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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둘째가 더 어려운 이유

by 마루마루

첫째는 걷지도 못할 때부터 수영장을 제 집처럼 누볐다. 처음 수영장에 들어갔을 때도 울거나 불편해 보이지 않고 신나게 물장구치며 놀았다. 지금도 물에만 들어가면 첨벙첨벙, 온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언제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수영장'이며, 한겨울에도 언제나 '수영장'을 외친다. 그래서 아이들은 모두 수영장을, 물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첫째는 할아버지만 보면 울었다.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를 가리지 않았다. 일단 10분간 울고, 1시간 정도 눈치를 보며 낯을 가려야 겨우 가까이 갈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부모님을 뵐 때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지만 '아이가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요, 10분만 기다려주세요'를 외치며 눈치를 봤다. 어디선가 '아이들은 남자 어른들을 무서워하는데, 덩치가 크고 목소리가 낮아서이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모두 할아버지를 무서워하는 줄 알았다.


첫째는 식사량이 많지 않다. 게다가 크면서 입이 짧아지더니, 지금은 한 끼에 겨우 다섯 숟가락을 먹는다. 뷔페에 가면 시리얼, 감자튀김, 건포도, 미역국, 흰 밥, 치즈, 머시멜로, 푸딩만 먹는다. 그것도 조금만. (아까운 입장료)




둘째는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수영장은 싫어했다. 물에 들어가면 (물이 차가워서일까?) 긴장한 기색이 뚜렷하고, 금방 울면서 안아달라고 한다.


둘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를 좋아했다. 할아버지를 봐도 울기는커녕 할아버지한테 먼저 안기고 (할아버지가 있으면 엄마에게서 스스로 벗어나 할아버지에게 안아달라고 한다), 할아버지 품에서 간식을 오물조물 냠냠 먹는다.


둘째는 많이 먹는다. 분유도 하루에 1000cc 가까이 (240cc씩 4번 + 가끔 추가로) 먹고, 이유식도 200g 뚝딱 먹고 모자라서 더 먹었다. (그래서 식비가 더 많이 든다) 돌이 지나자마자 유아식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예의상 누나보다 적게 퍼 줬으나 계속 짜증을 내며 먹을 것을 더 달라고 하기에 첫째보다 밥과 반찬을 더 많이 퍼 준다. 그렇게 먹고도 내 밥그릇을 호시탐탐 노린다.




첫째 때는 '아이들은 이런가 봐' 하면서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웠는데, 둘째 때는 '으레 이렇겠지' 하면서 알고 있는 지식으로 대충 때려 맞췄다. 그렇게 때려 맞춘 것이 맞을 때도 있지만, 맞지 않을 때도 많아, 나는 종종 혼란에 빠진다. 특히 수영장에서 불편해했을 때 정말 많이 당황했다. '너 좋으라고 한 일들'이 '나의 선입견과 편견'의 결과이며 '관찰하고 생각하기 귀찮아한' 결과였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첫째와 둘째는 형제이므로 비슷한 점도 많다.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이 차이를 생각하지 않다가 뼈아프게 당한다. 병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조현병, 똑같은 알코올 중독 같아도 이 사람과 저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 같은 치료제를 써도 목표가 다르며, 당사자와 가족에게 하는 이야기도 다르다. 같은 진단명을 가진 사람을 진료하는 것은 천편일률적일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환자에게도 그렇게 해왔는데, 내 자식에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반성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으레 내 생각과 같겠지'하고 생각할 노력을 덜 한다. 게다가 둘째는 '첫째 때 이미 경험했으니까'하고 고민과 생각도 덜 한다. 그래서 둘째는 느긋하고 불안이 적은 것 같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첫째에게는 첫째의 길이, 둘째에게는 둘째의 길이 존재함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겠다. 둘째의 새로운 시도마다 선입견과 편견을 최대한 내려놓고, 마음을 열고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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