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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07. 2018

프레임을 주도하라

프레임을 주도하라

우리의 일상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는 주로 정치 쪽이다. 사람들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정치가들의 말에 대해 비판, 비난하면서도 정치가 우리의 삶을 규정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직간접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대의정치가 이제는 거의 직접정치로 진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온라인으로 정책을 곧바로 발표하고, 공무원과 회의하는 것도 생중계로 내보낸다. 이것은 경기도민에 대한 직접정치에 다름아니다.

미국대통령 트럼프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정책을 발표한다. 이제는 정치가 소수의 정치가들이 주무르는 전유물이 아님은 분명하다. 물론 시민이 국회의원처럼 입법을 할 수는 없으니 한계는 있지만, 적어도 온라인에서 특정 정당, 정치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고, 개인의 발언은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합해지고 커지게 된다.

한국정치의 수준은 매우 미개한데, 그 미개함의 원인은 한국현대사의 비극과 맞물려 있다. 해방 이후 이승만으로 대표되는 친일, 매국노 집단이 권력을 잡은 이후, 군부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독재가 한국사회의 현대화를 억압했고, 김영삼, 김대중으로 이어지는 부르주아 정당 역시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군부독재 집단은 정치를 통해 특정 집단의 이익에 봉사하고, 국가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국민의 수준이 낮아서 독재세력에게 표를 던지고, 그들의 탐욕을 눈감아 준 것도 한심한 노릇이지만, 지연, 학연, 혈연과 같은 비개인적이고, 비민주적인 인식의 틀이 지금도 바뀌지 않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개인이나 집단에게는 모든 현상을 '이익'과 '손해'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므로 갈등의 요소가 없다. 독재 집단에서 이어온 정당과 정치인이 그렇기 때문에 늘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소위 '진보'라고 생각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이익'이나 '손해'라는 즉물적 관점을 윤리적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수구 집단의 말과 행동은 늘 치졸하고, 탐욕적이며, 즉물적이고,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해 그들을 비판하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촛불에 반대한 세력, 집단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미래를 가로막는 적폐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옳고, 역사적으로 정당한 판단이다. 그렇기에 수구 반동 집단이나 개인이 반동적, 패륜적 언행을 할 때는 그것을 참지 않고 가차없이 비판, 비난한다. 

이때, 수구 반동 집단(개인)과 싸우는 진보 정당이나 정치인, 촛불 시민이 빠지기 쉬운 것이 바로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다. 수구 반동 집단(개인)의 언행은 당연히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그들의 역사인식이나 가치관, 세계관이 퇴행적이고, 반동이며,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고, 촛불 시민이 이룩한 진보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구 반동 집단(개인)이 말하는 것을 반박하거나 비판, 비난하기 위해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그들의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많은 경우, 수구 반동 집단(개인)의 언행은 반박하거나 비판할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다. 예를 들어 자유당 홍준표나 김성태, 김무성 같은 대가리급의 말이 언론을 통해 거론되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다. 그들의 말은 논리가 없기 때문에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것을 비판하려는 시도는 쓸데없는 힘만 뺄 뿐이다. 오히려 야비하고 악의적인 수구 반동 집단의 언행은 철저하게 무시하는 것이 좋다. 비판이든 비난이든 상대방의 언어를 다시 말하는 것은 그들의 프레임에 갇히는 결과는 가져온다.

김성태가 출산정려 정책으로 1억원을 준다고 말할 때, 그것은 두 가지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자유당이 출산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선심성 발언을 통해 정당 홍보와 함께 지지율을 올리려는 것이고, 여당에 대해 정책의 우월성을 드러내 수구언론에게 스피커를 만들어 주려는 의도다. 둘째는 정부가 그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부를 공격하는 빌미를 만드는 것이고, 만에 하나, 정부가 그 정책을 받아들이면 재정적으로 파산하게 되므로 정부의 무능과 정책 실패를 비난하기 위한 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성태가 주장하는 내용을 비판, 비난하려면 김성태의 주장이 황당하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김성태의 주장이 내포하고 있는 악랄하고 야비한 계략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해야 한다. 그것은 상대방의 언어나 주장이 아니라, 우리의 주장과 언어로 말해야 하는 것이다. 적을 이기려면 적의 언어가 아닌, 우리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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