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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25. 2015

미국 여행기 08 – 여행 둘째 날

여행을 말하다_008

미국 여행기 08 – 여행 둘째 날
2014-08-29 금요일 – 여행 둘째 날

여행 이튿날은 하루 집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오전에 가장 먼저 4년 전 돌아가신 장인어른 묘소를 찾아 인사드렸습니다. 돌아가실 때도 여의치 못한 사정 때문에 찾아뵙지 못해서 몹시 죄송했습니다.
가는 길에 월마트에 들러 꽃을 샀습니다. 이곳에서는 묘소에 갈 때 생화가 아닌, 조화를 가져가는 것이 보편적인 듯 합니다. 처음에는 좀 의아했는데, 가서 보니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인의 묘소 전경 사진>

장인의 묘소가 있는 공원묘지는 집에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있고, 사진처럼,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 묘지라고 하기보다 그냥 조용한 공원 같은 느낌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얼마 전까지는 비석을 세우는 것이 관례였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묘지는 이렇게 바닥에 판석을 까는 형태로 바뀌는 듯 했습니다. 공원묘지의 넓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었고, 잘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돌아가신 분이 공원묘지에 들어오려면 처음에 관이 들어가는 땅을 구입해야 하는데, 이때 몫돈이 들어가면 나중에 따로 관리비를 내지 않아도 공원묘지 관리사무소에서 평생-아마도 기간이 있겠습니다만-관리를 해 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납골당에 모시는 경우가 많은데, 납골당의 그 좁은 곳에 모시는 데도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합니다. 심지어는 억 단위의 돈이 들어간다고도 하는데, 이곳 미국의 공원묘지는 넓고, 쾌적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묻혀도 천만원도 안 되는 돈이면 된다고 하니, 땅이 넓은 나라의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장례도 매장 문화에서 화장 문화로 확실하게 정착하는 듯 합니다. 유교적 전통에 의하면 당연히 매장을 하고, 해마다 한식, 추석 등 명절에 묘소를 찾아 차례를 올리는 것을 효도라고 생각했는데, 땅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방식이 반드시 매장이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겠지요.
장인께서 한국에서 돌아가셨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이렇게 집 근처에 아늑하고 평화로운 풍경 속에 잠들어 계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참배를 끝내고, 가까운 곳에 있는 쇼핑몰에 갔습니다. 점심도 간단하게 먹고, 하루 종일 쉬기로 했으니 천천히 구경이라도 할 생각으로 말이죠. 우리가 간 이곳 쇼핑몰은 ‘그레이트 레이크 몰’이라고 하는 곳인데, 15년 전에 왔을 때와 지금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발전이 없다는 뜻의 부정적인 면으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늘 변치 않고 그 자리에 있다는 뜻의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15년 만에 다시 이 쇼핑몰을 보니 반갑더군요.


<사진> 15년 전인 1999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찾아갔던 쇼핑몰에서 찍은 아들 사진입니다. 한 살이던 아이가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이 있어 올려봅니다. 사진 속의 쇼핑몰이 이번에 찍었다고 해도 될 만큼,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사진> 구글에서 찾은 ‘그레이트 레이크 몰’의 전경입니다.

이 몰의 내부는 아래 도면처럼 생겼습니다. 


미국에 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도면에 있는 큰 글자로 쓰인 가게 이름을 아실 겁니다. 저렇게 큰 매장들이 모여 있고, 그 사이에 조금 작은 매장들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가운데 회색은 통로인데, 매우 넓습니다. 통로 가운데 간이 상점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가 가운데쯤 있습니다. 이런 큰 몰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쉬는 곳에 전기 충전기 기둥이 있는데, 이곳에서 휴대전화나 노트북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충전 시스템은 미국의 공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태블릿 등의 사용이 많아지면서 공공서비스의 하나로 공공장소에 설치를 해 놓은 것인데, 꽤 편리해 보였습니다.
저렇게 생긴 큰 건물이 단층 건물이고, 건물 주위로 넓게 주차장이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 사는 친지의 말을 들으니 이곳 ‘그레이트 레이크 몰’은 예전에 비해 활기를 많이 잃었다고 하더군요. 미국 경제가 위축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몇 년 전에 타운 근처에 새로운 몰이 생겨서, 사람들이 그쪽으로 많이 몰려간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오후에 새로 생겼다는 몰에 가보기로 하고, 이곳 푸트코트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필라 치즈 스테이크’였습니다.


<사진> 쇼핑몰에서 먹은 ‘필라 치즈 스테이크’

미국에서도 꽤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샌드위치는 필라델피아에서 시작했다고 해서 ‘필라’라는 이름이라는군요. 먹어보고 맛있다고 하자, 처제가 이번 여행하면서 시간이 되면 필라델피아에 들러 오리지널 ‘필라 치즈 스테이크’를 먹어보자고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실행되었습니다.
피자를 곁들여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우리는 차를 몰고 새로운 쇼핑몰인 ‘비치우드 몰’로 갔습니다. 위치를 보니 우리집에서 왼쪽 멘토 쪽에 ‘그레이트 레이크 몰’이 있고, 오른쪽에 ‘비치우드 몰’이 있더군요. 그 가운데 우리 마을이 있어서, 양쪽으로 다니기 편했습니다.
그리고 비치우드 몰 바로 옆에는 ‘레가시 빌리지’라는 스포츠 용품 전문 쇼핑몰이 있습니다. 비치우드 몰은 ‘그레이트 레이크 몰’보다 조금 더 깨끗하고, 조금 더 세련되었으며, 조금 더 넓었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매장들이 이곳에 모두 몰려 있어서 사람들이 이쪽을 더 많이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비치우드 몰은 이층 구조인데, 내부 구조가 조금 복잡해 보였습니다. 건물 구조가 복잡하게 되면, 긴장감이 높아지고, 심리적으로 불안해 질 것 같은데, 실제로 이곳에서 길을 찾으려 이리저리 헤매고 다닌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익숙해지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우리처럼 이방인이 어쩌다 쇼핑을 하려 오게 될 경우,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느 곳이나 ‘몰’이라고 하면 건물의 크기와 넓이가 한국의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습니다. 이런 것이 문화충격이랄 수 있겠지요. 늘 좁은 곳, 사방이 막힌 곳, 좁은 도로, 좁은 거리만을 다니다 넓고 탁 트인 공간에 자리 잡은, 거대한 인공물 안에 들어서서 길을 잃으면 황당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쇼핑하기에도 최적화 되어 있는 ‘몰’은 이곳에서만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만큼 다양한 볼거리(돈 쓸 거리)와 먹거리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많은 가게에서 할인 판매를 하고 있어 우리로서는 일석이조였습니다. 어차피 구입하고 싶었던 물건들을 많게는 50%까지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사진> ‘비치우드 몰’의 전체 모습. 거대한 건물로 이루어진 몰과 그 주변은 모두 주차장.

쇼핑몰을 구경하고, 물건을 고르는 데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더군요. 저녁은 가족 모두 외식을 하기로 해서, 가까운 곳에 있는 일식집으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간 곳은 이 지역에서 비교적 잘 알려진 일식집이라고 합니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갔더니 사람들이 입구부터 줄을 서 있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예약을 하지 않는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여러 명이 식사를 할 때 반드시 예약을 하는 것을 예절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단체로 식사할 때는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하물며 대가족이 움직이는 저녁시간에 음식점 예약을 하지 않았다니, 우리의 잘못이 분명하죠.
어쨌든, 한참 기다려서 자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코벤트리가에 있는 일식집 전경

우리는 모두 열 명이었는데, 초밥과 롤, 사시미가 한 세트인 메뉴를 두 개 주문했습니다. 


커다란 나무배 모형의 그릇에 담겨 나온 세트 메뉴는 보기에도 어마어마했습니다. 초밥과 롤, 사시미 모두 한국에서 먹는 크기보다는 훨씬 컸고, 전체적으로 양도 많았습니다. 
생선은 모두 싱싱하고 맛있었는데, 바닷가가 있는 동부 뉴욕에서 무려 11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 싱싱한 횟감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우선 놀라웠습니다.
생선회의 종류도 다양해서, 참치, 고등어를 비롯해 한국에서는 먹어 본 적이 없는 생선의 부위까지 다양하게 먹을 수 있었고, 또 맛도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저 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조금 남겼습니다. 여기에 한 번 더 놀란 것은, 이 음식점에서 파는 음료수, 스무디와 슬러시가 100% 과일만 갈아서 만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복숭아, 파인애플, 키위, 코코넛, 망고, 딸기, 멜론 등 다양한 과일을 주문하면 커다란 잔에 가득 가져다 주는데, 다른 재료 없이 오로지 100% 과일로만 만든 것이어서 진하고 맛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불과 3.5달러. 3천 5백원에 불과했으니, 우리가 한국에서 비싸게 사 먹는 가짜 스무디와 슬러시를 생각하면 여기는 음식에 관한 한 천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음식점은 간판은 ‘일식집’이라고 써 놓았지만 사실 일본 음식과 말레이시아 음식, 즉 중국 음식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곳입니다. 미국에서는 중국 음식과 일본 음식을 한 음식점에서 파는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일본식 레스토랑이어도, 동양인들보다 오히려 백인이나 흑인들이 더 많았고, 식당 내부가 그리 넓지 않고, 탁자들이 가까워서 식사하는 내내 시끌벅적하고 떠들썩한 분위기였습니다.

하루 잘 쉬고, 미국의 시간에 조금 적응을 하고, 가족 모두 외식을 하면서 퍽 오랜 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을 덜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본격 미국 동부 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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