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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Mar 20. 2023

페미니스트 : 닫힌 문을 열고


나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고, 이성애자이지만, '자매애'에 깊이 감응하고 공감한다. 내가 그나마 페미니즘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내 삶은 지금보다 훨씬 나쁜 방향으로 나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성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든 건 내 삶의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구체적 감정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엄마, 누나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랐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물리적 힘은 약할 지 모르지만, 그들은 남성보다 훨씬 강한 삶의 뿌리를 내리고, 멈추지 않는 생명력으로 자식들, 가족을 먹여 살린다.


인간(남성)이 만든 '신'은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는 '모성'의 개념으로 상징한다. '가이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창조의 여신이자 세계 모든 것의 어머니이며 생명의 근원이다. 남성이 만든 신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입체적인 존재가 가이아다.


나는 내 또래의 남자들보다, 여성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내 스스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여성들과 이야기하면 소재가 다양하고, 생각의 범주나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하다는 걸 느낀다.


여성은 사회에서 약자이며 사회로부터 소외된 존재다. 이걸 확대하면 사회적 약자들 - 여성, 어린이, 노인, 성소수자, 장애인, 가난한 사람(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 모두에 해당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나 역시 도시빈민으로 태어나 소년 노동자로 자랐고, 늘 가난하게 살았기에 사회적 약자로서, 힘없는 사람들끼리 연대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페미니즘의 거울로 바라보면, 사회적 강자로만 알려진 남성들 가운데서도 사회적 약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사회는 엄연한 계급 질서가 존재하고, 사회의 주류인 남성이 지배계급을 이루며, 피지배계급 남성들은 이들 남성 사회에서 이등 시민으로 취급당한다.


여성은 '자매애'를 바탕으로 결속하는 힘이 강하지만, 남성은 '형제애'로 결속하기 어렵다. 그건 '성'의 특성에 따른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여성이 진화적으로 더 우월한 성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작품(페미니스트 : 닫힌 문을 열고)에는 책으로만 읽었던 유명한 페미니스트 저자들도 여럿 등장한다. 케이트 밀레, 팰리스 체슬러를 비롯해 내 의자 뒤의 여성해방운동 관련 책들에서 볼 수 있었던 낯익은 이름들을 발견하는 건 즐겁고 신기한 느낌이다.


나는 페미니즘을 당연히 지지하지만, 그들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1970년대 미국에서 불었던 여성해방운동은 '백인 주류 여성'이 시작했고, 그들을 위한 '여성 해방'이라는 걸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페미니즘 내부에는 '유색 인종 여성 해방', '노동 계급 여성 해방', '성 소수자 여성 해방' 같은 다양한 갈래가 있으며, 이들은 하나의 '페미니즘'을 말하면서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갈등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건, 남성 권력에 저항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남성 폭력을 미러링하는 여성 운동인데,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여성 운동이 남성 중심의 극우 집단이자 패륜 집단인 '일베'와 결합하면서 끔찍한 혼종을 만들어 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어떤 운동이든 극단으로 가면 자기 파괴와 환멸, 증오만을 만들 뿐이라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그렇다고 여성 해방 운동을 '온건하게' 하라는 말도 옳지 않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여남 평등을 이루기 위한 투쟁에서 '온건히'라는 말 자체가 폭력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성 해방 운동을 열렬히 지지한다. 한국에서도 페미니즘이 더 활발하게 논의되어야 하고, 여성들의 평등을 위한 투쟁이 더 많이, 자주 일어나길 기대한다. 여성은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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