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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un 20. 2021

정신과 의사지만 엄마는 처음입니다

엄마가 의사인 게 아기에게 더 좋을까?

  우리나라는 전문의 제도가 잘 되어있고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의대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진료 과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힌다. 그리고 의사국가고시에서 시험을 본다. 그래서 어쩌면 의사가 가장 똑똑한 때는 의사고시를 갓 합격한 인턴 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공의가 되어 전공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진료하면서 머릿속은 전공지식으로 점점 채워지고 비전공지식은 자리를 뺏긴다. 전문의가 되어 세부 전공이 생기면 더하다. 전문의 시험을 볼 때는 전공과목의 전반적인 지식을 대부분 알고 있지만 세부 전공을 하다 보면 또다시 비 세부 전공지식은 자리를 뺏긴다.


  나는 중독 환자를 주로 보는 정신과 의사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 상담이 간간히 있긴 하지만 주로는 성인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 환자들이 많고, 소아청소년 환자를 만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내가 세부 전공에  몰두할수록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대한 지식은 점점 축소되어간다. 그럼에도 주변에서는 아이를 기르다가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물어본다. “발달이 괜찮은 거야? 너무 느린  아니야? 이런 행동은 정상이야? 나는 어떻게 해줘야 ?” 솔직히 나는 소아 발달을 잘 모른다. 게다가 남의 자식을 얄팍한 지식으로 이렇다 저렇다 말해줄 수가 없어서 대개 소아청소년 전문가를 연결해준다.


  그런데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모르는 것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혀모르는  아니라 ‘조금아는  정말 문제다.


  마루 6개월 무렵 머리를 격렬히 흔드는 도리도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도리도리보다는 헤드뱅잉급의 흔들기로 보였다. 벌써부터 자극 추구 행동을? 혹시 자폐스펙트럼인가?


  이 사건의 결말은 친한 소아정신과 선생님이 놀러 와서 마루의 행동을 보고 아주 가볍게 ‘저거 재밌어서 저래’라고 한 마디 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고 마루는 도리도리라는 말을 따라 고개를 옆으로 흔들 수 있게 되었고 가끔은 즐거움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머리를 격하게 흔들기도 한다.


  또한 '조금' 아는  병이 된다. 얄팍한 지식으로 나쁜 경우를 상상한다. 이런 일은 전반적인 건강과 질병 영역에서 수도 없이 일어났다. 마루의 기침소리를 모세기관지염으로 착각해서 병원으로 들고뛰기도 했고,  하루 콧물이 났을 인데 중이염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비록 나는 의사지만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오히려 아이를 길러본 선배 엄마들의 식견이 정확할 때가 있다. 엄마가 의사라는 이유로 얄팍한 지식으로 아이를 대하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칠 수 있다. 항상 겸손하고 모른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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