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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ul 05. 2024

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시작: 둘째를 갖기로 결심하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 그리고 출산하고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단연 이것이다.


  “둘째가 정말 더 예뻐요?”


  나도 그랬듯이, 외동 엄마들은 둘째가 있는 삶이 궁금하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아이가 있는 삶이 그리 궁금하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첫째를 낳고 나서 시간이 흐르고 나니 아이가 하나 더 있다면 어떨까 궁금해지는 것 같다.




  나와 남편은 맏딸, 맏아들 부부다. 나의 어린 시절 은밀한 꿈은 ‘외동딸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렵게 가진 첫째를 낳으며 ‘이 아이에게 첫째의 설움을 물려주지 말자’고 다짐했다. 첫째의 설움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네가 형이니까 / 누나니까 양보해라.’

  ‘형이 돼서 / 누나가 돼서 왜 그러니.’

  ’네가 우리 집 기둥이야.‘


  비교 의식 속 열등감과 부담감, 착한 아이 콤플렉스로 꽁꽁 뭉친 나는 첫째인 게 정말 싫었다. 특히 첫째 딸인 것이 싫었다. 그래서 내가 만약 딸을 낳는다면, 아니 아들이라 하더라도, 너의 운명은 외동이라고 출산 전부터 굳게 다짐했다.




  그런 내가 왜 둘째를 갖기로 마음먹었을까?


  첫째가 11개월이 되었을 때 나는 복직했다. 일하느라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붙잡고 싶어 시간만 나면 어디로든 떠났다. 여행지에서 조식을 먹으러 내려가보면 고만고만한 아기와 함께한 가족이 가득했다. 형제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때로는 왁자지껄 장난치며, 그러다가 부모에게 혼나며 아침 식사를 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보면 볼수록 형제가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좋아 보였다.


  나는 외동이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동생을 미워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나에게 동생은 소중했고, 우리는 사이좋은 오누이였다. 내가 외동이길 바랐던 것은 알게 모르게 지워진 첫째의 무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언제나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압박, 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그런 것에서 항상 도망치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로만 남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 딸에게 동생이 있다면?’

  ‘점점 더 개인화되는 이 세상에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아이에게 든든한 방패가 돼줄 수 있지 않을까?’

  ‘계속 사람들이 줄어드는 미래에는 형제가 있다는 것이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나아가 나에게도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나에게 아이가 둘 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될까? 내 직업은?’

  '우리 부부는 두 아이를 양육해 낼 능력이 되나?‘

  ‘우리 엄마보다 괜찮은 엄마가 될 자신 있나?’


  이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돌아보니 아이를 적게 낳기도 하지만, 둘째는 훨씬 적게 낳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만 5세 이하 (미취학) 영유아를 양육하고 있는 가구>에 관한 KOSIS 통계를 확인해 보았다.

  2022년을 2021년과 비교했을 때, 전국에서는 2022년에 영유아 자녀 가구가 144만 8,835 가구로 전년 대비 -11만 7,040 가구 (-7.5%)이다. 이 중 영유아가 1명이 가구는 71만 3,783 가구로 2021년 대비 3만 5,750 가구가 감소 (-4.8%)했는데, 2명인 가구는 59만 7,484 가구 (전년 대비 62,829 가구 감소, -9.5%), 3명 이상인 가구는 13만 7,568 가구 (전년 대비 18,461 가구 감소, -11.8%)로 형제가 있는 가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둘째 출산은 첫째의 삶에, 엄마의 삶에, 아빠의 삶에,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확대 가족과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까? 궁금해졌다.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아무리 부자가 돼도, 형제와 함께 사는 경험을 돈으로 사 줄 수는 없겠다는 생각. 물론 한 번 형제가 생겨버리면  외동으로 사는 경험 역시 돈으로 사 줄 수 없지만 말이다. 무엇을 덜 후회할까? 시도해 보고 안 되면 모를까, 시도조차 해 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둘째를 가져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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