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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퍼

by 백건우

비키퍼


제이슨 스타뎀 액션 영화는 기본은 한다. 이 영화도 액션 영화의 형식을 띄고, 액션이 자주 보이긴 해도 액션의 이면에 있는 부패한 권력과 싸우는 내용이다. '비키퍼'는 주인공 애덤(제이슨 스타뎀)의 직업이면서 동시에 그가 하는 진짜 역할을 상징한다. 꿀벌 집단에서는 알을 낳지 못하는 여왕벌을 죽이고 새로운 여왕벌을 추대하는 혁명이 가끔 벌어지는데, 자기가 속한 벌 무리를 지키는 일을 하는 소수의 정예 집단을 '비키퍼'라고 한다.

애덤은 '비키퍼'로 현역에서 퇴직하고 농장에서 벌을 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존 윅'에서 주인공 존 윅이 현역에서 퇴직하고 개를 기르며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과 비슷한 시작이다. '존 윅'에서는 가족처럼 키우며 살던 개가 죽으면서 마피아 조직 전체가 붕괴되는 과정을 그리는데, '비키퍼'에서는 애덤에게 친절을 베푼 이웃 아주머니가 피싱 사기 조직에게 가진 돈이 모두 털리고 자살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존 윅'에서도 처음에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던 사건이 점차 거대한 범죄 집단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존 윅이 거대한 세계와 맞서게 되는데, '애덤'도 피싱 조직이 있는 빌딩 하나를 폭파하면서 그 뒤에 있는 더 큰 조직과 맞서 싸운다. '존 윅'이 마피아 조직과 싸운다면, '애덤'은 부패한 국가 권력과 맞서 싸운다는 점이 다르다.

선량한 사람들에게 사기 치며 돈을 가로채는 스미싱, 피싱 조직이 있고, 이 조직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 가운데 자살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이건 영화이면서,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사실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이런 피싱 사기 조직이 각 주마다 큰 조직으로 활동하고, 미국의 모든 주에서 범죄로 번 돈은 한 곳으로 모인다.

'애덤'은 자살한 이웃 아주머니를 위해 복수를 결행하고, 피싱 조직과 그들이 있던 빌딩을 폭파하지만, 사건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범죄 조직에서는 '애덤'을 죽이려 공격하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애덤'은 한 번도 웃지 않는다. 그는 내내 진지하고 심각한 얼굴로 범죄 집단의 최상부에 있는 두목을 찾아 죽이는 걸 목표로 직진한다.

피싱 사기 피해자의 자살 사건은 결국 미국 대통령의 권력으로 연결되는데, 이 인과 관계가 어느 정도 합리적인 과정을 드러내면서 전혀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아닌, 설득력 있는 서사로 이어진다.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비키퍼'의 여왕벌과 같은 존재를 상징하며, 대통령의 아들이 피싱 사기 조직은 물론 각종 코인 사기의 최종 우두머리라는 설정은 최고 권력을 직접 타격하지 않으면서, 권력의 부패에 관해 비판하는 방식이다.

권력과 돈을 가진 개인 또는 집단은 언제든 부패할 수 있으며, 권력을 오남용할 경우 다수가 입는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걸 보여준다. '비키퍼'는 비록 퇴직한 특수요원이지만, 자신이 죽음을 무릅쓰고 끝까지 범죄 집단의 최고 우두머리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는 건, '옳고 그름'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사회는 부패할 수밖에 없고, 그건 결국 극소수 범죄자의 손에 권력과 돈을 넘겨주게 되며, 국가 단위의 생존이 걸린 심각한 문제라는 걸 애덤은 알고 있다.

우리도 바로 최근까지 부패한 권력이 휘두르는 망나니 패악질 때문에 국민 다수가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가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애덤이 지난 윤석열 정권에 있었다면, '비키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을 거라고 본다. 선량한 시민을 학살하는 권력자는 제거되어야 한다는 '비키퍼'의 철칙은 영화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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