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하 루
부옇게 동트는 아침
선선한 초겨울 바람을 맞으며
오늘도 하루의 노동을 시작한다
망치질 삽질로 건물은 세워지고
흙먼지 시멘트가루 묻은 작업복으로
층계를 오르내리며
그래도 숨막히는 공장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노가다 객기를 떠올린다
눈아래 펼쳐지는 구로공단은
시커먼 공장연기에 휩싸여 깊게 가라앉아 있고
그곳은 오늘도 수 많은 노동자의
피가 마르고 뼈가 깎이는 곳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청춘이 시드는
죽음의 노동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곳
한 때는 그곳에서 노동을 했고
지금도 동지들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아직은 때를 기다리며 머무는 시간
하지만 노동은 어디에서나 평등하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쌀쌀하면
불깡통에 각목을 뽀개 불을 피운다
하루에
휴대용 가스렌지 오백 개를 조립하지 않아도
텔레비젼 케이스를 칠백 개씩 뽑아내지 않아도
하루의 노동은 가슴을 뿌듯하게 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이 노동은 아니다
인간의 삶을 창조적이고 풍요롭게 하는 행위
노동을 통해 정의와 평등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노력
인간의 노동은 역사를 만드는 힘이다
오전의 노동으로 적당한 허기가 생기고
뜨거운 김치찌개와 도시락으로 배를 불리면
한 시간의 즐거운 휴식시간
달콤한 낮잠을 뻐드러지게 때리고
선하품으로 오후의 노동은 시작된다
수 없이 많은 집들과 집들
저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에도 집들은 있고
여기 근사하게 이층 양옥의 드넓은 정원
사람들은 저 아래에서 제가끔의 삶을 찾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노동하는 자와 노동하지 않는 자의 차이 뿐이다
노동하는 자는 자신의 살을 뜯어먹고
노동하지 않는 자는 노동하는 자의 살을 뜯어 먹는다
저 산꼭대기에 사는 자는
노동에 힘겨운 사람들이고
여기 드넓은 정원을 가진 자는
노동하는 사람의 살을 뜯어먹는 자
그러나 노동하는 동안에는
세상의 모든 증오와 분노를 잊는다
노동은 사람을 아름답게 하지 않는가
하늘은 붉게 놀이 지고
현장에도 어스름 땅거미가 내려앉는다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기쁘다
때로 과일가게에 들러
큰 마음먹고 귤이나 사과봉지를 들고 들어갈 때
서독빵집에서 한 봉지의 빵을 샀을 때
기다리고 계실 어머니의 흐믓한 웃음이
차가운 바람을 잊게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저녁을 먹고 텔레비젼 연속극을 보며
히히덕 거리고 가끔씩 화투도 치고
가족들의 화목과 평안함에
만족하는 그것이 전부인가
노동을 끝내고 돌아온 평안함보다는
하루 저녁의 편안한 휴식보다는
단칸 셋방의 한심함이 마음에 걸리고
든든하고 안정된 직장이 없음이 한심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래는 희망이 없고
이대로 살다가는 죽도 밥도 안돼
가난하고 무식해서 능력없는 내가
때로는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무수히 많은 내가 이 땅에 살아있고
그들의 한숨과 분노가 이글거리는 한
우리는 절망할 수 없다
한 때의 절망과 한숨은 떨쳐버리고
미래의 세상 평등의 그날을 위해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희망의 역사를 위해
나약하고 부끄러운 마음일랑
노동의 싱그러운 땀으로 씻어버리고
꿋꿋하고 확신에 찬 희망으로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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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견디지 못하고 결국 공사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로 한동안 일하던 때 쓴 시입니다.
10대 때, 건설노동자로 몇 년 일했는데, 그때 기억은 고통스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지금은 건설노동자들이 아침8시에 일을 시작해 오후5시면 일이 끝납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8시간 노동입니다. 저는 일하는 시간만 하루 12시간(아침7시부터 저녁7시까지)이었고, 출퇴근시간이 서울에서는 왕복4시간이던 때 일을 했습니다. 주말과 휴일도 없이 일했고, 의료보험, 퇴직금도 없었습니다. 인간의 노동을 이렇게 착취하는건 비정상사회입니다.