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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여행-첫째날

by 백건우

여수 여행-첫째날


여행, 특히 국내여행을 했던 때가 퍽 오래되었다. 대략만으로도 15년이 넘었다. 결혼하고 20년이 지났고, 이제 아들이 성년이 되어 자기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가족여행도 부부여행이 되고 말았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했던 부부여행이었고,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줄곧 셋이 함께 하는 가족여행이었다가, 이제 다시 부부여행으로 돌아왔다. 우연의 일치지만 작년 같은 날 가족이 하와이여행을 다녀왔다. 링크는 여기 http://marupress.tistory.com/2245

2박3일의 국내여행을 생각하고 떠올린 곳은 여수였다. 여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 다른 곳은 그래도 두루 한번씩은 다녀왔었는데 여수는 기억에 없었다. 여수가 유명한 곳이어서 그곳이 어떤 곳이라는 건 듣고 봐서 알고 있었지만 정작 우리가 직접 가 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여수 바로 옆에 있는 남해는 책모임 친구들과 몇 번 가 보기도 해서 여수가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 (부부의)여행은 보통의 여행처럼 스케줄을 만들고, 여기저기 가 볼 곳을 미리 정하거나, 맛집 탐방을 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대로 천천히, 느긋하게 우리가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곳에 가 보는 것으로 정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사람들의 여론에 따르지 않고 우리 방식대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우리의 체력이 한창 젊은이가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여러 곳을 다닐 수도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주섬주섬 옷가지며 노트북 등을 챙겨 가방에 넣고, 짐들을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출발했다. 평일 오전이고, 출발할 때 날씨가 몹시 추워서 도로는 한산했다. 우리가 가는 길은 양평에서 시작하는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시발점인 옥천IC였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고속도로가 있어서 편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여주IC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호법IC에서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탄 다음 조금 더 내려가 음성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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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휴게소에서 간단하게 간식과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 들른 다음 다시 출발했다. 날씨는 추웠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예약하는 건 아내가 했고, 여행코스와 밥을 먹는 건 내가 선택하기로 해서, 사흘 동안 하루 두 끼로 계산해 모두 여섯 끼의 식사할 곳을 미리 알아봤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닥치는대로' 방식으로 바뀌면서 모두 소용없게 되었다.

점심은 어디에서 먹을까 생각하다, 아내가 좋아하는 더덕과 장어를 한꺼번에 하는 곳을 발견했다. 이런 방식으로 음식을 내는 곳은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다. 고추장장어더덕구이인데, 남원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식당이 있었다. 요즘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거의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자동차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여행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남원에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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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 있는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2시 경이었다. 식당에는 손님이 우리뿐이었다. 장어구이와 더덕이 함께 나와서 음식값이 싸지 않았지만 만족도는 나쁘지 않았다. 먼저 생더덕이 듬뿍 올라간 고추장장어구이가 나왔다. 반찬과 상추가 함께 나왔는데, 밥은 나오지 않았다. 먼저 고추장장어더덕을 상추에 싸서 먹은 다음, 그 돌판에 밥을 볶아준다. 이렇게 먹으면 배가 부르다. 밥을 먹으면 마지막으로 누룽지가 나와서 마무리를 한다. 구수한 누룽지는 언제나 좋다. 밥을 먹고 나와서 식당 밖을 둘러보니 장어 메뉴가 있는 식당들이 주변에 많았다. 아마도 이 근처에서 장어 양식을 하거나 장어와 관련한 사업장이 있는 듯 했다.

점심을 먹고 곧바로 이틀 동안 묵을 호텔로 향했다. 남원에서 호텔까지 거리는 약 100km 정도 되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한국의 도로가 세계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로망은 훌륭했다. 도로망이 잘 짜여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런 결과가 한국의 토목산업 중심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도로, 특히 고속도로가 많이 생기면 지역과 지역이 빠르게 연결되어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지역의 공동체가 파괴되는 부작용도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남원에서 여수까지 약1시간 정도를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바닷가에 있어서 풍경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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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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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에서 바라 본 풍경. 바다와 여수 시내 쪽이 보였다. 이 객실에서는 하룻밤을 잤고, 둘째날 객실을 바꿔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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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에 갖춰진 음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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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안주, 면도기, 칫솔 등이 있지만 모두 유료다. 그것도 꽤 비싸다. 당연히 쓰지 않는다. 여기 있는 걸 아무렇지 않게 먹고, 마시면 부자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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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은 여행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늑하지만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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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보이는 오동도. 걸어서 산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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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깨끗하고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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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바로 아래 보이는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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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시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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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에 짐을 풀고 먼저 커피를 내려 마셨다. 캡슐 커피는 처음이다. 집에 비슷한 커피머신이 있어서 커피를 내려마시는 건 낯설지 않지만, 캡슐방식은 이번에 처음 써봤다. 커피 맛은 나쁘지 않았다. 짐을 대충 풀어 놓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산책을 하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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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오동도는 가까운 곳에 있다. 걸어서도 충분히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우리가 오동도에 갔을 때는 입장료가 무료였다. 예전에는 입장료를 받았던 것 같다. 오동도 쪽에서 바라보는 호텔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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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 안내판. 다리를 건너 입구에서 곧바로 오른쪽 계단을 올라가면 된다. 이 작은 섬에 의외로 볼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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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 다리를 건너서 호텔 쪽을 바라 본 풍경. 날씨가 흐리고 해가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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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온통 동백나무 숲을 볼 수 있는데, 지금은 동백꽃이 피는 시기가 아니어서 동백꽃이 만발한 장면은 볼 수 없었지만 숲속을 산책하는 것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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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용굴'이라는 곳으로 통한다. 바다의 바위 안으로 좁고 긴 굴이 있는데, 이곳에서 들리는 파도소리는 조금 특이하다. 동굴 안에서 울리는 파도소리는 마치 용의 울음처럼 웅장하고 기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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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켜지기 시작하는 여수의 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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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을 호텔에도 조명이 들어오면서 울긋불긋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오동도 산책을 하고 곧바로 해상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곳으로 갔다. 호텔 앞 주차장에 커다란 타워가 있는데, 이곳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해상케이블카 탈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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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에도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 밤이 되자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케이블카는 8인승과 5인승이 있는데, 5인승은 바닥이 투명해서 아래가 훤하게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밤이어서 비싼 5인승을 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해서 8인승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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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고 가면서 보는 여수의 밤바다 풍경은 대단 화려했다. 전국의 어느 도시보다 밤 풍경이 화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수 밤바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멜등대에도 불빛이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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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도 조명이 들어와 번쩍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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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시내의 바닷가에도 조명디자인을 해서 불빛이 반짝거리도록 만들었는데, 아주 가끔 들르는 관광객에게는 휘황찬란한 장면이기는 하겠지만, 여수 시민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빛의 과잉도 공해임에 틀림없는데, 여수 밤바다의 조명은 지나친 면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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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케이블카가 도착한 곳은 돌산공원이다. 돌산공원도 조명디자인을 했고, 이곳에서 돌산대교가 바로 내려다 보인다. 이곳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케이블카를 타고 오면서 보던 밤바다의 조명을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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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앞에도 조명 장식이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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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앞에 해상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타워 엘리베이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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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호텔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는데, 한 마디로 실망스럽다. 호텔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다. 특히 규모가 큰 곳일수록 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음식의 수준은 평범하고 값은 비싸다. 차라리 평범한 백반집에 가는 것이 훨씬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여수 여행의 첫날이 지났다. 집에서 출발해 여수에 도착한 것이 오후4시였으니 불과 몇 시간의 여행이었지만 여수의 밤바다 풍경을 본 것만으로도 여수 여행의 많은 것을 경험한 느낌이었다.

출처: http://marupress.tistory.com/2461 [知天命에 살림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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