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건우 Jan 05. 2017

[영화] 마스터


[영화] 마스터


런닝 타임이 무려 2시간 30분 가까이 되는 대작이다. 주연배우들만 봐도 대작이라는 느낌이다.

최근 한국영화는 한국 사회의 비리와 범죄를 파헤치는 사회 고발 영화를 많이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도 실제 한국에서 벌어졌던 역대 최대의 사기 사건인 조희팔 다단계 범죄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나왔던 여러 영화들-신세계, 베를린, 내부자들 등등-에 비해 더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장점은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캐릭터의 개성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영화의 내용으로만 보면 이 영화의 결말은 약간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결말에서 약간 울컥했다. 그것은 우리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이야기였고, 서민의 고통에 감응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마스터'인 경찰 김재명은 똑똑한 데다 정의로운 인물이어서, 한국에서는 꼭 필요한 경찰인데, 이런 경찰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면 정말 안타깝고 한심할 뿐이다. 특수범죄 수사팀을 이끄는 김재명의 직속상관은 경찰청장인데, 그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인물이라는 전제가 있어야만 가능한 이야기인데, 그런 점에서 경찰 쪽은 너무 단순화되었다는 생각이다.


경찰과 사기범 진회장 사이에서 이야기의 긴장과 새로운 상황을 만드는 것은 박장군이다. 박장군은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캐릭터의 매력이라면 세 사람 가운데 박장군이 단연코 돋보인다. 인물 자체는 복잡한 성격이 아니지만-복잡한 인물이라면 역시 진회장이지만-그가 놓여 있는 상황이 인물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긴 상영시간이 장점이긴 하지만, 중간에 약간 지루한 장면이 보여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 편집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더라도 영화는 재미있다.


'에이, 태국으로 갔어야 했는데, 괜히 필리핀으로 와서는'


이 대사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데, 대부분의 관객이 듣지 못하고 나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타이틀이 올라가기도 전에 대부분의 관객이 극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바로 그때부터 새로운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앞서 나간 관객은 감독이 만든 '이스터 에그'를 못 본 것이다. 영화는 극장에 불이 켜질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