 아기침대를 졸업하면 아기방으로 바로 보낼 계획을 세웠다.


  위대한  번째 시도는 생후 6 무렵이었다. 그간 안아서 재웠는데, 이제부터는 스스로 자라고 말해주고 침대에 눕혀 자장가를 불렀다. 마루는 어이가 없었는지 바로 짜증을 내며 울기 시작했다. 아기들은  울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으니 조금만 견뎌보라는 책의 말을 따라 견뎌보려 했는데 1분이 정말로 10 같았다. 진땀이 났다. 이걸 40분씩 같이 견뎌준 부모가 있단 말이야? 나는 의지가 박약해서  하겠다. 1 만에 아기를 안고 사과했다.


수면교육이 중요해도 이건 아닌  같아. 너에게 정말 미안하다. 내가 공부  하고 다시 가르쳐줄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자신감을 상실했다. 6  아기는  위에  올라가는 사이즈에 머리도  가누는 아주 작고 여린 생명체인데,  작은 것에게 무슨 수면을 가르친다는 거야. 앞으로 가르칠 시간은 충분히 많으니 지금 서로 힘든 일을 하지 말자고 합리화하며 다시 안아서 재웠다. 세상에는 정말 대단한 부모가 있는 법이다. 아니면 혼자 자는 것이 편안한 아기가 있는 건가? 어느 쪽이던 나와 마루에게는 안아서 재우고 안겨서 자는 것이 훨씬  맞았다.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수면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부채 의식이 마음을 계속 불편하게 했다.


  ‘느림보 수면교육이라는 책을 읽었다. 수면교육의 핵심은 엄마가 가르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퍼버법처럼 우는 것을 조금 견뎌주는 방법도 있지만 안눕법처럼 안았다 눕혔다를 반복하는 방법도 있다. 수면교육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분분했다. ‘우리 아기 밤에   자요라는 책에서는 매우 천천히 단계를 올리는데 아기가 불편해하거나 엄마 마음이 불편하면  단계로 ‘즉시돌아가라고 했다. 나에게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였다. 아기의 울음을 훨씬 편안하게 달랠 방법을 알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은 좋아 보이지 는다는 이유로 나는  마음이 편한 방법을 선택했다. 나는 아기를 안거나 업어서 어느 정도 재우고 눕혀서 깊은 잠에  때까지 옆을 지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아기를 재울  평온한 마음을 얻었다.


  분리 수면은 어떻게 되었을까? 부부침대 옆에  아기침대에서 마루는 5개월까지  잤다. 그러나 6개월이 가까워지자 아기침대는 점점 좁아지고 나중에는 머리와 발끝이 닿았다. 아기침대와 이별할 시간이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리 수면은 실패했다. 역시 내가 문제였다. 내가 불안해서 따로  자겠다고 했고 남편이 동의했다. 남편과 가구를 재배치해서 부부 침대 옆에 싱글 침대를 붙인 패밀리 침대를 만들었다. 침대 사이 공간을 메우는  원통 쿠션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분리 수면이라고 합리화했는데, 다행히 마루는 원통 쿠션을 넘어오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자주 었다. 오히려 가끔 낑낑댈  방을 이동할 필요 없이 누운 자리에서 아기를 다독일  있어 삶의  향상에 매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수면교육에 진지한 편이던 나는 분리 수면도 하지 않았고 여전히 아기를 업거나 안아서 재운다. 아는 대로, 공부한 대로 현실이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이다. 특히 육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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