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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an 26. 2022

정신과 의사지만 엄마는 처음입니다

에필로그: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

  이 글을 쓰는 지금, 마루는 19개월이고 나는 복직 8개월 차다.

  막 엄마가 되었을 때, 나는 내가 '완벽한' 엄마가 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준비했다. 

  하지만 마루가 태어나고 엄마의 삶에 들어가 보니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완벽과는 거리가 아주 먼, 매일 예측 불가능한 일이 발생하는, 매일 새롭게 적응해서 생존해야 하는 세계였다.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배앓이를 할 때 당직이던 남편에게 울면서 하소연했던 일, 밤새 자지 않고 칭얼대던 아기에게 화를 내고 바로 사과하고 자책했던 일, 내 계획대로 수면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좌절하며 고심하던 밤들, 발달이 빠른 다른 아기들과 속으로 비교하고 조바심 내던 날들, 나의 욕망이 채워지지 않아 짜증 내며 초조해하던 시간들, 다시 하라고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 그래서 첫째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둘째를 가지나 싶기도 하다.


  이제 나는 완벽한 엄마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아니, 나는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완벽한 엄마가 정말 아이를 위해 좋을까 의문도 든다. 모든 것에 정답을 가지고 있는 엄마, 모든 요구를 완벽하게 들어주는 엄마가 아이의 발달에 정말 좋을까. 

  인간의 성장에는 적절한 좌절이 필요하다. 적절한 좌절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아이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 엄마도 인간이니 실수하거나 모르면 잘못할 수도 있다.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가끔 실수하고 실수하면 사과하고 다시 시도하는 엄마,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가 더 인간적이고 살을 부비고 어울리기 좋지 않을까.


  여러 면에서 부족하지만 스스로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라고 인정해본다. 이 정도면 엄마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마루 덕분에 엄마도 정말 많이 성장했단다. 마루에게 정말 고마워. 앞으로 남은 긴 인생도 함께 잘 성장해보자. 


* '일하는 정신과 의사 엄마로 살아남기'가 이어집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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