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핸즈 오브 스톤
복싱팬이라면 볼만한 영화. 복싱의 역사에 한 획을 기었던 로베르토 듀란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모든 재능이 그렇듯 복싱도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천재를 이기기는 어렵다.
복싱은 대표적인 '헝그리' 스포츠라고 한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 몸 하나만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운동이기도 했다. 70년대와 80년대 한국 복싱계가 얼마나 화려했는가를 돌이켜보면, 그 시기 한국의 사회가 배고픔의 상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후진국형 개발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로베르토 듀란이 활동하던 70년대 파나마 역시 한국과 비슷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렵게 살던 듀란은 골목에서 싸움을 하며 자기가 '싸움'에 약간 재능이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본격 복싱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싸움에서 재능을 발견한 듀란을 보면, 육체적으로 강한 사람이 따로 있고, 그것은 어떻게든 드러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보여준 재능은 육체적인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4체급을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한다.
그는 '돌주먹'이라는 별명처럼, 복싱선수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돌주먹'을 선천적으로 갖게 된다. 복싱선수의 두 가지 조건은 '강한 맷집'과 '돌주먹'인데, 여기에 무하마드 알리처럼 '바람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빠른 발까지 있다면 그것은 무적의 상태가 될 것이다.
개인적인 삶으로 보면, 듀란은 학교를 다닌 적도 없고, 문맹이다. 하지만 그는 복싱으로 번 돈으로 고향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기도 했다. 그가 퍽 다혈질이긴 하지만 가족에게는 따뜻한 남편이자 아빠이고, 무엇보다 가난했던 파나마의 국가적 영웅이었다.
그는 미국을 미워하고, 미국에 반대하는 입장에 줄곧 섰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유능한 트레이너는 미국인이었다. 파나마 운하가 미국에 속해 있던 동안 파나마와 미국의 갈등이 커졌는데, 반미를 부르짖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듀란 역시 사회의식이 성장했던 것이다.
이제 세계적으로도 복싱은 사양길이다. 복싱을 대체하는 이종격투기가 붐을 이루고, 더 강하고, 더 잔인한 격투기가 생겨나고 있으니 복싱과 같은 거칠지만 아름다운 운동을 앞으로는 보기 어려울 듯 하다.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여야만 가능한 운동은 몸으로 하는 운동이 다들 비슷하겠지만, 복싱이 가장 격렬하지 않을까. 그만큼 자기 통제와 절제, 한계를 스스로 알고 조절해야 가능한, 육체보다는 멘탈이 강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말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