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을 억누르며, 조영남 사태에 관한 멍청한 논리를 반박한다
먼저, 아래 링크의 한국일보 기고는 손이상이라는 문화운동가가 쓴 글이다. 이 글의 핵심은, '조씨에게 죄가 있다면 하청업체에 위탁한 제품에 자사 로고를 박아놓고 비싸게 파는 대기업에도 같은 죄가 적용되어야 한다. 노동자에게 헐값을 쥐여주고 만든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파는 모든 회사도 같은 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http://hankookilbo.com/v/cc9461b5b4ea43bd9f506907844a60c1
손이상의 논리는, 예술작품에서 '대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로댕을 거론하고 있다.
이 주장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예술'이라는 단어를 '미술작품'에 한정하고 있고, 예술과 자본을 등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자, 손이상이 주장하는 논리가 엉터리라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분인데, 이제부터 그 내용을 살펴보자.
1. 예술행위에서 '대작'은 큰 문제가 아니다, 라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옳지 않으며, 소위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착취의 다른 이름이다.
'대작'이 문제없다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소설을 쓰는 내가, 내 아이디어를 다른 작가에게 제공하고, 소설을 써달라고 부탁한 다음, 그렇게 나온 작품을 내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가? 단지 내가 대작을 한 그 작가에게 정당한 원고료만 지불한다면? 맞나? 조영남의 '대작'이 문제 없다고 말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내가 한 말도 맞다고 해야지 논리적 일관성이 생긴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소위 '예술'이라는 건, 행위가 아닌-행위는 즉 작가의 직접적인 창작행위를 말하는 것인데-아이디어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인가?
음악의 경우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작곡가에게 의뢰해 노래를 만들고, 작곡가에게 일정한 돈을 지불하면 그 노래는 내가 창작한 것이 되는가?
대체, 이런 방식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뇌 구조가 정말 궁금하다.
대체 '예술가'라는 게 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개념에 대해서 생각은 해 본 걸까? '예술가'의 기본이 어떤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해 본 걸까, 매우 의심스럽다.
2. 예술 행위와 자본을 등치하는 오류는,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갈 것이며, 이런 주장은 따라서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래서 더 나쁘다.
앞에서 '대작' 자체가 불법이며 '예술'이 아님을 반박한 것처럼, '대작'과 자본이 노동자를 고용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노동자를 고용해 상품(또는 서비스)을 만들어 판매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합법적이며 정당하다고 주장한 사람이 누군가? 오로지 자본가들일 뿐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그 자체로 불법이고, 정당하지 않다. (노예제와 농노제가 합법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그럼에도 손이상은 마치 자본주의가 합법적이고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 정당한 체제이자, 작동방식이라고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라는 것은, 자본이 절대적 힘의 우위를 갖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폭력으로 그 체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손이상은 자신이 자본주의 체제에 매몰되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손이상이 그 논거로 끌어온 진중권의 주장 역시 똑같은 오류를 갖고 있음을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위의 손이상의 글을 보면, 1)에서 이미 잘못된 논거로 2)를 주장하는 것이니, 그의 논리는 전제부터 잘못되었기에 결론은 당연히 잘못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들의 생각이 그만큼 낮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짜증이 나지만,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꼭 손이상(나는 그가 누군지도 모른다)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제발, 좀 모르면 배우고, 함부로 떠들고 다니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