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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책모임 2박3일

by 백건우

남해 책모임 2박3일


한달에 한번 모이는 책모임이 가끔 나들이를 할 때가 있는데, 서울에서 벚꽃이 한창일 때 우리는 벗들이 있는 남해로 향했다. 남해는 책모임 도반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남해 그 자체가 아름다운 곳이다. 책모임이 아니라면 남쪽 끝의 섬에 자주 가지 못했으리라. 덕분에 남해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이번에도 처음 가보는 곳들에서 남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멋진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

이번 여행은 예전과 달리 처음 대중교통으로 움직였는데, 운전을 하지 않아서 몸과 마음이 편했다. 여행을 하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지금의 한국은 본래 우리나라의 반쪽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그 반쪽의 땅이 섬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안타까움과 비록 반쪽 뿐인 땅이지만 남한만으로도 그리 좁은 땅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래서 남북이 꼭 통일은 아니어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고, 기차와 대중교통이 남북한을 오고갈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더 다양하고 넓어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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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첫날 이동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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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가지고 양수역으로 갔다. 7시 조금 넘어 양수역에서 전철을 타고 왕십리역에서 다시 강변역까지 간 다음, 그 앞에 있는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해읍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버스표는 '시외버스' 앱으로 미리 예매를 해 두었는데,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앱이 매우 편리해서 좋다. 시외버스터미널에는 여러 지역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표소 주위로 몇 개의 편의점이 물건을 팔고 있는데, 가장 작은 생수 한 병이 1천원이었다. 마트에서는 300원에 파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사람들은 조금 느긋해지고, 관대해지는 듯하다. 매표소 앞에는 표를 사려는 사람과 이미 산 표를 취소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매표원과 드잡이를 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가 터미널 안에 울려퍼졌다. 젊은 사람들은 매표소 앞으로 가지 않아도 주변에 있는 자동매표기에서 쉽게 표를 샀다.

아침9시에 출발한 버스는 시내를 빠져나가 곧 고속도로로 올라섰고, 막히지 않는 길을 쉬지 않고 달렸다. 시외버스지만 고속버스와 다를 바 없고, 좌석도 28석으로, 한쪽은 두명씩 앉는 좌석, 다른 한쪽은 한명만 앉는 좌석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혼자 앉는 좌석에 앉아 버스에서 읽으려고 가져간 소설책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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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집 '한라산'을 복간해 펴낸 이산하 형의 자전소설 '양철북'을 읽었다. 고등학생 때 한 스님을 따라 여행했던 이야기는 주인공 양철북의 마음이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볼 수 있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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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탄천휴게소에서 15분 휴식을 했는데, 여행하면서 휴게소에서 우동을 먹는 것은 많은 사람의 로망이리라. 나 역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둘러 어묵우동을 한 그릇 마셨다. 시간이 촉박해 '마셨다'는 표현이 적당했는데, 이 표현은 한대수의 노래 가사에도 '국수나 한 그릇 마시고'라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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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대교를 건널 때, 바로 옆으로 다리 공사 하는 걸 봤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다리의 이름을 두고 남해 주민들이 집회까지 열었다고 했다. 새로운 다리의 이름은 '남해대교'나 '노량대교'가 후보로 올랐는데, 아직 결정되지 않은 듯 하다. 남해 앞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이 최후를 맞았고, 그 해전이 노량해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남해는 '노량'이라는 명칭을 더 많이 홍보해도 좋을 듯 하다.

버스는 남원과 임실을 들러 남해읍에 도착했다. 5시간 30분이 걸렸고, 남해읍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읍내 한복판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시내를 걸어 남해유배문학관으로 갔는데, 유배문학관은 넓은 주차장과 공원처럼 꾸민 앞마당, 그리고 전시관 내부는 지금 새로운 전시를 위한 공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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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유배문학관에서 독립선언서를 발견했다. 이와 똑같은 원본 복제본을 '소소한 가게' https://sosohanshop.com 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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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문학관을 둘러보고, 최근 새로 조성한 이순신장군 영상관으로 갔다. 남해읍내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남해대교 쪽에서 올 때 봤던 곳이었다. 내륙에서 남해대교를 건너면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닷가 아름다운 곳에 넓게 조성된 이순신 공원은 산책하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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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여러 사업을 벌이는데, 그 지역의 역사, 유적, 인물 등에 투자를 많이 한다. 남해를 비롯해 통영, 여수 등에는 이순신 장군 관련 유적이 많아서 이순신 마케팅이 꽤 많다. 이왕 하는 거라면 컨텐츠도 충분히 갖추고, 볼만한 내용으로 꾸미기를 바라는데, 이곳 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준비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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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자리잡은 벗들과 저녁밥으로 곱창전골을 먹었다. 문을 연지 오래지 않은 식당으로, 평범한 동네 골목에 있어서 관광객은 잘 모르는 곳인데, 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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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책모임의 회원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회원들이 모두 모였고, 생선회와 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을 마셨다. 술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이날 나온 술은 1년된 대나무(죽통)술, 일본에서 사 온 고구마술 그리고 남해 사는 회원이 직접 담근 매실주였다. 특히 매실주는 '환상적'으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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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틀째 이동한 지도. 토요일에는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비가 많이 내리는 아침이어서 느긋하게 일어나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 회원들이 수다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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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토스트로 간단하게 먹고, 빗속을 달려 남해에 새로 문을 연 독립서점 '아마도 책방'은 '지족'의 한가한 골목에 있는데, 공간은 아담하고, 내부는 정갈했다. 책방 주인이 고른 책들이 가즈런하게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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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책방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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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주인이 고른 책이 반듯하게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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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는 방을 서점으로 꾸민 공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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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꾸민 공간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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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생각하는 '서점'보다는 작은 카페나 개인 서재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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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구경을 하면서 책도 구입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어제 먹었던 곱창전골이 맛있어 다시 간 곳에서 몇명은 곱창전골을 먹고 몇명은 돼지국밥과 선지국밥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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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국밥은 순대국과 비슷하지만 순대는 없고 돼지머릿고기만 들어 있다. 새우젓으로 간하고 양념장을 넣는 것도 같다. 순대국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남쪽 특히 경상도에서는 돼지국밥이라고 부른다.

점심을 먹고 어제 갔던 이순신 공원 안에 있는 카페로 갔다. 카페는 넓었고, 책읽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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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준비. 커피와 책과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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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하면서 틈틈히 낙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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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역시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다.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싸고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둘째 날도 역시 매실주가 최고 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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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벗들은 새벽까지 술 마시며 수다를 나눴는데, 나는 매실주에 취해 밤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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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는 상추 샐러드, 달걀찜, 미역국, 고등어구이 등인데, 생일이 가까운 벗을 위한 생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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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미조면 쪽으로 내려갔다. 미조는 남해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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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베트남 사람이 운영하는 베트남 식당이 있어서 신기했다. 주인은 한국말을 꽤 잘 했고, 혼자 음식을 만든다고 했다. 우리는 베트남 부침개와 짜조(베트남 만두), 쌀국수를 주문했다. 음식은 맛있었다. 특히 베트남 쌀국수는 다른 곳에서는 먹어 본 적이 없는 맛이었다. 국물이 맑고 개운했는데, 진한 국물맛과는 또다른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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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미조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으로 들어가 상주은모래 해수욕장을 보고,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양아리'와 '두모리'를 보았다. 이곳은 이미 알려진 '다랭이 마을'보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곳이다.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마을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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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모마을은 논에 유채꽃을 심어 봄이면 계단식 논에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다. 유채꽃을 심은 것만으로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출처: http://marupress.tistory.com/2514 [知天命에 살림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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