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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25. 2015

미국 여행기 07 – 여행 시작하다

여행을 말하다_007

미국 여행기 07 – 여행 시작하다


2014-08-28 목요일 
여행 시작하다

미국에 가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처음에는 결혼 전에 예비 장인, 장모님께 인사드리고 결혼 승낙을 받으러 갔을 때였고, 두 번째는 지금 고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돌을 맞이하여 돌잔치 겸해서 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미국에 가니, 무려 15년 만에 가는 미국입니다.
한국도 15년 동안 많이 변했지만, 미국도 적지 않게 변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말에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동안 먹고 사는 일이 만만찮아서 미국에 다녀 올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왕복 비행기 값도 그렇고, 직장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낼 수 없었던 것도 미국에 갈 수 없었던 이유였습니다.
이번에는 장모님의 팔순을 맞아 어떻게든 가자는 의견이었고, 당연히 방문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준비를 했습니다.
미국 가기 전에 장모님을 비롯해 미국 사는 가족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고, 조금이라도 싼 비행기 편을 알아보기 위해 꼼꼼하게 인터넷을 뒤져 국적기가 아닌, 미국 항공사 델타를 타고 가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직항로는 항공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일본을 경유해 가는 비행기로 선택했고, 인천공항-일본 나리따 공항-미국 미니애폴리스 공항-클리블랜드 공항으로 이어지는 미국행 비행기는 경유하는 시간을 포함해 가는 시간만 17시간 정도 걸리는 긴 거리였습니다.


<사진>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 델타항공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씻고, 짐정리를 하고 차에 짐을 싣고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6시 45분. 가지고 간 차를 장기주차장에 세워 놓고, 출국 수속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항공권을 확보하고, 짐을 부치고, 달러로 환전을 하고, 스마트폰의 해외 로밍을 신청했습니다. 2시간 일찍 공항에 도착했지만 이런 일들을 마치고 나니 벌써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미국 델타항공으로, 일본을 경유해 미국 가는 항공기였습니다.
함께 가는 가족 가운데 몸이 불편한 분이 계셔서, 공항에서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지만,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하면 공항에서 전담 직원이 휠체어 타는 사람을 도와주더군요.
복잡하기는 해도, 우리나라 공항에서 출국을 하는 것은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말이 통하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 지 미국에서 뼈저리게 느낀 다음에는 더욱 절실하게 생각나더군요.
오전 9시에 비행기가 출발했고, 일본 가는 동안 기내식이 나왔습니다. 버섯볶음밥과 빵이 나왔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일본 가는 비행기에서 먹은 기내식>

아래 그림은 집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일본의 나리따 공항까지 가는 행적을 구글의 ‘위치 기록’을 통해 확인한 것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구글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적이 여러 번인데, 휴대전화의 ‘위치 정보’를 켜 놓으면 그 행적이 구글 지도 위에 남게 됩니다. 이번 여행 내내 우리 가족의 여행 행적이 구글 지도에 기록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 나리따 공항에서 약 3시간 정도 대기했는데, 공항 밖으로는 나갈 수 없어서 공항 안에서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본 나리따 공항에서 먹은 음식들>

일본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나마도 공항 안에만 묶여 있어서 일본 공항만 구경한 셈이었습니다. 지금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일본의 수도인 도쿄까지도 방사능에 오염되었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말이 단지 소문만이 아닌 것이,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에 관한 한 매우 심하게 언론과 여론을 통제하고 있고, 방사능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도쿄를 비롯한 일본 동부 지방 일대가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 땅을 밟기는 했지만,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일본에 갔으니 일본의 음식을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공항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음식인 라멘을 먹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본 라멘은 여러 번 먹었지만, 일본에서 먹는 라멘은 맛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역시 한국에서 먹는 것과는 조금 다른 맛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본 라멘에는 다른 반찬이 없이, 오로지 라멘 한 그릇 뿐이었습니다. 아마 반찬도 따로 주문을 해야 하는 것 같았는데, 우리는 그냥 라멘만 먹었습니다. 모두 서로 다른 라멘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한국 음식처럼 칼칼하거나 매운 맛의 라멘은 없는 듯 했습니다.
그나마 담백하다는 미소라멘도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것은 좋았지만, 국물이 조금 짠 느낌이었고, 약간 느끼했습니다. 여기에 김치가 있었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현지의 음식은 현지식으로 맛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어서 그다지 불만은 없었습니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미국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에 공항 안에 있는 쇼핑몰을 구경하고, 만쥬하고 양갱을 조금 샀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음식을 깔끔하고 보기 좋게 만드는 건 참 잘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일본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경제 선진국이기도 합니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역사적 경험과 현재 일본 정치 세력의 야만성 때문에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에는 일본의 문화와 음식이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문화와 음식이 예전보다는 훨씬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상품을 보기 좋고 잘 만드는 것은 일본이 한 수 위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이곳 공항에서 구입한 만쥬와 양갱만 해도, 포장도 잘 했지만 맛도 좋았습니다.



<만쥬와 양갱 사진>

오후 3시 40분, 나리따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약 10시간 정도 비행하는 시간이었고, 시차 적응을 위해 가능한 잠을 안 자려고 노력했습니다. 가끔 졸기는 했지만, 가는 동안 영화 세 편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행기가 출발하고 곧바로 간식이 나오더군요. 델타에서 준비한 짭짤한 과자 두 봉지와 물, 음료수. 이 과자를 보니 예전에 이것과 똑같은 과자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가 15년 전인지, 아니면 2008년에 유럽 여행을 할 때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델타 항공 간식 사진>

간식을 먹고 영화를 보고 있으려니 저녁 식사가 나왔습니다. 비행기에서 먹는 음식은 언뜻 보기에는 양이 적어 보이지만 다 먹고 나면 충분히 배부른 정도입니다. 좁은 좌석에 앉아 10시간 넘게, 때로는 12시간 이상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항공사에서도 어떤 음식을 제공해야 소화불량에도 걸리지 않고, 적당한 양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지 고민을 많이 할 것으로 봅니다.
기내식은 주로 쌀밥, 닭고기, 쇠고기, 생선을 메인 메뉴로 하고 빵과 치즈, 잼 등이 함께 나옵니다. 아마 동서양의 승객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겠죠. 채소와 과일 샐러드도 빠지지 않는데, 사실 가장 맛있는 건 채소와 과일입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에 상큼한 채소와 과일로 후식을 먹으면 그나마 견딜만 합니다.


<델타 저녁 식사 사진>

태평양을 건너가는 바다 위에서 10시간 넘게 좁은 좌석에서 앉아 가는 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주로 영화를 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잠시 비행기 뒤쪽으로 걸어가 화장실 앞에서 서 있곤 합니다. 너무 오래 앉아 있으니 몸 상태가 좋을 리 없습니다.
수 백 명을 태운 비행기가 쉬지도 않고 10시간 이상을 날아간다는 것이 생각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인간이 이룩한 과학기술의 힘에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 합니다. 다만, 3등석 좁은 좌석은 늘 불만입니다. 철저하게 돈으로 계산되는 좌석의 넓이는, 그래서 사회를 축소한 모델같기도 합니다. 2등석만 해도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는 공간이고, 1등석은 그보다 더 좋은 환경이겠지요. 
예전에 기차도 1등칸, 2등칸, 3등칸이 있어서 우리는 흔히 ‘3등칸 신세’라는 말을 했는데, 비행기도 그와 똑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아무리 고매한 지식인도 비행기에서는 3류 인생에 불과합니다. 
인간이 쌓아 온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돈 앞에서는 기를 펼 수 없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이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비록 3등칸이지만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대양을 건너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불과 백여 년 전만 해도 대서양이나 태평양을 건너는 배에는 미국으로 향하는 많은 이민자들이 타고 있었는데, 돈이 없던 그들은 마치 짐승처럼 배 밑바닥에서 썩은 음식과 냄새 나는 잠자리 속에서 뒹굴어야 했습니다.
그나마도 질병이나 굶주림으로 많은 사람들이 배 안에서 죽었고, 미국 땅을 밟는 사람도 배삯을 대납해 주는 자본가를 위해 ‘반 노예’로 농장이나 공장으로 끌려가 일정 기간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니 조금 좁은 의자에서 열 시간 정도 참는 것이 뭐 그리 큰일이겠습니까. 끼니 때가 되면 스튜어디스가 간식이며 식사를 척척 가져다 주고, 음료수도 달라는대로 주고, 앞좌석에 달린 모니터로 영화도 마음껏 볼 수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합니다.



<델타 점심과 저녁 사이 간식>

점심을 먹고 다시 영화를 보고, 잠깐 졸고, 다시 화장실 앞에 가서 조금 서 있고, 다시 영화를 보고를 반복하다 보면 아침 식사를 가져다줍니다. 태평양을 건너면서 두 번의 식사와 두 번의 간식이 제공되는군요.



<델타 아침 식사 사진>

아침 식사는 비행기가 미니애폴리스에 도착하기 한 시간 반 쯤 전에 줍니다. 그러니 밥을 먹고, 정신 차리고 내릴 준비를 하라는 뜻이겠지요. 비행기 안에서는 식사 때 외에는 사진을 찍을 일이 없었고, 비행기에서 내려 미국에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핸드폰 카메라도 작동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미니애폴리스 공항에 도착해 다시 클리블랜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데, 이민국의 출입국 심사가 어찌나 까다로운지 승객을 마치 죄수를 다루는 듯 했습니다. 열 개의 지문을 모두 찍어야 하고, 전신 엑스레이 촬영도 하고, 신발도 벗어야 하고, 허리에 벨트도 풀어야 합니다. 완전히 무장해제를 하지 않으면 미국에 들어올 수 없다고 강제하는 모습이 예전-9.11 사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살벌했습니다.
미국은 9.11 이후 테러의 공포와 피해의식에 사로 잡힐만도 하겠지만, 테러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아시아의, 그것도 거의 미국의 속국에 준하는 한국 사람인 우리에게도 조금의 예외도 없이 잣대를 들이대는 걸 보면, 미국은 철저한 자기중심의 나라이면서, 제3세계 인민들을 대놓고 깔보는 것이 틀림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한편으로 이들의 이중성이랄까, 그들만의 민주주의와 인권으로 확립된 좋은 점은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우리는 항공권을 예매할 때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건강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우리로서는 단지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탈 때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그나마 덜 힘들 것 같아서 신청한 것인데, 이 서비스가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더군요. 비행기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바로 문 앞에서 공항 직원이 휠체어를 가져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직접 휠체어를 밀면서 그 살벌한 출입국심사에서도 대기하지 않고 곧바로 심사대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우리가 그 고마움에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적은 팁이었습니다. 친절하고 상냥하며, 진심으로 도와주는 그 공항 직원-연세도 많은 할머니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국내선인 클리블랜드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멀리 가야 했습니다. 우리는 당시 그것을 몰랐는데, 휠체어 서비스를 해주신 분이 휠체어를 밀고 조금 가서는 전기차가 있는 곳에 도착해 전기차를 운전하는 분께 우리를 인계했습니다.
우리 일행은 모두 전기차를 타고 한참을 가서야 우리가 갈아 탈 탑승구에 도착했습니다. 전기차를 타지 못했다면, 아마 꽤 고생했을 겁니다. 우리는 전기차를 운전한 할아버지께도 팁을 드렸습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클리블랜드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자동차로는 무려 12시간 거리입니다. 국내선이라고는 해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다녀선지 비행기도 크고, 승객도 많았습니다. 
시카고의 오헤어 공항이나 미니애폴리스 공항에 비하면 클리블랜드 공항은 마치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비교하는 듯 합니다. 클리블랜드 공항에 도착해서도 출입국 심사는 여전히 엄격했고, 우리는 다행히 큰 문제없이 미국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 공항에 미리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처제를 만날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처제는 여전했고, 처남이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공항 근처에 있는 렌터카 회사에서 7인승 밴을 빌려 집으로 향했습니다.
미국에 사는 가족은 한국에서보다 더 한국 음식을 잘 만들어 먹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저녁에도 비행기에서 느끼한 음식을 먹었을테니 한국 음식을 먹고 싶을 거라며 처남댁이 맛있는 한식 반찬으로 우리를 기쁘게 했습니다.
도착한 날 저녁은 짐을 풀고, 한국에서 가져 간 선물을 전달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동기간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습니다. 15년 만에 보는 처갓집은 변함없이 여전했고, 올해 여든이신 어머니도 건강하시고, 조카들도 몰라보게 많이 자랐습니다. 집만 보면, 마치 얼마 전에 다녀간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클리블랜드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주택가에 있는 처갓집은 전형적인 미국식 목조주택으로 자동차 두 대가 들어가는 차고가 있고, 차고와 집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으며, 네거리의 가장자리에 있어 잔디밭이 ㄱ자로 넓게 펼쳐져 있는 집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미국의 중산층이 사는 마을이고, 흑인보다는 백인이 많이 살고, 동양계 사람들은 더 적게 사는 곳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주택가와 상업가가 비교적 잘 나눠져 있어서, 주택가는 하루 종일 조용하고, 사람의 왕래도 적고, 자동차도 드물게 다닙니다. 주택가에서 2층 이상의 건물을 보기도 드뭅니다. 높은 건물이 없으니 나무들이 잘 보이고, 어디를 가나 잘 다듬어진 잔디밭과 크고 작은 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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