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프래니
다코다 패닝은 어릴 때 퍽 놀라운 연기를 보였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아마도 처음 보는 듯 하다. 리처드 기어야 워낙 유명한 배우니 말할 것도 없지만, 이 영화는 식상하다.
친구를 사고로 잃고 괴로워하는 인물이 왜 꼭 억만장자여야 하는가? 인물의 배경이 너무 완벽해서 드라마의 갈등 구조가 느껴지질 않는다. 프래니는 억만장자이고, 아무 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인데, 자신이 잘못해서 가장 가까운 친구 부부를 죽게 했다고 자책한다. 그리고 그런 자책으로 마약중독자가 되는데, 그는 여전히 억만장자로 존재한다.
프래니가 정신을 차리는 것은 죽은 부부의 딸인 올리비아가 전화 해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부터다. 프래니는 자신이 시달리고 있는 죄책감을 덜어버릴 수 있는 방법을 올리비아에게서 찾는다. 남자친구와 함께 임신을 한 상태로 돌아온 올리비아에게 옛날에 살던 집을 다시 사주고, 남자친구를 자기가 소유한 병원에 의사로 취직시켜준다.
이런 모든 배려가 오히려 올리비아에게는 불편할 뿐이다. 프래니는 올리비아에게 속죄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 영화가 뒷부분에 뭔가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면 몰라도, 특별한 반전도 없이 끝나기 때문에 드라마틱하지 않다. 다코타 패닝도 뚜렷한 연기를 보이지 못했고, 리처드 기어에 비해 비중이 적게 나왔다.
결국 이 영화는 리처드 기어의 원맨쇼 같은 느낌이다. 진정으로 죽은 친구 부부를 생각한다면, 억만장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었을텐데,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단지 혼자서 괴로워하고, 자책하고,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망치는 장면만 나오는데, 나이 든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어른이라면 자신의 죄책감을 사회적으로 풀어낼 줄 알아야 하고, 더구나 억만장자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게다가 정작 깊이 슬퍼해야 할 사람은 다름아닌 올리비아가 아닐까. 플래니는 친구지만, 올리비아에게는 부모이고, 어릴 때 부모를 잃었으니 그 슬픔이며 안타까움이 플래니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텐데 정작 올리비아는 덤덤한 모습이다. 아마도 남자친구가 옆에 있고 자신이 임신을 했기 때문에, 부모 생각으로 슬픈 감정을 갖지 않으려 일부러 애를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리처드 기어와 다코타 패닝이 나오는 영화지만 영화의 시나리오는 평균 이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훌륭한 배우가 출연해도 시나리오가 뛰어나지 않으면 배우의 연기도 빛을 내기 어렵다. 이건 단지 예산이나 연출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의 문제다. 좋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 빛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