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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ul 24. 2018

[영화] 리파겐


[영화] 리파겐


넷플릭스 영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점령했던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리파겐이라는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다. 리파겐은 독일의 비밀경찰로 일하면서 수많은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인물인데, 단순히 유대인을 찾아내 아우슈비츠로 가는 기차를 태운 것이 아니라, 유대인과 친분을 쌓고, 그들에게 믿음을 갖도록 한 뒤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받아서 자신의 개인금고에 감추고,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냈다. 유대인의 입장에서는 재산보다도 믿음을 배신한 것이 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으며, 증오를 불러 일으켰다.

네덜란드의 레지스탕스는 리파겐을 처단 목록에 올려 놓고 그를 잡으려 했지만 리파겐은 매우 영리하게 레지스탕스의 추적을 따돌리면서 끊임업이 유대인의 재산을 빼앗고 그들을 가스실로 보낸다. 리파겐은 독일의 비밀경찰이면서 자신의 동료들을 경찰을 비롯해 다양한 일을 하는 친구들을 끌어들여 점조직으로 관리하면서 유대인을 잡아들이거나 레지스탕스의 정보를 알아낸다. 

전쟁이 독일의 패퇴로 결정나면서, 네덜란드에 있던 독일군도 후퇴하는데, 레지스탕스였던 사람들-그들 가운데는 공산주의자들도 있었다-은 독일이 미쳐 처리하지 못한 중요한 정보를 확보한 공산주의자 리더가 있었다. 리파겐의 정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리파겐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거의 완벽하게 은폐하고 있었다.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을 오히려 첩자로 몰아 레지스탕스 내부를 이간질하고, 정보국에 있는 공산주의자 리더를 교란해 서로를 의심하도록 만든다. 이 과정에서 공산주의자인 리더의 어설프고 멍청한 태도-자신만의 권력을 만들고 유지하려는-가 반역자 리파겐을 잡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즉, 이때 네덜란드의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역사적 사실이라는 바탕에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독일의 패배 이후,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면서 '정보국'의 신설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 과정에서 공산주의자와 일정부분 거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독일군이 남기고 간 방대한 비밀문건을 먼저 확보한 것이 바로 공산당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덜란드의 임시정부는 공산당 그룹의 공로를 인정하고, 그들이 가진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정보국 내부에 그들의 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리파겐을 잡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

결국 리파겐은 온갖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무사히 아르헨티나로 도망가서 잘 살게 된다. 이런 걸 보면 과연 정의는 구현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다만, 리파겐의 악행이 이렇게 기록으로 남아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일제강점기에 매국노들이 독립운동가는 물론, 선량한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협박해서 재산을 빼앗고 감옥에 가두고, 고문하고, 심지어 암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매국노에 대한 단죄가 해방 후에도 일어나지 않아서 지금까지 역사가 더럽혀지고 있다. 매국노를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한 나라의 역사는 더러울 수밖에 없다. 

출처: http://marupress.tistory.com/2539 [知天命에 살림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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